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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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06 · 22

179. 셀리스도넛

Editor 홍

우리의 운명 (보건교사 안은영 Original Soundtrack from The Netflix Series)

 


 자,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고. 내가 문 열고 들어간 도넛집이 알고보니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뭐 그렇게. 창은 양쪽으로 열려있고, 바람은 살살 부는데, 풀냄새는 기가 막히게 코를 찌르고, 축축한 밤공기는 왜인지 저 길건너 빛나는 핑크색 베이커리가 누가 봐도 ‘마법의 그것’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니까. 마침 음악은 틀어져있고, 내 손에는 무지개 삼단봉**은 없어도 무지개 형광펜 몇 개는 들려있고. 아 이건 시험기간이라 그런거였지. 그래 어쨌든 그렇게 생각해보자고.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을 파는 마법사의 베이커리. 시간을 돌리는 빵, 저주를 내리는 빵 등, 다양한 마법 빵을 판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민음사 : 보건교사 안은영 속 주인공 ‘은영’ 이 매일 기를 충전해 가지고 다니는 무기.

 빵에 대한 묘사가 사랑스럽던 어느 소설처럼, 그래 나도 한 번 나만의 빵집을 사랑스럽게 묘사해보자 그런거지 뭐. 

 

 

 2022. 04.22


신촌 이쁜이 👻

홍아 일요일엔 까먹지말고

산책하는겸 신촌에 도넛사러가자

 

싱촌에 

도엇가게가

잇오ㅓ?

(Trans- : 신촌에 도넛가게가 있어?)

 


에디터는 언어감각을 잃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말이야….

 도망치고 싶어 뛰어들어간 마법 빵집의 단골이 되어버린 위저드베이커리의 주인공처럼, 그날 뛰쳐들어가버린 빵집이 마법 빵집이였던 그 우연처럼, 내가 셀리스를 만나게 된 것도 너무나도 우연적이어서, 그러니 입에서 조금 굴리다보면 네모난 말이 되어 운명적으로 느껴져서.

 이 순간이 마법 같아서 그런거지.

 나는 지나가듯 도넛이 먹고 싶다고 블로그를 썼고, 친구는 지나가다 그 블로그 글을 봤고, 나는 때마침 시험기간이었고, 죽어가고 있었고, 친구는 나를 밖으로 꺼내야 했고, 도넛으로 나를 꼬셔야했고, 나는 못 이긴척 져줘야했고, 나가줘야했고, 그러니 나는 패배와 동시에 승리하는 기분을 만끽해야했지. 삑 삐빅- [입력값 /System/ 혼자 있고 싶다며 약속을 거절하다 못해 도를 닦을 것 같은 고독한 대학생을 위한 휴학생의 깜찍한 외출 계획 /System/ 출력값 그녀는 <홍>의 [기분전환및투정같은행복]을 얻어냈다!]

 한참 학교를 산책하다가 친구가 술집 방향으로 꺾었어. 포토 시그니처 건너편 그 술집 가득한 골목으로. 희한한 일이였어. 나는 술집같은 건  안 좋아하니까, 잘만 피해가다가 왜 갑자기 날 그곳으로 끌고 가는지. 도망치려고 나왔는데 잡혀왔다, 낭패다, 그런 기분.

 

 

 

 

 아, 그런데 웬걸. 갑자기 술냄새 가득한 골목에서 낭만 가득해보이는 도넛 가게가 나오는거야. 이런 곳에 도넛집이 있다고? .

 맞다, 도넛 먹고 싶다고 했었지 나.  나도 기억 못 하는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게 저번부터 참 이상하고 신기하고 기묘하고….. 대충 그냥 숨막히도록 사랑스럽다는 뜻이야. 그 마음들이.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쇼케이스에 잔뜩 들어있는 아기자기 옹기종기 오밀조밀 도넛들을 보고는 팡-하고 한꺼번에 터져버린거야. 내 마음이. 젤리처럼. 

 

 

말그대로, 펑

 

 

 

 

 키오스크가 들어오고 사실 가끔은 좋았어. 점원에게 말 거는 게 세상에서 젤 힘들때가 있거든. 몸도 마음이 지칠 때엔, 희한하게 주문하는 것도 힘들었어. 그래서 안 먹고 말지, 하는 심정으로 지나치던 것들이 내겐 버튼 몇 번으로 해결된다는 게 좋더라고. 물론 키오스크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버벅임 그러니까 인간이 패배당한 기계의 모순 은 여전히 싫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말할 힘도 없어서 키오스크를 눌러야 했지. 

 먹고 가기 대 포장하기의 싸움. 남들에게는 지겹도록 머리 아픈 고민이라던데, 나는 만날만날 포장해서 집에서 먹는 게 좋았어. 근데 이상하게 이날은 날 데려온 친구랑 먹고 가고 싶더라고. 

 삑 삐빅-  [먹고 가시겠습니까?]

.

.

.

 

 Yes!

 

 

위저드베이커리의 오븐처럼, 2층으로 올라서는 길

 

 2층은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좌석들이었어. 감시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이 퍽 나쁘지 않더라고. 한발한발, 쏟지 않게. 도넛 네 개와 음료 두 잔을 들고 올라가는 계단. 쏟으면 안 돼. 마법가루가 하나라도 날아가면 어쩌겠니.

 

 


펑, 도넛 네 개 등장!

 

 수제 프리미엄 도넛집이라 그런지 도넛 종류는 되게 다양했어. 한라봉 크림 도넛, 크림브륄레 도넛, 인절미 카스테라 도넛…. 도넛을 좋아한다면서 크림은 못 먹는 나 때문에 구멍 뽕 뚫린 링도넛 네 개만 챙겨왔지만, 근데 있지. 그것도 참 좋았어. 

