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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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2 · 05 · 23

Running Through

Editor 개굴

벚꽃이 흐드러진 우물 위로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가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우물에 갇힌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기 전까지 동그랗고(혹은 네모난, 별 모양일 수 도 있겠는걸?)작은 구멍 하나가 하늘의 전부라고 믿을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우물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그때가 돼야지 좁은 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말이다.

 신촌 냇가에 흘러내려온 올챙이 한 마리가 바로 그렇다. 그 올챙이는 자신이 흘러들어온 신촌 냇가 옆에 있는 우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곤 그 곳에 자리잡고 하늘을 보며 멍때리는것을 취미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바람결에 꽃잎이라도 떨어지면 그 향에 취해 하루종일 설레이며 이 시간이 흘러가지 않기를 바랬다. 이곳이 신촌의 끝인마냥 더 이상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지 않고 새로운 인연도 찾지 않았다. 마치 머무는 이 곳이 세상의 전부인것처럼.

눈가리고 아웅

 

우물 안에서의 삶에 꽤나 만족했지만 다리가 자라나기 시작한 올챙이는 조그마한 하늘 너머도 똑같이 푸른색일지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우물 밖을 나서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건지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아니 그건 핑계고 사실 이렇게 혼자 살아온 징그러운 존재를 좋아해줄 누군가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궁금증은 커갔지만 이번에도 선뜻 밖으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꼬리 지느러미 말고도 몸을 움직일 수단이 생겼지만, 우물 밖 정해지지 않은 현실들과 미움의 눈초리가 두려워 더 깊은 물 속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물속으로 더 깊숙이 숨어버리기에는 밖으로 나갈 튼튼한 다리가 더욱 굵어졌고, 아래를 향해 흔들던 꼬리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물 밖으로 나갈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몸이 말하고 있었다. 이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애쓰던 올챙이는 그렇게 개구리가 됐다.

  그 고집이 꺾이게 된 건 일순간의 일이었다. 추운 겨울바람에 물이 얼어 아래로 숨을 수도 없고 겨울잠을 자기에는 파고 들어갈 굴 조차 만들 수 없던 어느 날, 겨울에 느낄 수 없는 따듯한 바람이 우물 안을 휘젓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신촌은 이곳이 끝이 아니란다. 더 나가서 바라보고 오면 어떻겠니? 그리고 이렇게 멋진 초록색인데, 세상에 누가 너를 싫어하겠니?”

 

“개구리 치고는 노래를 못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낯선 바람의 한 마디에 눈가가 촉촉해진 개구리는 물었다.

 

“그럼 그 옆에 있는 악기 한 번 연주해보면 어때?”

 

“우물 위에 올라가 신촌 냇가를 보고 모두에게 이곳이 얼마나 멋있는 공간인지 표현해보자!”

 

운이 좋아야지만 볼 수 있던 태양은 항상 머리 위에 있었다.

 

바람의 대답에 힘껏 뛰어올라 우물 위에 섰을 때, 개구리는 처음으로 밤이 오기 전까지는 해를 계속 볼 수 있음을 알았다. 

옅은 오렌지색 하늘이 겨울이 아닌 것 같은 따스함을 자아내는 날씨였다. 그리고 슬쩍 돌아보니 이곳은 꽤나 멋진 곳이었다. 

목청은 좋지 못하니 가지고 올라온 악기로 이 풍경을 노래해보자. 

 

가만히 듣고 있던 바람은 

 

“다양한 계절이 생각나는데 어쩐지 여름이 조금 그리워지네! 계절이 돌아오면 그때 다시 들려주렴!”

이라고 말하곤 잠시 뒤에

 

“그때까지 꼭 우물 밖에서 많은 것을 보고 더 좋은 곡을 만들어줄 수 있겠니?”

 라고 물었다.

 

개구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펜과 종이, 기타를 들고 우물을 벗어났다. 신촌 냇가에 더 좋은 곳을 발견하고, 기록해서 좋은 음악을 바람에게 다시 들려주겠다고 말이다.

 

위로 올라가는 길이 마냥 힘들지는 않을거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의 문턱에서 제법 신촌 냇가의 많은 곳을 돌아본 개구리는 가만히 기타를 들고 우물 위에 앉아있었다. 그리곤 신촌을 표현한 여러개의 종이를 놓아두고 연주를 시작했다.

분명 색바랜 오렌지색 여름 하늘을 담은 곡이었다. 

언제 도착했는지 모를 바람이 연주를 가만히 듣고있다 곡이 끝나니 

 

“기타소리가 들려서 찾아왔어.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곤 개구리를 꼭 끌어안아줬다.

 

 그날 이후 개구리는 더욱 더 신촌 냇가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아름다움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보고 글로 써내려가고, 노래를 지어 이곳을 표현했다. 자신이 처음 인정 받고 사랑받고 있음을 알았던 그때를 추억하며. 

 

우물 밖에서 우리의 존재는 먼지처럼 무의미 하지 않았다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 그 개구리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 신촌 어딘가를 폴짝폴짝 뛰며 바람과 함께 새 노래를 짓고 있을지도? 가끔 비가 오지 않아도 개굴개굴 우는 소리와 함께 기타 선율이 들린다면 반갑게 맞이해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에디터의 이야기일수도, 픽션일수도, 이제 막 예술활동을 시작하는 어떤 아티스트,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해석은 독자여러분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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