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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 · 10 · 03

399.All the world’s a stage

Editor 뉴사운드

연극회에는 매 공연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있다.

 마지막 공연의 막이 올라가고, 뒤풀이에서 그간의 노고를 나누며.. 

 

“너 다음 정공(정기공연)할 거야?” 

“뭐래. 큰일 날 소리하네. 헛소문 퍼뜨리지 마!.”

 “야~! 얘 다음 정공한대. 연출해라 연출!”

 “넌 안 할 거야?” 

“미쳤냐. 당연히 안 하지.”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고생을 또 해?” 

 

연극으로부터의 도망을 꿈꾸지만,

막상 다음 정기 공연이 시작되면 미친 사람 둘이 마주 앉아 서로를 향해 머쓱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는 그런 뻔하디뻔한 이야기.

 

 졸업한 연극회 선배들도 꼭 이 말을 한다. 

“무대에 올라가면, 취한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취하지는 마라.”

너 그러다가 연극회를 맴도는 망령이 될 거라는 무서운 협박(대개는 자기의 경험에 기반한)과 함께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새겨본다.

 

-연극회 제1 강령,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되 너무 취하지 말 것.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다음 정공은 없어!”라는 거짓말을 반복했고 연극회로부터의 탈출을 꿈꿨지만 또 다시 극장 앞에 서있다. 아직도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연극에는 대체 무엇이 있기에, 우리는 연극을 놓지 못하는 걸까. 

나는 연극을 하는 연극과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대답을  찾고자한다.

 

연극, 네가 뭔데.

 


 첫 번째 이야기. 서강연극회_예의 없는 것들을 만나다.

서강연극회_예의 없는 것들의 박채빈 배우와 정의엽 배우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채빈: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 중앙 연극동아리인 서강연극회112회 정기공연 <예의 없는 것들>에서 박채빈 역을 맡은 박채빈입니다.

의엽: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연극에서 정의엽 역을 맡은 정의엽입니다.

 

서강연극회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채빈: 서강연극회는 개교와 함께 창설된 중앙 연극 동아리입니다. 연극회는 그동안 뮤지컬, 각색극, 번안극, 공동창작등 한국 공연계의 주요 트렌드를 일찌감치 도입해왔어요. 이번 서강 연극회의 <예의 없는 것들>도 공동창작극이고요.

*각색극: 기존 작품을 각색한 극

*번안극: 외국의 희곡을 번안한 극.

 

약력을 보니, 두 분 다 서강 연극회에서 꽤 많은 연극을 하셨어요. <서강연극회>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나요? 처음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채빈: 저는 코로나학번이라 코로나 시기에 계속 집에만 있었어요. 정말 뭐라도 학교 활동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마침 에브리타임에 서강연극회가 인원 추가 모집을 했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를 했다거나 연극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의엽: 저 같은 경우에는 ‘연극을 하고싶다’, ‘배우를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저희 학과 연극회에 먼저 들어갔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의 입부 조건이 다른 뮤지컬동아리나 연극 동아리의 극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기회에 서강연극회의 극을 봤었습니다. 그 때 좋은 인상을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군 복학 후에 서강연극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민하고 이리저리 재다가 마감 한 시간 전에 충동적으로 후다닥 써서 냈는데 붙었죠. 

채빈: 저는 특채,추가 모집이라 네이버 폼만 쓰고 들어왔는데 (웃음) 공채들은 면접에서 연기도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서강연극회>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궁금해요.  서강연극회의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채빈: 이건, 기획 경험이 있는 의엽님께서 설명해주시는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의엽: 우선은 기획이나 연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필을 합니다. 밑밥을 까는 거죠.

 “나 다음 공연 연출 할 거야.” “ 나 다음 공연 기획할 거야.” 

