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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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1 · 12 · 27

Mix- playlist / Art – zanchi

Editor 메르헨

에디터 개굴

 

#존재의의미 #출발지는 #연대앞

 

 맙소사!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도 여느해와 똑같이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는데 신촌에서 공연이 잡혀버렸다. 그것도 연인들이 차고 넘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요한 일상을 지키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균열이 생긴 것은 제법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날에 공연을 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날들에 새로운 설렘을 줄 수 있기에, 일단 열심히 참여하기로 해봤다. 

 덕분에 일주일 내내 신촌 합주실에 몸을 담고 있었고, 마침 22일 오늘은 아트팀 팀글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합주가 끝난 시간은 정확히 2시, 회의가 시작하는 시간도 2시. 환상적인 타이밍에 지하 합주실에서 걸어나왔고, 신촌을 배회하며 카톡회의에 참여하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연대 앞이었다.

 

 [오후 2:35] 회의 종료.

 

♬ Surl(설) – 침묵

 

 회의 종료라는 말과 함께 시끌벅적했던 카톡방은 고요해지고, 횡단보도 앞을 처다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방역을 위한 수단이 아닌 입을 봉인하려는 목적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듯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는 활짝 열려있던 학교의 철문은 외부인은 사절한다는 어딘지 쌀쌀맞아보이는 현수막과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그걸 보고만 있자니 내가 서있는 이 장소는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마음의 문을 잠궈버린듯 했다. 생각해보면 이 몹쓸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로 여기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마다 등 뒤로 지나가는 기차소리밖에는 들리는게 없었으니 꼭 맞는 감상인 것 같다.

 침묵속에 휩싸여 문득 든 생각은 내 존재에 대한 의미였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있던 요즘 부쩍 자주 머리속을 파고드는 문제인데, 미래에 대한 어떤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로 들어오는 일만 무작정 해치웠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난 뭘 위해 살아가는 중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한탄하기를 반복하는 날들도 늘어났다. 날도 추운데 길 한바닥에서 무슨 청승이냐 묻는다면, 나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는 있다만, 몇 달째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다음 합주 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어딜 가야하나 생각을 해보다 아예 침묵 사이를 떠다니는 먼지 한 톨이 되어 신촌을 유영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스스로 입을 막은 사람들은 걷는데에 의미조차 없어 보이는 내가 어딜 떠다니던 아무말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금 내 존재에 대한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궤변같은 희망을 쥐고 발걸음을 다시 뒤로 돌렸다.

 

The Poles(더 폴스) – Find Me!

 

 발걸음을 돌려 걸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 포장되지 않은 꽃들이었다. 이 친구들도 나와 같은 먼지가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 포장되기 전까지는 거기 꽂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의미없는 존재. 하지만 그저 의미없이 이곳을 떠도는 나와는 다르게, 꺾인 줄기에 생명이 흐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날 찾아줘!” 라고 말하는 듯 활짝 핀 이 존재들이 어쩐지 대단해보인다. 그리곤 나도 목이 꺾여 목숨이 위태로워져야 저렇게라도 발악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섬뜩해졌다.

 

OurR(아월) – 무늬

 

 정처없이 걷다보니 아까보다 해가 기운게 느껴졌다. 기우는 해의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합주실로 발걸음이 가고 있었다.

 ‘아 오늘을 사는 내 존재의 의미는 지하에 있었던건가?’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합주들이 나에게 확실한 미래를 가져다주는건 아니니 말이다. 그저 마음속에 어두운 밤을 맞이하기 싫어 열심히 도망치고 있다는 느낌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할 일과 약속은 잡혀 있으니 다시 땅 아래로 내려가보자. 마침 시간도 적당히 지났으니 곧 찾아올 새빨간 노을빛에 타버린 먼지가 되기 전에 지상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장희원 – 12월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지하에서 올라와보니 기울던 해는 지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불빛을 보며 생각해보니 12월 24일과 25일은 최근 몇 년간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기념일인 듯 했다. 어릴때는 산타를 기다리며 올해는 얼마나 울었는지를 되돌아봤었는데, 지금은 그런 설렘조차 찾아볼 수 없이 자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반짝이는 트리들도 그렇게 반갑지 않다. 그런 회상과 감상에 잠긴 찰나, 오늘 하루 삶에 대한 의미를 선물받은 듯 구조물 아래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 사람들 모두 가끔은 울어본 아이들이겠지. 그래도 산타는 선물을 주고 갔구나. 그래 나도 마음씨 곱게 써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의미에 대한 답을 선물로 받아보자 생각하고, 스치는 모두의 행복을 빌며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THORNAPPLE(쏜애플) – 서울

