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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2 · 06 · 21

347. 2022년도 대학통학능력시험

Editor 뜬구름

통학은 전쟁이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전장이다. 이 전장에서 통학러들은 다양한 것과 싸운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고 난 뒤 학교에 도착할 때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다.

그런 통학의 어려움을 잘 아는, 또는 모르는 당신을 위해 통학러 학력고사를 준비해 보았다.

 

 

통학러 학력고사를 모두 풀어낸 당신!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통학러가 아닌 당신! 정말 부럽다.

 

1~3점 : “소문 듣고 왔습니다. 여기가 그… 어디지?” 새내기 신촌 통학러.

4~6점 : “오~ 지도 보니까 할 만 한 걸?” 초급 닌자 신촌 통학러.

7~9점 : “지각? 감점? 내 사전에는 없다.” 축지법 쓰는 전우치 신촌 통학러.

10점 : “이것만은 안 쓰려 했는데. 시간을 다스리는 자!” 시간을 다스리는 신촌 통학러. 

 

 

 

 

통학러의 슬픔

 

 

통학러들이 싸워야 하는 상대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우선 매일매일 벌어지는 타임 어택에 대해 논해보자. 넉넉잡아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거기에 버스 탑승 -30분 전에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며(배차간격이 제멋대로인 탓) 준비를 위해 출발 –40분에 일어난다. 여기서 옷 고르기, 샤워, 짐 챙기기 등등까지 계산하면 기상시간은 -α 까지 줄어든다. 갈아타는 횟수가 많을수록 제멋대로인 배차간격을 고려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과정을 거쳐 30분 일찍 정류장에 도착하더라도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 확정된다. 약속 시간 1시간 전 정류장 혹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꼼짝없이 지각을 기다리는 그 절망감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이와 같은 변수들 탓에 통학은 늘 긴장감 넘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경기도민은 패닉에 빠져 K맵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출근 시간일 경우에는 택시도 지각을 무마해주지 못한다. 통학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초조하다.

 

그뿐만이랴. 집에 가는 광역버스는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멀미를 해결하기 위해 커튼과 창문을 더듬어봐도 바람이라고는 에어컨에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찬바람뿐. 인공적인 바람에 몸이 필요 이상으로 식는 기분은 조금 불쾌하기도, 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공기가 차갑다고 해서 상쾌해지는 것은 아니다.

 

 

답답함에 멀미가 심해질 때면 귓구멍을 이어폰으로 틀어막는다. 단 하나의 소음도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옆자리 사람과 버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투명해지도록 음악에 집중한다. 그런데도 곤두선 신경은 가라앉지 않는다. 렌즈를 낀 눈은 건조하고 팔다리는 늘어지고 감각은 둔해지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신경에 거슬린다. 옆자리 인간이 아닌 척 머리를 기댈 때면 살인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광역버스가 고속도로를 타버린 상태에서 신촌에 무언가를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으면 버스에 있는 내내 손톱을 물어뜯다가 내리자 마자 건너편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간다.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가 들려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에 질려버린 나는 또 다짐한다. 방학이 되면 면허를 따거나 다음 학기에는 기숙사를 가겠다고. 오랫동안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행해보겠다고.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다음에도 나는 똑같은 버스를 타고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똑같은 보도블럭을 밟고, 왕복 3시간이 넘는 이 고행을 반복할 것이라는걸.

 

하지만 항상 통학이 힘든 것은 아니다. 우연히 횡단보도가 빨리 켜지고 버스가 빨리 오고 지하철이 바로 오면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에 들뜬다. 거기에 오늘치 운을 다 쓴 거라면 말이 달라지긴 하지만 약속시간 3시간 전부터 준비한 것도 다 잊어버릴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길거리의 풀꽃이 아름답고 날이 좋으면 서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눈을 뜨고 있으면 항상 보이는 그 길이 보인다. 2호선, 명동국민은행앞(대부분의 경기도민은 퇴근 시간에 이곳으로 모여든다), 광역버스, 한강을 건너고 고속도로를 타고 우리 동네로 오게 되는 길. 언제부터 이 길이 피곤해진걸까. 이 버스의 창문에 달라붙어 야경을 내려다보거나 한강을 바라보며 웃던 기억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학교 가는 길이 설레기만 하던 때도 있었다.

 

 

 

 

새내기의 통학

 

 

새내기 시절,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에 신촌을 한 번 가기도 어려웠다. 규현이 부릅니다. 신촌을 못가. 나는 신촌 소재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인데도 신촌에 발을 들인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자식을 과보호하시는 비서울인 부모님은 서울을 악의 소굴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PC방, 노래방, 그리고 서울(특히 이태원)을 겹쳐 보신다. 인서울에 그렇게 목을 매었던 분들인데도.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제는 대학 동기들이랑도 친해지라며 성화시다. 그럼에도 통금시간은 11시로 고정이다. 진정한 경기도민은 이런 모순도 견디며 통학을 해야만 강해진다. 우산 없이도 비를 뚫는 패시브 스킬은 모순을 견뎌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신촌에 입성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 몇 번 못 가본 경기촌놈이라서 혹여 촌스러워 보이지는 않을지 사람들과 나의 옷을 비교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다 사람 사는 동네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나는 움츠러들어 있었다. 무엇에 그렇게 쫄았던 것일까.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우리 동네에서는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가 골목마다 들어서 있다는 것. 오락실이 3층까지 있다는 것. 그리고 대학가답게 즐비한 술집들 탓에 긴장이 더해졌던 것 같다. 어지럽게 엉킨 지하철도, 정렬되지 않고 복잡한 교차로도 길치인 나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사실 서울사람들도 무서웠다. 위치가 변하지 않는 버스를 연세로에서 20분간 기다렸던 것도 기억이 난다.

 

 

처음 보는 3층짜리 오락실에서 펀치기계도 때리고 농구도 하며 신촌과 친해졌었다. 영광의 222점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 신기하다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 나는 서울의 모든 것이 두렵고도 신기했다. 그러나 신촌과 친해지면서 서울에 대한 무지와 편견, 환상이 하나씩 깨졌다. 이제는 더 이상 어깨가 귀에 올라붙을 정도로 긴장하지 않는다. 피로감과 짜증은 현대인의 만성적 통증이라 어쩔 수 없다고 치면 이 정도면 신촌잘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2호선의 짙은 초록색을 보면 심장이 뛰는 시기는 떠나보내고 이제 신촌역과 이대역이 보이면 마음이 놓인다. 이대역에서 이화여대로 향하는 언덕을 걷고 있자면 긴장은 어느새 풀리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신촌은 그렇게, 어느새 제2의 고향이 되어있었다.

 

 

 

통학하는 모든 신초너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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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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