 그러고 나면,  마음이 맞는 연출과 기획이 팀을 이루게 됩니다. 한 팀이 만들어지고 나면 작품을 두세 개 정도 미리 선정해서 순서를 매겨요. 어떤 작품을 우선순위로 하고 싶은데 저작권 문제나 배우 인원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차선책도 준비합니다.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해 정보를 미리 흘리기도 하면서 말이죠. 

 청사진이 그려졌다면 종강 총회 날에 부원들 앞에서 발표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작품을 할 것이다. 기획은 누구고 연출은 누구다.”  발표를 지켜본 부원들이 투표를 하고 헤드가 세워지면, 그때부터는 미리 물밑 작업을 해 놓은 일정에 따라 인원들을 모집해요.  인원이 다 모집이 된 후에는 세부 일정이 확정됩니다.

 그러고는 이제 공연까지 달려가는 거예요. 연극회의 장점은 학생 공연이지만 굉장히 체계적인 것 같아요. 역할 분배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고 이전부터 누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문서화되어서 전해지기 때문이죠.

 

 

그럼, 이번 112회 정기공연 <예의 없는 것들> 도 이런 방식을 통해 올라왔겠군요. <예의 없는 것들>은 어떤 극인가요?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채빈: 뭐 비슷하지만 이번은 공동창작극이라 조금 예외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있죠.

<예의 없는 것들>은 20대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드는 방식도 즉흥극을 통해 했던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들었고, 캐릭터도 각자의 이름으로 했거든요.

 극 속의 캐릭터들은 우리와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리의 일부분을 따와가지고 만든 캐릭터들이에요. 그래서인지 아마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가장 진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이번 연극은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요. 한마디로 연극 속에서 또 연극을 한다고 보면 돼요.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이 모호함이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의 진심과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예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이 참 강렬해요. 제목에 담긴 뜻이 있나요?

 채빈: <예의 없는 것들>은, 협력 연출을 맡으신 정승현 동문 선배님께서 정한 제목이에요. 사실 윗세대의 인생 선배님들 입장에서 저희 20대는 좀 버릇없고 예의 없는 것들로만 비칠 수 있는데, 사실 실제 연극에서 보여주는 우리의 캐릭터들은 예의 없는 것들이라고 단정 지을 만한 그런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제목은 20대에 대한 외부자의 선입견인 거죠. 하지만 선입견이 담긴 제목과 달리,  실제로 연극을 보면서 저희가 가진 고민과 속사정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다 보면 진정한 저희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거에요. 관객들이 각자가 가진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진솔한 20대의 모습을 발견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오히려 제목을 강렬하게 <예의 없는 것들>이라고 지으신 것 같아요. 

의엽: 저는 원래 제목이 <싸가지 없는 것들>이었다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웃음) 그래서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도 곰곰이 생각해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전 이 극이 20대의 진솔한 자화상을 그린 극이자,  지금은 사십 대지만 이십대 시절을 돌이켜보고 싶은 선배님들을 위한 극 같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을 보면서 선배님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 저걸 보니까 내 20년 전, 10년 전이 떠오른다.” 였는데 그때는 선배님들도 예의가 없는 녀석들이었거든요. (웃음)이 제목과 극이 그런 ‘예의 없던’ 젊은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면서 세대 간 공감과 이해를 주고 있지 않나, 조금 멀어져 있던 세대 간의 가교가 되고 싶었지 않나 싶습니다.

 

<예의 없는 것들>이라는 극은 공동창작의 방식을 사용했다고 하셨는데, 공동창작이 무엇인가요? 서강연극회의 공동창작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의엽: 사실 공동 창작은 소수의 인원으로 격의 없이 만들어나가는 조별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감사하게도 협력 연출을 맡아주신 선배가 계셔서 연출에 있어서는 완전한 공동창작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대본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실제 연습 때 했던 즉흥극이나 이야기를 토대로 묶은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공동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흥극: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연출되는 연극. 연기 훈련용으로 많이 쓰인다. 즉흥 연기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나 경험이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공연에서의 즉흥극 장면

 

대본들이 실제 즉흥극들을 기반으로 만들어 진 것이군요. 그럼, 연극을 준비하면서 했던 즉흥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즉흥극이 있으신가요?

