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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07 · 06

181. 밥, 카페, 술집 말고

Editor 신나우

밥, 카페, 술집 말고

 

 에디터 뽀

젊음의 신촌, 청춘의 신촌,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신촌. 번잡한 이 도시 앞에 그럴듯하게 붙은 수식어는 대개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다. 갓 대학에 들어온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고 놀다 죽을 것처럼 무리지어 다니기 딱 좋다는 뜻인가. 불이 켜진 가로등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바삭하게 튀겨지는 날파리처럼. 오늘 술을 마시고, 내일 또 마시고, 모레도 마실 예정이었던 새내기 시절의 필자처럼.

아무튼 신촌이라는 공간이 밥, 카페, 술집의 메카라는 사실은 다들 익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온 세상 프랜차이즈는 다 모아놓은 듯 줄줄이 늘어져 있는 식당과 카페를 지나치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술집 골목이 등장한다. 계속 걸어서 골목을 벗어나면 처음 보는 술집이, 그리고 또 골목을 벗어나면 친구가 추천해줬던 다른 술집이, 그리고 그 끝에 어쩡쩡하게 위치한 초등학교가…

 

초등학교가..?

 

굳이 여기? 있는 것도 잠시, 또 다시 초등학교를 빙 둘러싼 술집이 있다. 새삼스럽게 신촌 재미없다~ 투덜대봤자 별 수 없다. 그건 사실 신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 만나는 현대인들의 재미에서, 밥-카페-술집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우후죽순으로 밥 카페 술집만 줄줄이 생기는 번화가의 생태 탓인지 아니면 나 자체가 밥 카페 술집 아니면 따로 놀 궁리를 잘 못 해내는 인간이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이쯤에서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 필자의 아주 간단한 데이트의 코스 짜기. 필자(25세, 여성, 무직)는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 장소는 여름의 신촌. 줄 서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간다. 얼음까지 다 씹어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바닥을 보인지 오래지만, 그럴듯해보여서 고른 디저트는 너무 달아 몇 조각 남기기 일쑤인 빛 좋은 개살구다. 턱이 뻐근해질때까지 웃고 떠들다가, 에어컨이 견딜 수 없이 차가워지면 일어난다. 나온지 3분만에 땀이 줄줄 흘러 후회한다. 시덥잖은 것들을 모아놓고 비싸게 파는 소품샵이나 가끔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예정 없는 지출을 만들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게 전부인 주얼리-제로웨이스트-이센스-옷가게-를 돌아다니며 에어컨을 찾는다. 아, 이젠 전혀 새롭지 않은 것, 필수적으로 들려야하는 곳도 하나 생겼는데, 바로 인생네컷이다. 추억 기록용으로 한 장. 어쩌다 보면 두 장. 약 95%의 확률로 이 루트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냥 님이 재미없는 사람이라 그런 것은 아닌가요…

좋은..좋은 질문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 자체가 새로운 것에 대한 로망이 아예 없는 사람인가 하면 또 아니기 때문에. 공을 도랑에 끊임없이 빠트리는 재주를 자랑할 수 있는 볼링장이나 퀘퀘하니 물비린내 가득한 실내 낙시터도 속이 울렁거지만 가끔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는 해도 원체 겁이 많고 게을러서 누가 멱살 잡고 끌고가주지 않으면 새로운 곳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 인간인지라 틀린 말도 아니긴 합니다만. 밥-카페-술집 루트로 노는 게 재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 고플 때가 있다는 말씀.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암묵적으로 잘 바뀌지 않는 밥-카페-술집 코스를 훌쩍 뛰어넘는. 뭔가 독특한 도전이 없을까. 밥, 카페 술집이 아니라서 진입장벽이 높지만 그래서 매력이 있고, 그래서 더 떠들고 싶은 곳에 대해서.