 

 신호등을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한참을 서있으니 차디찬 바람이 기타줄에 한껏 눌린 손가락을 스쳐지나간다. 그리곤 손끝이 지독하게도 아려온다. 단단한 쇠줄에 10년 정도 눌렸으면 그만 아플때도 된거 같은데, 아직 난 어느 고통에도 무뎌지려면 멀었나보다. 손에서 눈을 돌려 앞을 보니 손끝에 베긴 줄 자국처럼 죽 늘어진 도로 위에 차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오갈수도 없이 이 도시에 잠시 갇혀버린 차들에게서 어쩐지 오늘의 나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도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차들은 목적지를 향해 간다는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시간이 지나 집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몸을 움직였다. 과연 나를 태울 버스도 도로위의 다른 차들과 같이 의미를 품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내 존재의 의미가 있을, 나의 지도엔 표시되지 않은 곳에도 데려다 주었으면 하고 신촌을 떠났다.

 앞에서 말한 희망은 결국 궤변이 맞았던 것으로 밝혀진 하루였다. 결국 합주라는 도피처만 찾았지 내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인가?’ 이 근원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질문에 답을 하려면 아직 더 많이 손가락을 기타줄에 문대며 고통에 무뎌져야 할 것 같다고 속으로 읊조렸다. 그래도 하나 긍정적인게 있다면, 오늘 하루 신촌을 부유하는 먼지가 되었지만 내 존재에 대한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떠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간 뭐 하나라도 지도에 표시되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찬 바람에 많이도 치인 먼지치고는 제법 수확이 있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에디터 뽀

 

#정념 #출발지는 #이대정문

 

전자양-행운

 

 오늘은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자꾸만 코끝이 얼어붙는 겨울이라서, 이런 날은 좀 더 빠르게 걸어야만 한다.

 리스가 걸린 대강당의 사진을 찍었다. 빛이 죄다 칙칙해서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금방 찍은 사진들을 모조리 삭제하고 오늘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대신 건물 빛을 칙칙하게 물들이고 있는 듯한 하늘의 사진을 찍는다, 이쪽은 그럭저럭 보기에 좋다. 기가 막힌다.  “운을 바란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내가 손댈 수 없는 다른 영역의 일을 응원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모든 일은 예외 없이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무던하게 대학교 4학년이 된 것도, 무사히 2021년을 보낸 것도, 노트북을 켜 놓고 앉아 한가롭게 신촌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전자양의 노래를 반복 재생해가며 속이 울렁거릴만큼 들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의 일종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운을 확신하는 사람들을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신 사회가 그렇듯이 노력하는 인재를 흠모했다. 그들은 노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공부했습니다, 일 했습니다, 조금도 쉬지 않았습니다…이런 류의 자서전을 감동적으로 읽었던 때가 있다. 글쎄 지금은 그냥 운이 좋았다는 말로 노력을 일축하는 사람들의 겸손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때다.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할 말이 없다. 최선을 다해 살기 싫으면 구질구질하게 행운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져야지. 돌아와 주길 바라지만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아. 할만큼 했어, 더 이상은 못 한다고 하긴 자신없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아주 많은 일들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나. “더 이상은 못한다”고 실토하는 대신 “할만큼 했다”고 말하고 슬쩍 발 빼버리는 인생. 정말 얄팍하기 짝이 없는 인생. 

