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마음을 짓는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_에치스톤 사장님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내가 어떤 시기를 겪고 있는지에 따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달라지고, 사랑이란 게 참 여려서 불같이 타오르다가도 권태로움에 빠져 미지근해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시간을 초월해 무언가가 변치 않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원을 염원한다. 영원했으면 하는 순간을 사진, 글, 반지 등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기려 애쓴다. 그때의 감정, 기분, 곁에 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해주는 무언가를 갈망한다.
여기, 영원을 품고 사는 우리들에게 다정한 활자와 그림을 새겨 조그마한, 그러나 더없이 단단한 용기를 쥐여주는 분이 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7년째 에치스톤을 운영하며 감성을 새기는 박승리입니다.

가게 이름을 에치스톤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가게명에 담긴 의미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etch’라는 단어가 ‘(금속, 유리 등에) 아로새기다. 뚜렷이 새기다. (얼굴에 어떤 감정이) 역력히 드러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을 액세서리에 각인하고 싶어서 정했습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새겨진 세상에 하나뿐인 액세서리들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생 때 교회 청년부 합창단에서 단장 및 지휘자로 있었는데요.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함께한 시간들과 그 마음들, 그리고 끈끈한 유대감이라는 관계를 담은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이 아이템을 접하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때 합창단에서 선배들에게 선물을 드릴 때도 사장님께서 직접 각인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드린 건가요?
네 맞아요. 그 당시 각인 액세서리 시장 초입이었고, 사업적으로 좋다고 판단하여 바로 뛰어들었어요.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생 때 거래처를 찾아다니느라 항상 수업 시간 2~3시간 전에 나와서 액세서리 시장을 찾아다녔어요. 더불어 저희 에치스톤만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일도 열심히 준비했어요.
대학생 때부터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실행하신 게 정말 멋있으신데요, 당시 전공도 현재 하시는 일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으셨나요?
대학교 전공은 경영학과인데, 당시 전공을 선택할 때는 막연히 언젠가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회계, 재무, 생산관리, 통계, 마케팅 등의 수업을 들었던 것이 후에 에치스톤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전공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경험과 선택들은 Connecting Dots의 개념과 같이 연결되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에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 던 것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Connecting the dots.”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축하 연설에서 한 말로, 점이 모여 선이 되듯이 과거에 한 일들이 이어져 현재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이다.

사장님께서 생각하신 일반 액세서리와 달리 주문 제작 각인 반지, 목걸이, 팔찌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 고객님 만의 스토리와 마음을 각인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친구와의 우정에 관련된 문구를 각인한 반지, 졸업하는 학교 친구들에게 반과 번호를 각인한 반지, 연인 둘만의 이니셜과 사귄 날짜를 각인한 반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그림을 각인한 굿즈 반지 등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와 그 고유한 마음이 담긴 문구를 각인한다는 점이 참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께서는 경찰 준비생분, 교회, 팬클럽, 커플,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을 각인해 주시는 것 같아요. 각인하실 때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섬세함’입니다. 작업을 하는 제 자신이 원래 섬세해서, 작업에 있어서도 간격, 위치, 크기 등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문구, 그림, 이미지, 사진 등 다양한 각인을 진행하는데, 그 문구의 길이, 폰트와 액세서리의 크기에 따라 최적의 크기와 위치에 각인을 합니다. 7년 동안 쌓인 데이터와 경험으로 인해 개개인에 맞춰서 디자인하고, 입력한 디자인을 고가의 각인기계가 그대로 각인을 합니다.

사장님께서 지금까지 만드신 반지나 팔지, 목걸이 중에 가장 인상 깊었거나 애정 하시는 것을 이유와 함께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7년간 몇 십만 개의 각인을 했는데요. 작업할 때마다 하나하나 특별한 각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모든 각인과 그 안에 담긴 각각의 이야기를 애정 해요. 그중에 한 가지를 꼽자면 자신을 키워 주신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행복했던 사진을 목걸이에 각인한 손님분이 생각나네요. 좀 더 특별하게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요.

할머니와의 행복했던 기억이 목걸이에 가득 담겨 항상 곁에서 숨 쉬길 바라며
그럼 사장님이 하고 계신 액세서리 중에 한 가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떤 의미로 착용하고 계신지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치스톤을 시작하면서 처음 각인한 반지입니다. 이 반지에 ETCHSTONE 문구를 처음 각인했어요. 반지를 볼 때마다 처음이 생각나서 그런지 휘청일 때마다 저를 더 단단하고 올곧게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장님의 처음이 담겨있는, 지금의 에치스톤을 있게 한 첫 반지
가게 위치를 신촌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래 신촌 토박이입니다. (웃음) 신촌에 있는 자택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었는데, 서대문구청에서 박스퀘어 공간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을 알고 지원해 합격 후 입점하게 되었어요.
가게를 온라인으로 운영하실 때와 실제 박스퀘어에 가게까지 운영하실 때가 어떤 차이가 있으셨나요?
온오프라인 모두 최고의 제품과 각인으로 판매하려는 마음가짐은 동일해요. 그래도 오프라인에서는 고객분들을 직접 만나기 때문에 옷차림과 태도에 더 신경을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환하게 웃으시면서 포근하게 맞아주시는 사장님이 보인다!
그리고 신촌 토박이라고 하셨는데, 학창 시절을 지나 현재는 신촌에서 가게를 운영하시잖아요. 어릴 때와는 신촌에서 느끼는, ‘신촌’이라는 공간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이 사뭇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에게 신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유동인구가 이전보다 많아지고 적어지든 간에 그 특유의 학생들의 젊은 클래식한 감성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대학생이 아니라서 간접적인 참여자였고, 대학생 때는 주체적인 참여자였고, 지금은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는 느낌입니다.
나이대별로 신촌과 가깝게, 혹은 조금 떨어져서 참여하시고 계신 거군요. 그럼 지금까지 신촌에서 지내시면서 가장 애정 하시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모든 곳을 애정 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바람 산을 좋아해요. 정식 명칭은 창천근린공원인데, 거기에 친구들과의 많은 추억이 있거든요.