 

 

#바늘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149874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협각류의 외피를 얻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랬더니 다소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글을 시작하게 된 일을 미리 미안하게 생각한다. 분명히 공간에 대한 감상인데 어느새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무엇과 뒤섞였다. 신촌에서의 첫 대학 생활, 첫 전공 수업에서 다루었던 첫번째 문학작품에서 나온 인상적인 구절이다. 천운영의 <바늘> 속에서 문신사는 남자의 허벅지에 긴 바늘로 두툼한 거미를 새겨준다. 단단한 첨단에 생살이 베어나가는 것을 남자는 마취 없이 견딘다. 긴장을 표할 수는 없다. 문신사가 따라준 코냑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게 고작이다. 그는 자신의 허벅다리에서 점차 뚜렷히 드러나는 거미의 윤곽을 느끼며 두려움을 잊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 문신사는 남자가 공포에 질렸다는 사실을 알기에 침묵으로 응수한다. 남자가 협각류의 외피를 얻을 자격이 있는지를 내내 가늠하며 선을 긋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cy_hong&artSeqNo=11823470

이는 들어본 사람이 분명 있을법한 김영하의 장편 소설 제목이지만, 그보다는 사강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열여덟살에 등단한 프랑스의 천재 소설가는 부르주아다운 사치와 방탕에 빠져 살다가 노년에 이르러 법정에 섰다. 마약에 취한 자신을 변호하며 한 말이 이것이다. 가타부타를 떠나 법정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자체가 과연 비범하기 짝이 없어 나는 조용히 감탄한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는 그가 지독한 독서광이었고,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발간되어도 절대 읽지 않는 자존심 강한 문학가였다고 했다. 성장기 사강의 정전은 톨스토이였으므로 그에게 있어 <길모퉁이 카페>나 <슬픔이여 안녕> 같은 문학은 특출나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듯 싶다. <길모퉁이 카페>의 인상적인 문구들을 달달 외워서 노트 한 켠에 끄적이곤 했던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고백.

 

#그 밖에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966735

그리스 신화 속의 아마조네스들은 활을 쏘는데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가슴을 잘라냈다고 한다. 폴리네시아 신화의 반인반신 마우이는 형들이 미끼를 독식하고 낚시에 끼워주지 않자 자신의 코피를 낚시줄에 묻혀 하와이를 낚았다더라.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은 통달한 지혜를 얻는 댓가로 자신의 왼쪽 눈을 뽑아 강에 바쳤고, 전쟁의 신 티르는 포악한 늑대를 달래기 위해 스스로 한쪽 팔을 그의 입에 넣었다. 

어릴적부터 나는 아프지 않아도 피만 보았다 하면 반사적으로 눈물이 찔끔 나는 아이었기에 신화 속에 수도 없이 반복되는 자기파괴적 이야기들에 경악했다. 경악하고 경악하다가 결국은 자석의 반대극처럼 흥미를 느끼게 됐는지도. 최근에는 <딥 블루 씨>를 재밌게 보았는데, 수잔 박사가 자신의 손에서 흐르는 피로 식인 상어를 유인한다. 최후는 좋지 않았지만.

 

# <데드 피어싱>

소설과 영화, 에세이와 신화를 넘나들며 정리되지 않은 채 널부러져 있던 인상들을 틈 날 때마다 모았다. 그것들은 가끔 타이밍 좋은 충동의 힘을 빌려 내 몸에 각종 물리적인 흔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반짝반짝한 큐빅이 꼭 맞게 들어갈 수 있을만큼만 뚫린 작은 구멍들. 협각류의 외피나, 아마조네스 이야기를 거창하게 떠벌려온 것을 생각하면 우습게 느껴질만큼 사소한 흉터이긴 하다.

암묵적인 이대생들의 흡연스팟이었지만 어느샌가 금연 표지판이 떡하니 붙어있는 52길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천천히 들어가다 보면,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가게들 가운데 그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데드 피어싱>이 있다. 언뜻 살펴본 가게의 색은 심플하다. 서지컬의 은색, 조명을 받은 금속의 황금색, 그리고 검은 색. 왜 제대로 된 가게의 외관을 설명하는 대신 색으로 뭉뚱그려 넘어가려고 하느냐면, 고백하는데-사실 나는 그 가게를 바깥에서 3초 이상 자세히 지켜본 적은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귀를 뚫는 것으로 유명한, 반짝반짝한 메이저 아이돌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아이돌은 온데간데 없이, 눈썹을 밀고 얼굴을 하얗게 칠한 마릴린 맨슨이 불쑥 나타나서 인사할 것 같은 그런 공간. 전자의 스타일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게의 emo한 감성은 가~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도<데드피어싱> 방문이 이번으로 벌써 네 번째다. 들어갈때마다 괜시리 긴장하게 되는 가게의 음침함이나 강렬한 간판의 이름과는 달리, 문을 여는 순간 조곤조곤하게 인사해주시는, 친절한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큐빅을 고르고 나면 피어싱을 뚫는 일은 쉽다. 소독약을 바르고, 장갑을 끼고,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따끔하고 나면 어느새 끝나있다. 하드코어한 가게 스타일에 완전히 얼어있던 찰나, 섬세하고 꼼꼼한 사장님의 시술은 오히려 일종의 반전매력으로 작용할 정도다.