 

 小島麻由美-赤と青のブルース

 

 겨울의 해는 빠르게 져버리기 때문에 노을이 보고 싶으면 서둘러야 한다.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고, 구름처럼 구물구물 몰려든 차들은 전조등을 깜빡거린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차들이 오는 건지, 굳이 이 좁아터진 길을 경유해서 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끼어드는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장롱면허 대학생은 4년 내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안고 길을 내려간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가 클락센 소음으로 가득 차서 이어폰 불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빨강과 파랑이 섞이는 황혼의 하늘에서 우울감을 날려보내주겠다는 약속은 뒤늦게 위로로 다가온다. 해질녘의 하늘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에 대한, 결코 닿지 않을 공감을 혼자 만끽하면서. 

 

Emily Wells-Becomes the Color

 

 신촌의 모 카페에서 시시덕거리며 친구의 얼굴을 그렸다. 5분만에 완성된 그의 엉성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문득 다이어리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남기고 싶었으므로. 그리고 잔치에 들어왔다. 또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으므로.

 나는 내가 분열된 존재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나는 독립적이지도 않고 특이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진 물렁하고 따듯한 찰흙에 가깝다. 내가 나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나의 기록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수도 없이 생각했다. 결국은 다른 누군가의 아류작에 불과하지 않은가, 내 것이라고 해봤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라면… 태생적 결여를 꾸준히 의심하면서도 지겹게 기록해왔다. 글이든 그림이든 뭐든 좋았다. 글을 쓰고 의심하고, 의심하는 나를 다시 글로 쓰고. 

 나는 내가 쓰는 글에 가까운 사람인지, 하는 말에 가까운 사람인지. 나 자신을 영영 모르는 사람인지 혹은 그 반대일지…

 

Sonic Youth-Kool Thing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곳을 지나치며 늘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사실 대부분의 24시간 어쩌고는 다국적 기업의 프랜차이저들이고, 그것은 돈에게 친절하지 사람에게 친절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M의 불빛이 좋았던 이유는, 그것이 언제 찾아오든 나를 환영해주겠다는 일종의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환상을 파는 것들을 나는 지겹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그것에 도취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맥도널드는 만취된 후의 환상을 지키기 적합한 장소이고 나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외로움 없는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아이스크림을 시키곤 했으므로. 

 

東京事変透明人間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람만큼이나 많은 장식물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연결된 줄은 교묘하게 사라진 것처럼 보여서, 허접하지만 귀여운 별똥별 장식들은 나름대로 떨어지는 모양을 연출하고 있다. 

 신촌의 길거리 한편에서는 대규모 이벤트가 한창이다. 나는 지나치게 큰 마이크의 불륨과 사회자의 유머러스함을 노린듯한 욕설이 불쾌하므로, 인조 별똥별을 따라 길거리를 서둘러 벗어난다. 가끔 성탄절과 같은 기념일은 소모하기 위해 존재하는 날처럼 느껴진다. 손꼽아 기다리지만 막상 닥치면 할 것도 없으며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버리는 날. 갑자기 너무나 지겨워져서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꺼버리게 되는 환상. 원래 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날에는 반드시 아무것도 없는 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약간 울고 싶다고 생각했고, 투명한 기분을 나눠받고 싶어졌다. 아니 이미 신촌 한가운데서 충분히 투명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도시의 성탄절은 외로운 사람이 투명해지기 좋은 조건이고, 투명 인간은 모름지기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정말로 날것의 정념이 쌓이기 좋은 날이다. 

 


에디터 송사리

 

#중구난방 #출발지는 #명물거리

 

STEP-KARA

 

 나는 왜 신촌 명물 거리라는 말만 들으면 웃음이 스멀 스멀 나는 지 모르겠다. 

 신촌을 코로나 창궐 이후에야 제대로 접해본, 어쩌면 가장 ‘아싸’인 사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거리가 자기 자신을 ‘인싸’라고 부르는 것 같달까. 근데 누가 요즘 ‘명물’이라는 단어를 쓰냐며 맘껏 놀리고 싶은. 

 

 하지만 요즘 애들은 어쩔티비 저쩔티비 어쩔 다이슨 드라이기 이런다며..? 