  오리지널 링도넛, 초코 링도넛, 솔티카라멜 링도넛, 누텔라 링 도넛… 링..딩동 링딩동.. 링디기딩디기 링딩딩

  도넛엔 아이스 아메리카노인데, 얼그레이 차를 시킨 친구를 한쪽 눈으로 흘겨보며 빵 한쪽도 네 조각으로 나눠먹었지. 

 달고, 텁텁한 누텔라. 혀에 짜안뜩 묻은 그 초코 소스. 한참을 입에서 맴맴 단내를 굴리면, 퐁실퐁실한 빵이 녹고, 그 녹은 빵에 묻은 단맛을 마지막으로 목에 넘기고, 목이 텁텁해져 울고 싶은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을 때엔, 쓰디 쓴 아메리카노 한 입을 넘겨 씻어버리는거지. 아무도 내 목구멍이 뜨거워졌었다는 걸 모를걸? 

 그러니까, 이건 당신과 나 사이에 일종의 완전범죄같은거야.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어떻게 먹겠… 와앙

 

 

  또 어느 때처럼 연애 얘기나, 학교 얘기나, 시시콜콜한 그런 거. 그런 얘기들만 잔뜩하다 나가려니 했는데, 멍해진 뇌가 멍한 말을 내뱉었어.

 셀리스, 셀리, 샐리 … 어 그래 그거. 샐리의 법칙*** 같은 거. 이거 먹으면 샐리가 될 수 있어?

  등짝을 때리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진지한 아무말 대잔치가 돌아왔지. 

***샐리의 법칙 : 계속해서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일이 일어남을 뜻하는 용어다. 머피의 법칙과는 반대되는 말, 영화 <해리가 샐리가 만날 때> 에서 파생되었다.

 

 

 

 

  시시콜콜한 얘기들. 그런데도 눈물나게 다정한 얘기들. 지독한 단맛 때문이라고 핑계나 댔어. 원래 당은 사람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잖아. 핑핑이처럼. 

 삑 삐빅-  [System Error][System Error]  혈중 당 농도 89% [System Error] [System Error]  당 수치 과다! 당 수치 과다!

 

 

셀리네 굿즈를 사서 ‘셀리’의 법칙을 만들어볼까 그럼?

 

 

  한참을 퐁실퐁실 도넛을 먹다 친구가 “그럼 너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 살거야?”

 라고 물었어. 그러니까, 기억을 지우는 빵, 시간을 돌리는 빵, 누군가를 저주하는 빵….. 그런걸 돈 주고 살거냐는 물음이었지.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예전엔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지. 왜냐면, 나를 상처입혀 누군가를 저주할 정도로 사람을 미워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불행하잖아. 지나간 과거로 돌아가기엔, 지금의 내가 너무 안쓰럽잖아. 과거의 내가 이 악물고 바락바락 커서 만들어진 나인데. 

 그러니 나는 몇 개나 들고서는 내 세상의 젤리들을 물리치기로 했지.

 

 

 

친구가 그려준 보건교사 홍처럼

 

 

 절대적인 무해함 그래 은영이와 인표의 그런거 따위나 믿고 살면서. 이유는 몰라도 아이들은 보호해야하니까, 같은 무해함과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욕을 내뱉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것처럼. 적어도 그 정도 무해함은 가져야 이루어지는 사회니까. 적어도 그래야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적당히 예민하고 적당히 무해한 이 삶이, 이 가치관이 언젠간 힘이 되어 누군가의 무해함이 나를 구할 거라 믿어보기로 한 거지.

 그러니까 또 지독한 단맛 때문이라고 핑계나 댔어. 원래 당은 사람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잖아. 삑 삐빅- [System Error]  [System Error]  혈중 당 농도 99%  [System Error] [System Error]  당 수치 과다! 당 수치 과다!

 

 


그러니까 그냥 사진이나 펑- 찍어버리자

 

 

 나오는 길에도 예쁜 포토 스팟이 있을 건 뭐람. 가뜩이나 오른 당 수치가 설렘과 흥분에 더 에러 사인을 보내잖아. 싫다는 얘기는 아니야. 오히려 좋다는 뜻이겠지. 내가 그래, 괜히 또 투정같은 행복. 근데 이게 내 방식이거든. 

  분홍색 도넛 위에 뿌려진 캔디 스프링클 같은거야. 모나보이는데 머리 찡하게 단 거. danger 위험한 매력이라고 치자. 

  그러니 그만 투덜대고 도넛 아래 도넛같은 동그라미나 그려보라는 친구 말에 못 이긴척 의자에 앉아 동그라미나 그려댔어. 

 일종의 OKAY 사인이었지.

 

 

 삑 삐빅- /System/  IF 행복, 머리 위로 오케이 사인을 그린다

.

.

.

OKAY!

 

 

앨리스, 셀리스, 샐리, 이상한 나라

 

 

 

 

 밤에 찾아간 그곳은 더 마법 빵집 같더라. 어때, 뛰어들만하지 않아? 달달한 거 하나 해볼래? 머리가 핑핑돌게. 행복은 별 게 아니잖아. 그냥 자주 기쁘고 웃으면 행복한거 아니겠어? 나는 그것보다 더 자주 불행하지만 시련은 행복의 사이에 때때로 단편처럼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행복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행이라는 감정이 공존해야 하는 그 역설법 때문에.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위한 더 큰 불행.

 

내게는 유치한 희망이 필요해.

.

.

머리 아프게 단 도넛 먹으러 가자는 말 한마디처럼.

 

 

그러니까 나는 그냥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맛있는 거 먹고 잘래.

 

 

 

 

 


 

셀리스도넛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1 1층 셀리스도넛

12:00 ~ 22:00

0507-1394-4484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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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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