 

#어깨끝까지

처음 피어싱을 뚫었을 때는 어땠지. 얼마나 아팠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래 감각은 지나가는 순간 바로 퇴색되기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정도로 아파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너무 엄살부렸었나 싶고, 당시에는 견딜만했다 싶었던 일도 나중에 와서는 어떻게 해냈나 싶은 법이다. 흘러가는 감각을 붙잡아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억지로라도 글로 남겨두려고 했다. 트라거스를 뚫고 딱 다섯 글자 적었다. “어깨끝까지.” 언제, 어디서, 뭘 뚫었는지도 없다. 어깨 끝까지? 뭐가 어쨌다고? 기억도 안 나는데 괜히 궁금증만 커졌다. 말도 길게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프다면, 그냥 타자 치지 말고 쉬는 게 낫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쳐오는 삶에서 늘상 의연한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숨쉬고 있는 나에게는 오직 나의 감정만이 허락되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해보면 다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느니, 시간이 약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슬프게도 효과적인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내가 지금 겪는 감각과 감정의 대부분이 쉽게 과열된 것임을 눈치껏 알아챈다. 앉은자리에서 열 번을 갈아끼워도 아프긴커녕 아무 느낌도 없는 귓볼의 피어싱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생살을 뚫는 순간에는 눈물이 핑 돌았을 것 아닌가. 그래서 오늘 하루도 의연하게 잘 보내보려고 한다. 손톱만큼만 피가 비쳐도 세상 떠나가라 울던 내가 목에 닻을 내리고도 잘만 돌아다니니까.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 보기로. 

 

 

 

#<스트라이크 팡>        

에디터 신나우

 

 

밤새 돌아가던 낡은 선풍기에서 나는 소리다. 

자고 일어났다. 

 

오늘은 밥-카페-술집 빼고 진짜 남는 걸 하나 찾아볼 계획이다.  어제 미션을 완수한 에디터의 지령을 받고 필자(25세, 남, 무직)는 신촌으로 향했다.

무직이지만 할 일은 있다. 심심할 틈 없이 하루를 채운 시간표 대로 수업을 마치고, 미션을 시작했다. 공강 시간에 허겁지겁 먹은 학식 탓인지 배가 고프지가 않다. 사실 저녁 먹을 시간도 아깝다. 밥, 카페, 술집 말고 프로젝트는 흔히 떠올리지 못했던 신촌의 즐길 만한 공간을 찾는 잔치의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미션에 과몰입한 두 에디터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저녁 6시쯤부터면 항상 사람이 넘쳐나는 곳. 신촌에서 만나는 모두의 약속장소이자 랜드마크. 바로 ‘빨잠’이라 불리는 빨간잠망경이다. 빨잠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복합놀이공간이 하나 있다. 가슴이 답답할 때. 약속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언제든 좋다. 스트라이크 팡으로 향해보자. 

 

 

#착한가격

 

게임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멈췄다. 야구는 1,000원, 투수는 2,000원, 사격은 3,000원,….뭐라고 이 가격에 다 즐기는 거라고…? 착한 가격에 마스크로 가렸지만 입이 떡 벌어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계단을 빨리 내려가기 위한 도움닫기는 물론 아니다. 착한 가격에 이 많은 걸 즐길 수 있게 해주신 게임장 사장님께 드리는 감사 인사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카운터가 있고, 인자한 웃음으로 사장님이 맞이해주신다. 입구에서 목격한 놀라운 가격에 에디터는 재차 확인하는 질문을 해봤다.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신다. 더 이상 물어볼 것도 없다. 게임장에 있는 코스를 즐기려면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 같았다. 입구에서 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넓은 공간이었다. 