 그리고 소녀시대를 모른다며..?

 

 뭐 나도 옛날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하며 변해가는 세상에 슬퍼지는 요즘이다. 

 반짝이지만 낡아가는 신촌 거리를 걸으며, 당당하게, 속으로 step을 부르며 난 걸어갈래.

 

ILIRA-Fuck it, I love it! 

 

 신촌에 대한 나의 가장 제대로 된 첫 기억은 나름 명물거리에서 맛집이라며 갔었던 이 버거집에서 시작된다. 당시 gs25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에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면 훌륭한 식사를 마쳤다며 흡족해하던 나에겐 이 가게의 캔음료 2500원 마저 부당하게 느껴졌다.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맛있지만 꽤나 무난한 햄버거였으며 그렇다고 서비스가 훌륭했다던지 마땅히 손꼽을만한 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땐 언니에게 날 ‘맛집’에 데려왔다며 온 리액션을 다 끌어모았던 내 자신을 기억한다. 

 빈말 따위 하기엔 그다지 착하지 않은 내가, 그저 신촌에 와서 언니와 식사를 했다는 점 그 하나만으로 그곳은 나에게 맛집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11개월 후 달라진 내가 같은 장소를 방문했을 때, 떼어진 간판 자국만이 지난 나의 기억을 꺼내주었다.  

 더 이상 신촌이 특별하지는 않은 나에게, 아니 이제 많은 것들에 무감각해진 나만큼이나 활력을 잃은 이 거리를 보니 꽤나 마음이 아팠다. 

 무조건적으로 열광하게 되고, 그 자체로 설레게 되는 일은 편견 없는 순수함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자체로 꽤나 하루하루를 살 맛이 좀 난다. 적어도 이곳은 나에게 그런 순수함이 있던 곳이였다. 

 

쿤디 판다- 오늘 할 일 게워내기 

 

 희한하게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노래들은 전주만 들어도 가사가 자동재생되곤 한다.

 그 당시엔 노래 내용도 모르고 따라부르곤 했었는데, ‘향수뿌리지마’가 여자친구에게 들킬까봐 누나에게 향수를 뿌리지 말아달라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이였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이 외에도 예전 노래들을 들어보면 정말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싶은 노래들이 꽤 있다. 그렇게 한참 옛날 곡 정주행을 하다, 요즘엔 가사가 입에 감기는 노래가 없네하며, 인기차트 TOP100을 넘겨보았다. 적당한 댄스곡, 적당한 사랑노래, 그리고 적당한 뽕짝. 신촌 거리를 떠돌며 들려오는 수많은 스피커들 속 노래는 많았지만 딱히 와닿는 노래는 별로 없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음악으로 치유를 받았던 19살 이후부터, 모든 노래를 처음 들을때 무조건 가사를 켜보는 습관이 있다. 애플뮤직으로 갈아탄 이유도 애플 갬-성보다는, 어르신들께서 돋보기 안경이 필요하신 것 마냥 그저 가사가 크게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노래가 이것이다. 오늘 할 일 게워내기. 

 처음엔 여자한테 인기 많다! 돈 많다! 부터 인생의 철학까지 담긴 힙합 노래들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한 땐 우스워보였으나, 내면속 추잡함을 예술로 만드는 힘에 어느순간 매료되었다. 엄마는 힙합하는 애들은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생겼냐며 나에게 묻지만, 이는 내가 ‘힙찔이’들보다 더 찌질하게 음악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한락스 돌돌이 고장난 노트북충전기”

 최고의 가사이지 않은가!  ㅎ ㅣ 

 

Demi Lovato- I Love Me 

 

 한때 내가 다이어트 나부랭이를 하겠다며 무려 신촌까지 가서 혼자 샐러드를 먹었던 적이 있다. 

 당시 혼자서 신촌을 왜 갔는 지는 기억이 안난다. 잔치 글을 써야하는데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한번 들렀던 것 같다. 

