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이혜지, 에디터 히피

에디터 히피 인터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혜지입니다. 현재 아트팀에서 에디터 ‘히피’로 활동 중이에요.
에디터명에 담긴 의미와 히피라고 짓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자유롭고 싶어서요. (웃음) 흔히 히피라 하면 얽매이지 않고 반항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잔치에서 사랑스러운 반항을 즐기고 싶어요. 에디터명을 정하고 박노해 사진전에 우연히 들렀는데 집시에 대한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일행에게 작가처럼 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고 흘리듯이 얘기를 했는데 저에게 벌써부터 낌새가 난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담으로 저는 펌 중에 히피펌을 제일 좋아해요.

: 오,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스스로 길이 되어 가라 하네.
추상적이면서도 운율감이 느껴지는 시적인 문장들이 히피 에디터님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시를 쓰시는 것이 그 문체에 묻어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부러 함축적이고 추상적으로 쓰려 노력하시는 편인가요?
버릇인 것 같아요. 말을 서정적으로 다듬어야지만 직성이 풀리나 봐요. 예를 들어, “멜론은 맛있다.”라고 직관적으로 쓰기보다 “멜론의 단맛은 초록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연두 어딘가”처럼 아리송한 문체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 회로가 저도 궁금하네요.
또한 이번 신잔꾼 서류면접 당시 유일하게 시를 적어서 내셨다고 들었어요. 평소에 시를 쓰시는 편인 건가요?
질문을 받고 제가 시를 썼었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요… 저도 잊고 있었네요. 차마 부끄러워서 잔꾼에게 물어보지는 못하겠지만 분량 때우기로 삽입한 건 아닐 거예요.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시의 형식인 척하는 저의 짧은 일대기 겸 넋두리였던 것 같아요. 저는 주기적으로 시를 쓰지는 않아요. 어쩌다 가끔 한 번씩 메모장에 끄적이는 정도라고 설명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를 쓴다는 건 부지런함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세상 사물을 바삐 느끼고 나의 언어로 번역해야 되니까요.
그렇다면 주로 어떨 때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무척이나 게으르고 P 성향에 가까운 즉흥형 인간인지라 영감도 몰아서 받을 때가 많아요. 문득 영감이 떠오를 때는 자는 것도 미루고, 씻는 와중에도 핸드폰을 잡고 생각의 흐름을 써내려갑니다. 제게 영감을 주는 순간들은 고정적이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어서 순간을 포착하려 애써야 해요. 그리고 그 행위는 꽤나 재밌어요.
히피 에디터님의 1호팬으로서, 시집이 나온다면 당장 살 것 같습니다. 혹시 계획이 있으실까요?
1호팬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지고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시는 말을 줄이고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최소한의 말줄임표와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당장은 시를 못 쓸 거예요. 지금은 나를 입증해 내고 보여주어야 하는 나이라는 압박감 때문인지 부수적인 걸 과감히 덜어내는 게 어렵게 느껴져요. 그래도 만약에 제 이름으로 시집이 출간된다면, 30년 후쯤 되겠네요! 그때는 부쩍 초연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 있겠죠? 말줄임표도 잘 사용할 겁니다. (웃음)
작품에 싣고 싶었으나 못 실어서 아쉬움이 있었던 문장이나 시가 있다면 이 인터뷰에서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두 번째 개인 글인 ‘문의 무늬’가 탄생하기 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묵혀두었던 저의 시를 실어볼까 했었어요. 잔치꾼들에게 글감 상황을 설명하다가 이번 글은 굉장히 짧은 글이 될 것 같다고 선포했는데 사실은 시 한 편이었고 ‘문의 무늬’를 쓰게 되면서 그 시는 메모장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그 시는 다음 기회가 있다면 슬쩍 보여드릴게요.
문의 무늬에서 경비원의 노동의 애환에 대해 고찰하는 부분 시사, 정치에 대해 고뇌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문학과이신 만큼 사회적 문제를 글로 풀어쓰는 것에 대한 고뇌도 하셨을 것 같은데,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있으실까요?
부끄럽게도 저는 시사,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학부생이에요. ‘임계장 이야기’는 ‘문의 무늬’에서 언급된 책인데요, 2020년에 권유를 받아 읽게 되었어요. 경비원 갑질 문제가 대두되었을 당시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아무래도 제가 꾸준히 관심 가질 수 있는 주제는 한부모 가족인 것 같아요. 특히 싱글맘, 싱글 대디에 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요즘은 출산과 육아에 관해서도 전보다 관심이 생겼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주제들로 글을 써보면 좋겠네요. 인간의 생애 같은 거요.
히피 에디터님이 신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자유로이 말씀해주세요.
좋은 긴장감을 주는 곳! 짓눌려도 괜찮은 곳!