채빈: 저는 실제로 제 즉흥극이 연극에도 반영이 되었어요. 친구와 있었던 갈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 자체는 각색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사건을 제 입으로 꺼낸 게 처음이라 더 기억에 남네요. 저 스스로 후회하고 자책하던 순간이라 저에게 정말 큰 짐으로 남아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다른 사람들이 즉흥극으로 재현해 주니까 정말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즉흥극을 할 때, 저는 이야기의 배경만 설명하고 대사를 주고받는 것은 온전히 상대 배우의 몫이에요. 즉흥극이 시작되면, 아무리 제 이야기였다고 해도 저는 완전한 타인이 됩니다. 그렇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제게 일어난 일을 바라보니까 묘하게 위로받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저희 극의 모티프가 되는 <서클 미러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극이 있는데요. 저는 처음에 그 극을 보면서 ‘즉흥극으로 서로에게 위로를 준다고?’ 라는 의심을 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생생하게 몰입이 되면서 위로가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서클 미러 트랜스포메이션: 6주차의 마을의 연극놀이 교실을 배경으로 한 연극. 연극 놀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위로를 하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의엽: 저도 연극에 반영된 것이긴 한데, 코로나 시기에 힘들게 극을 올리고 철거했던 당시 상황을 즉흥극으로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땐, 정말 힘들었거든요. 코로나 시기라 사람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었고 사적 단체는 공연할 수가 없어서 극단을 따로 세워서 대학로에서 했었는데, 그런 극이 끝나고 철거했을 때의 공허함이란..

 채빈이나 다른 배우들은 즉흥극을 할 때 자기 경험과 좀 더 다르게 해보기를 원했지만, 저는 제 기억 속 철거 상황 그대로를 재현하길 원했어요. 처음엔 대략적인 배경만 제시했다가 섬세하게 좁혀나가면서 저는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전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정말 울컥했던 것 같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연습실에선 다들 친하고 하니까 되게 웃겼거든요. 그런데 막상 진짜 무대에 올라가니까 울컥하더라고요. 이 이야기가 공연의 막이 오르고 철거할 때의 그 공허함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실제 무대에서 철거 이야기를 하니까.. 정말 울컥했어요. 

 또, 지난 공연을 같이했던 부원들이 보러와서 관객석에 앉아있는데 공연을 하면서 정말 그분들과도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느낌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당시 공연장 철거 후의 모습

 

공동창작의 방식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극을 통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바라던 점이 있으셨나요?

채빈: 저는 ‘서로의 삶의 순간을 나누는 것의 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전 사실 제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제 속마음이나 이야기들을 숨기는 버릇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대본을 구성할 재료를 만드는 활동으로써, 실제로 연습 과정 동안 개인적인 경험을 즉흥극으로 재현해 보는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즉흥극을 통해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을 하다 보니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아까 언급했던 즉흥극이 전환점이 됐던 것 같아요. 타인에게서 내가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이해받을 수 있구나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었는데 그렇게 서로의 삶의 순간을 공유하고, 들어주고, 그 사람이 되어보고,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저희는 서로를 위로해 주고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같이 연기했던 배우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서로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더 자주 위로를 주고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도 그 말에 참 공감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연습 과정이 그러했고, 대본에도 그런 과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연극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저는 관객들이 저희 연극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서로 주고받는 것’의 충만함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했어요.