 특히 ‘소바연구소’라는 가게를 지나치며, 소바는 다이어트에 괜찮지 않을까? 소바를 연구까지 했으면 진짜 맛있겠지?하며 하루종일 소바 생각만 하곤 했었다. 

 하루종일 소바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니 이보다 한심할 수가 없다. 지금에야 ‘차라리 그때 소바 한그릇 든든히 먹고 글이나 제대로 썼을 것이지.’ 싶다. 

 당시 소바 한 그릇과 맞바꾸었던 나의 다이어트는 나의 체중보다도 나 자신을 더 앗아갔었다. 

 혹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노래를 가사와 함께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Anne Marie, Lauv- Fuck, I’m lonely

 

 연말 추천곡으로 Fuck, I’m lonely라니 훈훈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다. 

 연말은 나에겐 가장 잔인한 기간이다.

 나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추운 공기와 함께 공허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욕 한번 시원하게 갈기는 것도, 공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도 자신이 

 없어 심혈을 기울여 턱을 깎고 눈을 키우며 🥰🥰와 같은 러블리한 이모티콘으로 내 인스타를 채운다.

 그러다 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핑계로 욕 한번, 나 외롭다 한번.

 감미로운 척, 사실은 후련히 크게 한번 따라불렀더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리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내 자신이 웃겨서 다시 또 웃음이 나왔다. 

 별로 따라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노래는 좋으니 한번쯤 들어보시길 바란다.

 


에디터 메르헨

 

#경의선책거리부터 #따뜻하게 #침울하게 #쓸쓸하게 

 

김광석 – 거리에서

 

 경의선 책거리에 내 발걸음이 닿았다. 그 풍경은 낯설면서도 익숙했고, 이내 고향에서도 비슷한 거리를 마주한 기억이 떠올랐다. 레트로틱한 감성과 갖가지 문구들로 가득찬 벽이 대구의 ‘김광석 거리’와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애향심이라고 하던가, 대구를 사랑하게 하는 몇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올바른 차원에 태어났다고 신께 감사해했다. 

 무튼, 대구와 김광석의 향수에 스믈스믈 취하며 걸었던 거리 곳곳에는 성탄절임을 알리는 듯한 장식의 나무들이 즐비해있었다. ‘2021년의 세계가 곧 끝나겠네..’ 금새 머릿속이 착잡해졌다. 뭐든 시작하는건 쉬운데 마무리하는건 어려운 법. 

 마치 소설 혹은 영화를 보다가 깊이 빠져 들어가 있던 그 세계가 끝나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서, 아쉬움을 넘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을 느껴서, 차마 끝까지 집중하지 못하고 책을 덮거나 영화를 정지시켜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음악을 들은 게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 놓은 집안에 들어가 잠깐의 삶을 산 것이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침묵이 찾아왔을 때 좀처럼 적응할 수 없는 시차로 잠들 곳도 쉴 곳도 없는 막막한 기분이 되는 것이 아닌가.

 

검정치마- 피와갈증

 

 마주치는 사람과 말을 끊을 때마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입에서 꺼낸다. 23번째 맞이하는 날이다. 

 그시절, 산타 복장을 한 사내가 선물 꾸러미를 갖고 와서 아이들을 한 명씩 호명했었다.  나의 차례가 되어 평소에 유난히 눈독을 들이던 장난감 따위를 나에게 안겨줄 때 산타의 존재를 믿을 만큼 그때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부모님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렇다고 모든 성탄절이 황홀하게 회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더 이상 산타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가게에서 간절히 바라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을 때 아버지의 낯에 꾸물거렸던 안타까움과 어쩔 줄 모르는 표정에서 가난의 존재를 깨우치고는 절망하기도 했다. 

 성격이 더 과묵해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불 속에서 소리 없는 울음으로 나의 청소년기의 증발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렇게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이렇게 성장해왔다. 이제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불우한 성탄절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메리 크리스마스 

 불행했던 과거는 남들과의 술자리에서 저렴한 안주처럼 올라가 유희로 변질되는 초라한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 말을 꺼내는 나 자신도 분명 상대방의 반응을 간절히 기다리는 저조한 인간으로 몰락해버렸다.