7월 1일 신촌의 청춘들은 한낮의 열기 아래서 각자의 정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에디터님께서 글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나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솔직함이요. 감정에 충실하는 것이 솔직함의 일환일 테고, 말 그대로 진실을 전하는 것도 솔직한 것이 될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오버하지 않기요. 중요합니다. 야심한 밤에 글을 쓰다 보면 해 뜨고 바로 휴지통으로 보내줘야 될 것 같은 그 민망함이 온몸을 지배하잖아요. 그래서 오버를 하더라도 적당한 범위 내에서 하고, 새벽 갬성에 완성된 것 같은 글도 반드시 재검토하자는 주의입니다. 이건 제 철학이라기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일이에요.
쓰신 글 중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문장이나 문단이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도 괜찮고, 단 한 가지도 괜찮습니다.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꾸밈없는 인간 막바지에 위치한 ‘꾸밈없는 것과 꿈이 없는 것은 완연히 다르다/나는 꾸밈없는 꿈을 꾼다/이 꿈은 가장 젊은 날의 태동이다.’라는 문장입니다. 인스타 썸네일에 적힌 글이기도 하지요. 이 문단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업로드 후에 ‘태동’이라는 단어를 몰래 바꿔치기했답니다. 맨 처음에 ‘태몽’이라고 적었다가 무언가 찝찝해서 ‘해몽’과 ‘태동’ 사이에서 고민을 했고 결국 ‘태동’으로 결정했습니다. 세 단어가 모두 비슷하면서도 매력 있게 다가와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이 문단에서, 저는 아마도 아무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가장 젊은 날’이라는 표현에 애착이 가는데요, 가끔은 젊음에 조바심 날 때가 있더라고요. 오늘 지금 바로 여기가 가장 젊은 날의 공기라는 걸 인식한다면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상 어떻게 보면 쓰잘데없이 자잘한 것들에 집착하는 에디터였습니다. (웃음)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의 주제나 방향성, 글에 담고 싶은 메세지 등이 있을까요?
저를 녹여낼 수 있는 어떠한 소재라면 즉흥적으로 잘 살려보려 합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아트적인 요소를 더 강화하고 싶고 재미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올해 목표가 작곡이니 만큼 음악과 관련한 글도 창작해 보고 싶고요. 열심히 써 볼게요!
만약 아트 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옮겨야 한다면 어떤 팀에서 활약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 굉장히 날카롭네요. 아트팀에 뼈를 묻겠다고 대답해야 하는 답정너 같은 질문이 아니라면, 저는 플레이스팀의 에디터로 활동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10초간 상상플레이스팀의 일원이 되어 볼게요. 피플팀도 흥미롭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사진 제약이 비교적 덜한 플팀에서 사진을 더 찍을게요. 아무래도 사람을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흡족할 때까지 찍어나가면 그 사람이 질려 할 것 같네요. 공간은 저를 째려보진 않잖아요. 한 장소는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통할 테고, 다녀온 사람마다 지나온 세월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덧입혀줄테니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요. 공간은 곧 예술이 되기도 하니 이러한 측면에서 아트와 매우 인접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책과 영화를 각각 하나씩 소개해주세요!
제 인생 책은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이에요. 읽은 지 정말 오래되었고 잘 읽었는지 완독했는지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렸을 적에 아빠에게 선물 받았던 책이에요. 그날이 좋았나 봐요. 줄곧 인생 책으로 거론되니 말이에요. 책에는 리틀 트리가 등장하는데요, 올해 꼭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이 책은 지인에게도 종종 선물했어요.
영화는 비포 시리즈… 좋아합니다. 셋 중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무조건 비포 선라이즈 쪽이었는데 요즘은 비포 선셋이 좋아요. 격정적인 사랑의 순간이 등장하지 않아도, 현실과 이상 사이를 간당간당하게 넘나드는 무드가 좋게 느껴져요. 마지막에 셀린이 기타를 치며 a waltz for a night이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문의 무늬’ 쓰실 당시에 글이 잘 안 쓰셔서 어려웠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글이 도중에 막히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 또는 글과 권태기라 느껴질 때 히피 에디터님만의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보통은 잡고 늘어지는 편입니다. (울음) 극복하는 법은 찾지 못했어요. 막판 스퍼트를 활용해서 늘 그렇게 써왔지만, 무엇이 됐든 권태가 오면 변화를 주는 편이에요. ‘문의 무늬’를 쓸 당시에는 마감을 하루 남겨두고 무작정 신촌으로 향해서 구석구석 답사를 간 기분이었어요. 땡볕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다행히 글감을 찾았네요!
세상엔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과, 영감을 몽둥이 들고 쫓아가는 사람, 영감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세 부류가 있는데 히피 에디터님은 본인이 어느쪽이라 생각하시나요? 세가지 이외의 답변도 괜찮습니다.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반, 영감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는 것 반(인 것 같아요). 두 번째 선택지는 제게 고려 사항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번 ‘문의 무늬’는 달랐어요. 영감을 몽둥이 들고 끝까지 쫓아갔답니다… 영감 따라 삼만리~
히피 에디터님께 ‘잔치’는 작가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될 것 같으신가요?
이곳에서의 글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다면 저는 복 받은 사람일 거예요. 사실 저는 제 글에 대한 의문을 자주 품고 에디터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도 줄곧 생각해요. 그 길목에서 잔치를 만나 제 세계가 분열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면, 잔치는 저에게 증인이자 은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장소설의 서술자 같은 느낌이요. 하지만 우리 잔치꾼들은 몽글몽글하니 떠올리면 미소가 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다음 학기에도 활약할 잔꾼으로써, 다짐 한 마디 말씀해주세요!
저는 사실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돌아오는 학기에는 걱정 조금 내려놓고 다양한 시도를 즐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학기보다 충분히 보고 느끼면서 즐길 줄 아는 에디터가 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로이 말씀해주세요.
우선 한 학기 동안 함께 활동했던 잔치꾼들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많이 배우고 좋은 추억 쌓아갑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될 분들도 미리 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히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에 함께해요. 합께 벌입시다, 잔~치!

그리고 3년 뒤, 나는 제자리에서 세상을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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