사장님의 소중한 추억들로 물들여진, 바람 산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정말 많은데요.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마마무 솔라님의 팬분께서 솔라님의 생일을 맞아서 솔라님의 그림과 관련된 문구들을 각인해 굿즈 목걸이 단체 주문을 하셨어요. 그리고 똑같은 제품으로 솔라님께 보내 드렸었는데, 솔라님이 한동안 착용하고 다니셨어요.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웃음) 개인적으로 저는 예전부터 수지님의 팬이었는데요. 수지님의 팬분께서 수지님의 이름을 각인한 반지를 주문하신 손님분도 있었어요. 그분께서 수지님 팬사인회 때 선물로 드렸다고 후기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그 사진 속에서 수지님께서 그 반지를 착용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만든 반지, 목걸이가 유명한 연예인분들이 착용하셨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 가슴 벅찬 경험일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는 이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차다고 생각되었던 순간이 있으실까요?
우정, 사랑, 가족, 군대, 교회, 성당, 고시공부, 음악, 배우, 스포츠 등 각 주문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하나 작업할 때마다 보람차요. 최근에는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분들께서 주문을 많이 해주시고 계신데, 스스로에게 선물한 동기부여 및 응원의 문구가 담긴 반지를 보고 열심히 공부해 합격했다는 후기를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선명하게 새겨진 고유한 이야기들 – @etch_stone –
사장님만의 가게 운영 철학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의 철칙을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모든 각인을 선명하고 뚜렷이 각인하는 게 제작 과정에서의 철칙입니다.
저는 반지에 레터링을 각인했는데, 그림 디자인의 경우도 서너 번씩 각인을 해주시나요?
레터링, 그림 상관없이 중요한 기준은 제가 만족한 각인이 나오는가입니다. 각인의 종류, 폰트, 위치, 크기 등 각인 도안마다 각기 다른 특정들이 있는데, 횟수라는 기준보다는 최고의 각인이 나올 때까지 각인합니다.
원하는 그림도 글자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시는 컴퓨터로 옮겨서 기계로 각인하시는 걸까요?
네. 각인 프로세스는 동일해요.

각인 전, 문구에 어울리는 다양한 폰트들을 보여주신다.

최고의 각인이 나올 때까지…!
손님분들이 가게에서 가장 고민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보통 저희 손님분들은 고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보통 폰트를 고르실 때가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인데요. 문구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그 문구에 제일 잘 어울리는 폰트로 추려서 보여드리기 때문에 금방 선택하십니다.(웃음)

사실 요즘은 휴대폰 갤러리와 같은 가상 공간에 추억의 사진, 영상 등을 기록하고 모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착용하는 액세서리에 추억을 새겨 넣는 것은 어떤 색다른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발전된 세상의 기술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매력에서 실제적으로 더 가깝게 보고, 만지고, 느끼는 부분은 따라올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물이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그리고 여러 개가 아닌 하나라는 희소한 가치에 대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완성된, 오늘의 밤을 새긴 One&Only 반지
앞으로 2023년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좀 더 젊었을 때는 새롭고 큰일들을 위한 계획을 많이 세웠었는데요. 앞으로 오랫동안 에치스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일들이 많기에, 내년에도 ‘꾸준함’을 가지고 매일매일 성실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나 가는 게 도전입니다.
내년에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각인하고, 그 사람들이 더 특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그러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결국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고 싶어요.

내년에도 변함없이 우리와 같이, 가치를 새겨주실 사장님께 참 감사하다.
사장님께 에치스톤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초점을 맞추자면, 에치스톤의 가치와 저의 가치가 같아서 ‘나의 가치를 실현해 주는 존재’입니다.
사장님의 인생을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몇 시쯤 된 것 같나요?
오전 10시라고 생각합니다. 에치스톤을 25살 대학생 때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7년째 운영해오고 있는데요. 그동안의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깊이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발전해야 할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고,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아서 지금이 오전 10시였으면 좋겠네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시간을 초월해 변하지 않는 건 그때 당시에 품었던 진심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버팀목이, 재지 않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심.
그렇게 올해 연말에도 변치 않을 진심을 담아 저마다의 사랑과 저마다의 우정을 새겨본다. 시간이 흘러 추억할 잔상을 깊숙하고도 선명하게 새겨본다.
바쁘신 와중 인터뷰에 응해주신 에치스톤 박승리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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