 

#티격태격 타격 경쟁, 꽃피는 우정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야구 타격 기계다. 실제 야구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꾸며져 있어 야구선수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홈플레이트와 타석까지 깔끔하게 표시되어 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친구와 함께 왔다면 뜨거운 타격 경쟁으로 우애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다. 타격만 하면 아쉬울까봐 투수 역할도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타격존을 나오면 바로 옆에 투구 존이 마련되어 있다는 말이다. 사실 타격 기계가 있는 야구 연습장은 흔하다. 그러나 투구도 함께 할 수 있는 이 곳은 꽤나 특별한 셈이다. 단돈 2,000원에 공 9개나 던질 수 있다니, 타격하고 투구 안 할 수가 없다. 피칭 존에서는 구속왕과 제구왕도 월별로 선발하고 있으니 게임장 기록에 도전해 보자. 물론, 타격존에서는 홈런왕을 월별로 집계하고 있다.

 

 

#데이트코스 최고지

 

야구가 슬슬 지겨워진다면, 옆에 있는 사격과 VR 체험존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 두 코스는 연인들을 위해 추천할 만하다. 여자친구 앞에서 사격 솜씨를 뽐낼 기회다. 군대 썰만 꺼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라.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지루해하는 눈치라면, 얼른 멈추고 VR 체험으로 이동할 때이다. 4,000원에 달하는 이곳의 최고가 게임이지만, 이 가격에 VR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신촌에서 찾기 힘들다. VR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에 비하면 부족하다 느낄 수 있지만, 결코 아쉬운 정도는 아니다. 질리거나 중간에 포기할 걱정 없이 기분 좋게 즐기면 된다. 사격과 VR체험은 게임장을 방문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가족단위로도 와이낫

 

가족단위로 방문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빠와 아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충분하다. 양궁 전문 카페를 찾아가지 않고도 양궁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3,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아이들을 데려온 아버지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코스인 것이다. 양궁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면 흔한 동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농구 게임과 펀치 기계나 인형 뽑기 등도 준비되어 있다. 게임 하나에 쉽게 질리는 아이에게도 전혀 걸림돌이 없다. 한 코스 옆에 다른 코스, 그 옆에 상당한 숫자의 놀거리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에디터가 방문했을 때도 가족 단위의 고객을 두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스트라이크 팡은 이처럼 다양한 체험형 코스가 준비되어 있는 놀이공간이다. 밥 먹고 배가 부르거나 약속 시간이 갑자기 남는 경우 주저하지 말고 방문해 보자.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취향껏 골라서 게임을 즐기면 된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종합선물세트형 오락실이라니,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연세대학교 백양로>

 

스트라이크 팡에서 힘을 쏟아냈다면, 이제는 힘을 빼고 걸어보자. 다른 건 전혀 필요 없다. 그저 여유를 즐기며 발걸음에 몸을 맡겨보자. 에디터는 평소 즐기는 산책 코스인 연대 백양로를 걷고 싶은 마음에 학교로 향했다. 사실 밥, 카페, 술집 어디든 간에 공통된 것은 대화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혼밥, 혼카페, 혼술 못할 법은 없다. 혼자 가서도 나름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인 것 또한 맞다. 그래도 여전히 식당이든 술집이든 두 명 이상 자리 잡은 테이블이 훨씬 많이 보인다.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다. 신촌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길

 

대화를 즐기기에 최적의 코스는 누가 뭐래도 산책이다. 혼자라고 걱정할 건 없다. 머릿속 헝클어진 생각들과의 대화. 내 안의 ‘나’와의 대화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도 바로 산책로이기 때문이다. 길이라는 게 그런 점에서 묘하다. 길에 들어설 때면 그 끝이 안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짧은 길이나 알고 있는 길이 아니라면 말이다. 휴대폰 하나로 내가 가는 경로를 다 보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낭만은 많이 사라졌지만, 길이 갖고 있는 낭만이 있다. 

 

끝을 모르는 불확실성이 주는 낭만이 있다.

 

어쩌면 그런 길의 모습이 인생과 닮아 있어서 사람들한테 끌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당장 내일의 일도, 몇 분 뒤의 상황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삶. 눈앞에 보이는 거 말고는 보이지 않는 긴 길과 닮았다. 그래서 흔히들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 것일지도. 

 

 

그럼에도 일단 발걸음을 옮기면 걸을 수는 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지도 모르지만, 일단 보이는 데까지 걸을 수 있다. 갈림길이 있는지 없는지는 가봐야 안다. 확실한 건 일단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숨을 헐떡 거리며 내달리는 사람도 보이고, 가볍게 조깅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심지어 허리를 젖힌 채 천천히 발을 내딛는 사람도 있다. 어떤 속도로 나아가고 있든 간에, 다 길을 지나고 있다. 길에는 낭만도 있지만, 위로도 있다. 