의엽: 저는 아까 말한 코로나 시국 때 했던 공연을 하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절차와 격식을 좀 중요시하는 편인데 이건 정상적인 공연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지난 공연 때, 한 선배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았어요. 당시 제가 정상적인 연극회 체계를 되살리고 싶다고 선배에게 말씀드리니까, 선배가 되려 저에게 물어보시더라고요. “네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체계는 뭔데?”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연극에 정석과 비정석은 있을지언정 정상과 비정상은 없다는걸. 이번 극도 정석적으로 운영되지 않아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정석이든 비정석이든 모두 성공적인 연극을 위한 방식인 것을 알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 극을 통해 연극에 대해 제가 진짜 고민했던 지점들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체계나 절차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극의 재미를 위해서 절차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과장된 부분도 있어서 꼰대로 평면화된 것 같기도 하지만…(웃음) 전 제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극을 잘 올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저의 실제 고민과 제 진심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번 극은 기존 서강 연극회가 해왔던 극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예의 없는 것들>은 정극에서 벗어난 실험극이잖아요. 특별히 새로운 시도를 한 이유가 있을까요?

 의엽: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연출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리고 다른 후보를 찾아서 올리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선배가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이미 연출 후보자를 찾는데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 연습기간도 턱 없이 부족했고, 정기공연 배우 경험자도 거의 없었으니 아마 선배님께서는 연기라고 생각하지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한번 해봐라는 의도로 제안 주신 것 같아요. 우리들의 이야기다보니까 확실히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고, 무대 위에서 긴장도 덜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단기간에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채빈: 맞아요, 그래서 저도 무대 위에서 긴장하기보다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분 다 상황이 맞지 않아 배우를 하고 싶으셨지만 상황이 맞지 않아 주로 스텝을 해오셨잖아요. 이번 <예의 없는 것들>에서 드디어 정기공연 배우를 맡으셨는데, 어떠셨나요? 스텝으로서 참여하는 연극과 배우로서 참여하는 연극이 많이 다른가요? 

의엽: 일단, 받는 꽃다발의 개수가 다르죠. (웃음) 스텝일 때에는 비교적 다른 팀들과 교류하면서 만들어 가다 보니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가 쉽다면 배우를 하니 전체적인 큰 그림을 파악하기 힘들었어요. 아, 이건 단점이고.

 장점으로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루게 되었거든요.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하니 확실히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연극은 즉각적으로 관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 제가 화내면 관객들이 긴장하고 제가 웃긴 대사를 하면 웃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어요.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건 아마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빈: 사실 하나의 연극이 올라가려면 정말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연극이 막상 올라가면 그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잖아요. 많은 사람의 노력이 배우의 연기로 완성이 되는거죠. 그러다 보니까 스텝할 때에는 이 연극이, 이 배우가 자식 같았어요. 잘 해냈으면 좋겠고 대견하고.. 그런데 배우가 되니까 제가 그 자식 입장이 된 거잖아요. 그게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어요.

 물론 이전에도 제 연극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관객들이 재밌다 하면 너무 뿌듯하고 그랬지만 직접 무대에 올라와서 관객과 만난 배우의 입장에서 연극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으니까 더 많이 와닿았어요. ‘너희 연극 때문에 정말 눈물이 났다’, ‘감동 받았다’, ‘나도 다시 연극을 하고 싶더라’ 이런 말들을 들으니까, 제가 정말 관객들에게 변화를 주고 울림을 줬다는 게 배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점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극에서 현실과 연극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좋아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고민은 언제나 어려운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극 중 내용처럼 현실과 열정 사이의 괴리를 느끼신 적이 있었나요? 

의엽: MBC 탈락하고 이런 질문을 들으니…. (웃음) 그렇죠, 취업해야 한다는 고민이 없을 순 없죠.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거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제 진로와 연극이라는 게 연관이 없는 게 아니다 보니 취업 준비와 연극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었어요. 연극회를 하면서 느낀 경험들이 자소서에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해서 극에서 표현된 것만큼 엄청나게 큰 갈등은 저는 사실 없었어요.

