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해오름작은도서관 : 신촌은 모두의 마을
新村
신촌 하면 다들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신촌의 정체성은 젊음과 청춘이라고, 젊음과 지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요.
신촌을 낭만의 거리이며 문화의 거리라고들 부르죠.
저도 신촌의 대학생이기 때문인지 신촌을 떠올리면,
각종 놀거리가 가득하고 축제가 열리는 문화거리로서의 신촌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신촌 하면 떠오르는 연세로
新村
실제로 신촌은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그리고 서강대학교를 끼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입니다.
젊은이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새로움의 지역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차 없는 거리를 활용했던 구청 주도의 신촌 물총 축제, 맥주 축제 등의 가시적인 축제를 빼고서라도 신촌은 대학생들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이 모여 연합동아리, 학회,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무대가 됩니다.
청춘들이 열정을 불태우며 공부하고 즐기는 곳,
언제나 새로운 가게들이 사라지고 들어서는, 살아있는 지역이죠.
新村
그리고 동시에,
신촌이라는 지명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신촌은 마을입니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신촌 근방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의
근처 아파트나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미처 제가 알지 못해 호명하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마을 말이죠.
신촌로를 지나 신촌로’안’길로 들어오면 조용한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신촌만의 화려함, 젊음, 지성, 문화 등 신촌을 상징하는 선명한 것들에 집중해 콘텐츠를 생산하다 보니, 그 뒤에 가려진 마을 거주민들의 삶은 자연스럽게 주목받지 못합니다.
일상적인 것은 얼핏 지루하고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지요. 언제나 반복되기에 소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복과 지속이라는 것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신촌의 모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이 가득한 마을로서의 신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마포구 해오름작은도서관
해오름작은도서관으로 향하는 골목
해오름작은도서관을 찾으려면 먼저 CGV 신촌아트레온점이 있는 큰길에서 이대역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갑니다. 그리고 길을 건너 있는 큰 아파트 옆을 살펴보면 해오름작은도서관까지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창천초등학교, 창천중학교와 맞닿아 있는 길로 걸어가면 신촌 번화가와는 대비되는 조용한 골목을 보며 동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해오름작은도서관은 대흥동주민센터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입니다. 주소지가 신촌인 유일한 공립 도서관이기도 하죠. 건물이 꽤나 커서 헤맬 수 있지만 계단이나 대흥동주민센터로 들어가지 말고 저 오른쪽에 위치한 우리마포복지관 입구로 들어가면 됩니다.

주민센터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은 연세로 등 번화가에서 자주 보게 되는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복지관 1층에는 해소당*이 마련되어 있어, 어르신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 앞에는 어린이집이 있어 신촌의 번화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고요.
*‘함께 웃는 집’이라는 의미의 해소당(偕笑堂)은 어르신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자 서울시와 우리마포복지관에서 마련한 공간이다.

2층에서야 비로소 해오름작은도서관의 입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해오름작은도서관의 문을 열면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앙증맞고 포근한 모습이 펼쳐집니다. 도서관의 크기도 작고, 서가도 낮고, 좌석의 수도 얼마 없죠. 각 구들의 중앙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과 다른 포근함이 정말 마을의 공간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판의 재질에서 느껴지는 친근함. 어린 시절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도서관이 작으면 그만큼 북적거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만큼 이용자도 적습니다. 운영시간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짧은 데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도서관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일까요?

이 작은 공간을 정성스럽게 운영하시는 사서 분들은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용자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도서관 이용법을 알려주고 계셨습니다.

5시 즈음이 되니, 어린이 이용객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사서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도서관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머니와 함께인 듯했는데, 혼자서도 빌린 책을 잘 반납하고 서가의 편안한 좌석을 찾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해오름작은도서관에서는 모두가 책에 집중합니다. 해오름작은도서관의 각 좌석에는 콘센트 대신 독서대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열심히 찾아봤는데요, 콘센트는 없습니다. 하지만 해오름작은도서관의 이용객들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 보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찾은 곳이니까요. 그래서 휴식하기에 제격입니다. 이곳에서는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동네 주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이것저것 책을 어떻게 빌리는지 묻는 소리, 단골 이용객들이 방문해 사서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는 소리 등 정겨운 소리만이 가득하거든요.



귀뿐 아니라 눈도 즐겁습니다. 어린이 도서관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주 이용객인지 고양이, 카카오 프렌즈, 곰돌이 푸우 등 각종 인형이 아기자기하게 서가 위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그림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동네 주민분들의 작품인 듯합니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남다른 수준급의 작품들이 잔뜩입니다.

해오름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은 여타 다른 공립 도서관들과 비슷합니다. 그런 점이 더더욱 내 고향 같은 익숙함을 줍니다. 낯선 서울에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뭔가 모르는 게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사서 분께 가서 여쭤봅시다. 정말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시는데, 삭막한 대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다정함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생각해 봅니다. 아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다정한 마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정회원이 되려면 거주지가 서울이거나, 다니는 학교가 서울이면 됩니다. 학교 도서관의 경우 수업에서 사용하는 도서는 이미 빌려 갔거나, 빌렸어도 예약으로 인해 빨리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동네의 도서관을 이용하면 편합니다. 작은 도서관이라 책이 많이 없어 어려울 것 같지만 상호대차를 이용하면 됩니다. 모든 마포구에 있는 도서관의 장서를 이곳에서 빌려볼 수 있으니까요.
어떤가요? 신촌도 생각보다 정겹지 않나요?
고향을 떠나 상경한 저에게 삶의 터전으로 주어진 신촌은 삭막한 도시로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반짝거리고, 생동감 넘치는 곳에서 언제나 열정을 불태우고 온 힘을 다해 살아남아야 할 것 같았죠.
그럴 때마다 조금은 힘겹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신촌의 활기참을 즐기기도 하지만, 신촌의 고요한 모습도 찾아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신촌은 내 삶의 터전이었고 떠날 수 없었기에 신촌에서 일상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신촌에 머물게 된 지 햇수로만 6년이네요.
매년 동네다운 신촌의 모습을 알게 되고 그 일상에 조금씩 참여하다 보니 신촌에서의 삶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이제는 정말 신촌이 내가 사는 마을로 느껴집니다.
문득, 나의 고향이 그리워진다면 해오름작은도서관을 찾아보세요.
왁자지껄한 젊음의 거리 신촌 한복판에서도 나에게 익숙한 고향의 일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해오름작은도서관
서울 마포구 신촌로26길 10 대흥동주민센터
우리마포복지관 2층
월 – 금 09:00~18:00
※점심시간 13:00~14:00 이용 불가
토, 일, 법정공휴일 휴관
tel. 02) 714-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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