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을 찾아서
찍을게요, 하나, 둘 ⋯
찰
칵 ! ♪
✴︎
스무살의 나는
가로 3cm, 세로 4cm.
그러니까 누군가의 속내 -지갑이나 휴대폰 케이스 따위의- 에 깊이 들어가 까맣게 잊혀지는 정도,
몇 장의 종이 위 이리저리 풀로 붙여졌다가
때로는 인터넷 버튼에 갇히고
폴더 속에서 기다리기도 하는 정도의.
딱 그 정도의 크기였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도⋯ 원했던 이상과는 달리 이상하게 일그러져버린 얼굴이 딱 내 꼴 같았다. 잘 나왔다, 와 실물이 낫다, 같은 말들의 사이에서 난 내 얼굴을 몰라 자꾸 헤맸다. 카메라 렌즈도 남들의 시선도 내 눈동자도 뭐 하나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평면에 갇혀 나풀거리는 상태로 신촌에 왔는데, 여긴 사진관 투성이었다. 찍고, 찍히는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름도 색상도 모양도 제멋대로. 그러니까, 너-무 많다.
사진의 모습으로 또 사진을 찍는 건 이상하게만 느껴져서,
사각형의 프레임을 애써 비집고 나와서는 매번 새로운 테두리 안에 몸을 욱여넣곤 했다. 몇번이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앞머리의 위치나 분포를 손질하고, 입술을 덧칠하고. 한참을 거울 앞에서 서성거리다 부스에 들어간다. 곁에 있는 사람은 매번 달라진다. 코스튬과 자세도 변화무쌍. 뻣뻣하고 얌전한 자세로 약간의 어색한 공기가 담긴 사진을 받아든다거나, 알코올 향 담겨 어딘가 구겨져 있는 어수선한 사진을 받아들기도 하고, 부둥켜안아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을 받아들 때도 있었다.
웃 어 봐 , 자 연 스 럽 게 .
찰칵, 카메라가 눈을 감았다 뜨고. 얼떨결에 눈을 감았다 떠버린 나는 멍청한 표정. 환한 불빛이 동공을 가득 채울 때 즈음 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이미 알고 있던 거야. 도둑질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웃음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입꼬리를 부여잡고 있다는 걸, 이방인이라는 걸 들킨 거야⋯ 웃고 싶지 않은 것에 웃고, 웃고 싶은 것에 울다 지쳐 표정을 잃어버렸다. 어디에 웃어야 하고 어디에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 어디까지가 웃을 수 있는 선인지, 어디부터가 웃어야 좋은 선일지, 그런 걸 긋는 건 누구의 기준일지 모르겠어서 남들의 눈치만 살피다 그냥 또 웃어버렸다.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 그 말을 딱히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말이라도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긴 했다. 이유를 질질 끌고 와 갖다 놓고선.

보통의 웃음
신촌은 분주하고, 생기있고, 외롭고, 삭막하다. 이곳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거리를 메우는 환한 웃음소리,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웃음의 역동성에 맞추어 머리카락이 따라 나풀거린다. 소리가 붙잡은 범위까지가 그 웃음의 크기. 문득 고개를 들게 만드는 웃음의 낭랑한 소리는 표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자꾸만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게 됐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ㅡ신촌의 표정같은 것이 궁금해졌다.
그래서일까, 별 것 아닌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려 정처없이 걸었다.

신촌에는 로봇도ㅡ

ㅡ개구리도 있다.

( •__• )
오후 세시의 따뜻함이 간지럽혔고
남겨진 잔해는 입을 앙 다물었다.
말들을 굴리다보면 입안에서 단내가 난다. 이가 썩어버릴 것 같다. 뱉어버리기엔 달콤했고 삼켜버리기엔 써서 이도저도 못하고, 그냥. 너무 오랫동안 머금고 있었다. 입 안에 든 말들을 의식하지 않으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없는 것 처럼. 속이는 건 쉽지⋯ 어쩐지 안쓰러워 발걸음을 늦췄다. 뭐가 널 막고 있었니?

또 이따금씩
눈동자에는 사랑이 담기고

동 공 에 사 랑 을 박 은 듯 빛 나
사람들은
반쪽을 찾아 헤맨다.
그 건 o r i g i n o f l o v e , 사 랑 의 기 원
부족한 빈자리를 채워줄 타인을 찾는 건 인간의 외로움, 절반을 덜어내 공백을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의 외로움. 우린 결이 비슷한 존재를 원하는 마음에 자꾸만 솎아내곤 한다.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사랑을 갈구하고. 모든 형태의 사랑을 탐닉하고 사랑에 굴복한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전부 잃어버린 것도 결국 그 때문이야.

리히텐슈타인의 눈물?
낯선 것들이 다 싫어졌어⋯
그래서 우린, 그렇게 웃지만, 정작 쏟아져나오는 것을 멈출 수는 없어서. 입가에 띄운 것과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 달라서. 때로는 웃으며 울고, 이상한 표정을 짓고,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런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표정은 어때, 하고.

이렇게?
삐 뚜 름 하게 웃어도 봤다.
근질근질함에 입술을 비틀다보면 웃음 비슷한 것을 따라할 수 있었는데, 한쪽 입꼬리만 올리다보니 얼굴도 따라 삐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제멋대로인 이목구비가 마음에 안들어 카메라가 무서웠다, 피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는 이들이 있었더랬다. 넌 웃을 때가 좋아. 뻔한 소리임에도 해가 쨍, 뜨는 건 막을 수 없지. 미소라든가, 웃음꽃이라든가, 아름다운 말들을 붙여준 건 그 때문일까.
그 말들에 새어나오는 희미한 소리가, 표정이, 그게 웃음이라서.

웃어봐, 호빵맨!
서툰 표현과
그렇게 그려왔던 나날들
곳곳에 잃어버린 표정들이 흩어져 있었다.
자연스러움을 갈망하다가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혼란스러운 상실조차 순리였다는 걸.
어색한 표정 그대로도 좋아.

마주하면서
조금 더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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