 

#남자와 여자 이야기

 

술집 거리를 지나니 슬슬 연세대학교 캠퍼스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연대 방향으로 향해 가던 중, 눈앞에 한 남자와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둘 사이의 밀착하지는 않았지만 멀찍하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가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대변하는 듯했다. 설렘과 어색함 그 사이 어딘가. 아니면 그 둘 다.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뭐 그런 거.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온 창천교회를 바라보다가 남자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여자의 표정과 사슴 같은 눈망울에 남자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의 눈 맞춤을 뒤따라 따뜻한 밤공기가 두 사람을 감싸는 듯했다. 해가 진 여름 밤 공기는 덥지만 시원했다.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두드렸지만, 남자의 두 볼은 뜨거웠다.

 

어느새 연대 앞 횡단보도에 이르러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 건너 보이는 곧게 뻗은 백양로를 따라 캠퍼스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다. 초록빛으로 우거진 가로수의 향연과 밤을 밝히는 조명의 콜라보는 환상적이었다. 그러던 중에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졌고, 두 사람은 연대 정문을 통과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캠퍼스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그저 밤하늘을 밝히는 달빛만이 그들 머리 위를 비추고 있을 뿐.

 

 

눈앞에 학교 교훈을 새긴 비석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남자는 새내기 때 다른 학교 친구들이 교훈의 어순을 바꿔 술게임을 했던 일화를 풀었다. 

“하리라 너희를 진리가 자유케. 자유케 진리가 하리라 너희를…..”

 

별 거 아닌 이야기였지만 여자는 히죽히죽 웃었다. 그냥 웃겼다. 여자의 웃음이 남자에게 번졌고, 둘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백양로에 울려 퍼졌다. 

중간쯤 올라갔을 때였나, 여자가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때 대학 투어로 와서 독수리 동상 앞에서 사진 찍었던 이야기. 중앙도서관 앞에서 학교 홍보대사의 설명을 들었던 이야기…남자도 이에 호응하며 고등학교 시절 신촌을 동경했던 이야기를 풀었다. 학교 진로 박람회에서 네이비 색 과잠을 보고 반했던 얘기. 파란 티가 빨간 티보다 예쁘지 않냐며 단순한 논리로 학교 홍보하는 걸 들었던 이야기 등. 한때 자신의 꿈이었던 백양로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놓았다. 

 

 

설렘 사이에 공존했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둘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부딪히며 한 모금 마셨다. 맥주 한 모금이 유독 시원하고 달았을 거다. 그렇게 맥주 건배는 계속 이어졌고 둘은 어느새 백양로 끝에 이르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한 번을 뒤돌아 보지를 않았다. 뒤에 누가 있는지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분 탓인지 둘 사이의 틈이 조금 좁아진 것도 같았다. 남자와 여자는 에디터의 시야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행복, 용기, 그리고 신촌

 

남자와 여자는 윤동주 문학 동산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필자는 몸을 돌려 학교를 나가는 방향으로 백양로를 걸었다. 학교 밖으로 향하며 바라보는 백양로도 어찌나 아름답던지. 에디터는 방금 전까지 바라본 남자와 여자를 떠올렸다. 5분 정도는 봤으려나. 사실 둘에게 말을 건 것도 둘의 대화를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걸으며 먼발치에서 보이는 걸 봤을뿐. 

 

그런데도 에디터는 뭔가를 깨달을 것만 같았다. 둘의 그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것 같은 거리가 불안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거리가 두 사람의 앞으로를 상상해보게끔 했다. 혼자 걸어 내려오던 에디터는 둘 사이의 그 틈이 과연 채워질 수 있을지 너무 기대가 됐다. 혼자 행복 회로를 돌리며 손잡고 걸을 두 사람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확실한 건 미묘하게 몸 방향이 서로를 향해 있던 뒷모습이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도 표정도 보지 못했지만, 마치 다 본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행복이 찾는다고 찾아지진 않겠지만, 용기 있는 자에겐 먼저 손을 흔들어 줄지도 모르겠는걸. 그리고 그 행복이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는 것도.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지도.’ 

 

신촌 곳곳을 누비며 틈을 발견해 보자. 행복은 그 틈 사이에 숨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견하고 못하고는 어쩌면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의 차이 일지도. 신촌을 누비는 당신의 행복을, 그리고 용기를 응원한다. 

 

신나우
AUTHOR PROFILE
신나우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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