 

도마 –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가네

 

 양해부탁드려요.

 그냥 시 쓸래. ㅇ ㅏ무도 이해 못하게끔.

  제목은 음.. ‘밤의 해변’으로하자. 방금 정했다.

밤의 해변

나는 한 시절 야행성 동물이었다.

침묵과 고단한 하루를 끝마치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밤의 세계에서

흥얼거리는 분위기로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로 존재하는 당신의 입김을 바라보며 온도를 측정하는 나는.

이제 황홀합니다. 뜨겁지 못해 이제는 녹아내리면서 흐느낄 차례입니다.

누워있는 정물의 정적은 아마 하늘을 날고 있고,

눈물겨운 고백을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며,

죽음의 두려움이 괴로워 끊기는 신음을 억지로 뽑아낸다.

괜스레 안타까움을 느껴버려야 공감을 이해하는 법이라 했고

어째서 나는 버려져야 하는 것입니까.

차라리 비바람이 내리치는 날 온몸을 흠뻑 적시면서 울겠습니다.

이제 모든 심야의 꾸물거리는 신체를 조용히 방관하며 간절하게 느껴야 한다.

따뜻하게, 침울하게, 쓸쓸하게

우리는 밤의 해변에 있다.

바위섬의 등대이거나 목적 없이 떠 있는 부표, 날아다니는 갈매기 또는 죽은 물고기, 모래, 유리병, 파라솔, 아니면 최소한 파도에 떠밀려온 검은 비닐봉지이거나. 

무엇이거나 각자 맡은 나름의 배역을 따라, 우리는 해변에 있다.

 

나이트오프-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신촌으로 진입하기까지 난 방황하는 개척자였다. 평소에 가지 않던 험난한 길에 도전했고, 숨 쉴 겨를도 없이 바삐 걷던 중, 친근한 꽃들이 눈에 밟혔다. 

 과거부터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은 여전히 거리에 만개하지만 어느 순간 또 다른 길에 눈을 쏟아 버리느라 영영 알아차리지 못할 이름으로 남게 되겠지. 

 하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Stan Getz & Joao Gilberto – Corcovado 

 


에디터 해랑

 

#보내주기 #출발지는 #홍익문고

 

♬ Peter Manos – In My Head

 

 어느 지역까지를 신촌이라고 특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신촌의 영역에 따르면 홍익문고는 남쪽의 출입구이다. 출입구라는 것을 티 내듯이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나는 홍익문고의 간판은 더 시선을 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며 홍익문고를 지나 이어지는 연세로에는 각종 장식물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즐거워하는 12월이 왔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12월이 모두에게 행복한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사실, 나에게 12월은 조금 버거운 달이다.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에 옷도 무겁고, 애써 무시했던 사실들을 마주하며 마음도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 Lizzy McAlpine – When The World Stopped Moving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자마자 특이하게 우리 학교는 대학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서울에 여행을 왔었다. 대학교에 신청해서 학교 탐방도 하고, 서울 구경도 하며 신입생들끼리 친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신촌에 있는 대학을 탐방한 날 우리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선생님이 우리를 풀어준 장소가 바로 신촌역 3번 출구 앞, 홍익문고였다. 홍익문고에서부터 냅다 시작한 신촌 탐방은 저녁 7시에 다시 홍익문고 앞에서 끝났다. 여행으로 친해진 8명끼리 신촌을 떠나며 꼭 모두 신촌에 있는 대학에 오자고 약속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약속한 8명 중에 나만 신촌에 왔다. 서울로 가고 싶지 않다며 부산에 남겠다고 한 친구도 있었고, 서울에서도 신촌이 아닌 곳의 대학으로 다들 가버려 나 혼자 오게 된 것이다. 아니, 사실 두 명이 우리 학교에 합격했는데 나만 왔다. 우리 학교에 합격한 다른 친구는 대학에 올 수 없었다. 스무 살이 되던 첫날, 그 친구는 우리를 떠났다.

 남겨진 7명은 아직 12월이 버겁다. 12월 31일에 다른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세며 새해를 맞이할 때, 우리는 스무 살이 되지 못한 친구에게 보내는 향을 피우며 한 해를 끝내야 하기에. 어쩌면 1년이 넘게 지났는데 왜 아직 그러냐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향내가 진하게 코끝에 남아있기에. (몰랐는데, 소중한 사람의 향내는 잘 지워지지 않더라.)

 

♬ Joni – Lost in Space

 그래서 겨울 냄새가 공기에 담길 때쯤, 나는 바빠질 준비를 한다. 아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미성숙함을 가리는 용도로 무관심을 택한 나는 그저 모르는 척, 매일 약속을 잡고 학원에 등록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12월이 시작되면 더욱 심해진다.

 

 

 거리에 캐롤로 가득 차기 시작할 때쯤, 남은 7명의 단톡방에는 정적이 생긴다. 이미 각자 너무 무거워서, 또는 어떠한 언급을 할 수 없다는 약속을 한 겁에 질린 아이들 마냥. 간간이 ‘건강 조심해’, ‘밥 잘 챙겨 먹어’, ‘옷 따뜻하게 입어’, ‘서울 눈 왔던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와 같은 형식적이지만 많은 생각이 담긴 걱정들이 오간다. 그에 대한 답변도 평소와는 다른 ‘고마워, 너도 몸 챙겨’가 대부분이다. 솜이 물에 젖어 무거워지듯이, 우리도 점점 다가오는 31일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래서 12월에는 신촌을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 17살의 내가 지나다닌 신촌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날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했고, 뭘 먹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한 약속까지 너무 생생해서. 17살 학교 여행에서 친해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버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들까 무서워서. 꼭 신촌을 지나야 할 일이 생기면 신촌 내부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신촌 바깥 면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바깥 면을 따라 돌아도 계속 홍익문고와 마주친다. 올곧게 항상 그 자리에서 빛나는 홍익문고의 간판은 가끔 누가 좀 가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다.

 

 

♬ Flower Face – Ruth

 며칠 전, 처음으로 12월이라는 시간을 이겨내고 신촌을 제대로 다녀왔다. 글을 써야 한다는 핑계로 신촌을 마주할 기회가 생겨 내심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점점 신촌을 거닐며 나도 모르게 지금 친구가 담긴 상자 옆에 둘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신촌에는 이런 곳도 있다고. 우리가 걸었던 큰 길 외에도 옆에 가로등이 참 예쁜 골목이 있고, 추운 날씨에도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크리스마스를 힘껏 뽐내는 조명들도 있다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려는 듯이. 설명의 목적은 이렇게 멋진 신촌에 나 혼자 와서 미안하다는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홍익문고에서 시작된 신촌 여행은 결국 나를 위안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기적일지라도 스스로 하는 위로를 얌전히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칼럼니스트가 남긴  “삶의 한 단계의 마무리는 결국 그 단계를 계속 되짚어 생각하지 않고 털어낼 때 완성된다.”라는 말을 핑계로. 노래에 맞춰 한 발자국씩 신촌을 걸으며 남은 사람의 역할에 대해 정리했다. 영원히 잊지는 못하겠지만, 신촌 여행에서 내 숨구멍을 하나 찾으려 애썼다. 

 길어진 생각의 끝이 날카롭게 나를 찌르려 하면 생각을 멈추고 노래를 따라 걷기만을 반복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생각이 “12월, 신촌에서 조금은 편안해져도 괜찮지 않을까.”와 같은 작고 동그란 결론으로 나올 때까지.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한없이 잠식될 것 같은 순간이 온다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신촌 곳곳을 걸어 보길 바란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신촌에서 숨구멍을 찾았듯이 당신도 당신만의 ‘에어포켓’을 찾아 조금은 편안해지길 바란다는 뜻이다. 

   

 나도, 당신도 그대로 침몰하기에는 너무 소중하지 않은가.

 

♬ Winter Aid – Softly

 

 

 

 

 

 

 

 


에어포켓: 선박 침몰 시 방출되지 않은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을 지칭

메르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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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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