채빈: 저는 확실히 진로가 마케팅 직무이다 보니까 연극과는 큰 연관이 없어요. 그래서 항상 할 때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특히 이번 년부터는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니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일단, 이 연극회를 같이 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고 연극도 너무 좋아서, 지금 이 시기에 연극을 하는 것이 당장은 나에게 손해가 될지언정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기억이 나를 지탱해 줄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나는 평생, 이 기억을 먹고 살아갈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갈등은 했지만 후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제껏 해왔던 연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채빈:  당연히 이번 극도 제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저는 111회 정기 공연이었던 <필로우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은 공연 준비하면서 이젠 그만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연을 여러 번 보거든요. 근데 이 공연은 그렇게 봤음에도 공연마다 너무 재밌고 너무 행복했어요. 아까 스텝일 때는 공연이 자식같이 느껴진다고 했잖아요. 저는 정말 그 공연 할 때, 포켓(무대 좌우의 공간. 스텝이 대기하거나 장치가 대기하는 공간)에서 커튼 틈으로 몰래 무대를 바라보면서 제 자식을 바라보는 것처럼 흐뭇했어요.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 (웃음)

 러닝타임이 긴 연극이기도 하고 준비할 게 여러모로 되게 많은 극이었는데 잘 마무리해 준 서로가 고맙고 대견하고…. 그래서 참 기억에 남아요. 아마 이 극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소중한 기억이 없었더라면, 이번 공연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필로우맨: 서강연극회 111회 정기공연에서 선보였던 극으로, 가상의 전체주의국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취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극이다. 

 

실제 포켓에서 보는 무대. 관객이 모르는 비밀공간에서 스텝들도 한마음으로 연극을 응원한다.

 

의엽: 저도 <필로우맨>이야기를 하자면, 하나 에피소드가 있어요. 무대 설치 자재를 결정할 때의 일인데, 제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회의 때 철골로 하자는 의견을 냈거든요. 그런데 정말 제 의견대로  철골로 채택이 되어버렸습니다. 구매해서 철골을 세우는데, 얼마나 아찔하던지. 그거 구멍 뚫기도 힘들어요. 말 하나 잘못하는 바람에 밤새가면서 무대를 만들었던 거. 그게 기억에 좀 남네요.

 

채빈: 그래도 덕분에 무대 정말 웅장했어요. 정말 멋있었다니까요.

 

두 분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 단어로 표현해주세요.

의엽: 재밌는 것.

채빈: 저는 그거.. Life is 연극, 연극 is Life.

의엽, 채빈: Life is 연극, 연극 is Life. (‘박자는 생명..’으로 시작되는 술자리 게임의 리듬으로)

 

 

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제가 참 궁금했던 것인데요. 아마 오늘 우리는 이 질문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왜 연극을 할까요? 연극에는 대체 무엇이 있길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걸까요?

 의엽: 연극은 몇 개월 동안 다 같이 동고동락하는 경향이 짙어서이기도 하고, 끝나고 나면 박수를 받는 기쁨과 동시에 끝났다는 허무함에 이끌려 계속해서 다음 연극을 하는 게 아닐지 합니다.

채빈: 연극회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연극은 중독이다, 개미지옥이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그만큼 연극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려운 매력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공연을 올릴 때의 벅찬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를 물씬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연극에 그렇게 사람들이 시간과 학점, 등등을 바쳐가며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프로덕션에 참여하면, 약 3개월 동안 공연진과 서로 부대끼고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우에 따라 어떤 사람은 가족보다도 자주 보기도 해요. 공연을 올린단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 많고 다양한 인원이 각자의 몫을 다해 힘을 모으는데,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그 과정에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를 때가 많지만, 공연진 서로서로 지탱해 주기에 다시 또 힘을 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을 때, 포켓이나 콘솔, 객석, 혹은 무대에서 공연이 올라가는 것을 볼 때의 뿌듯함과 희열은 항상 새롭고 특별한 것 같아요. 전 이때의 감정을 Runner’s High처럼 Drama Club’s High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웃음)

 아무튼 연극을 하면 그런 공연에 대한 한껏 고조된 감정과 한데 섞여서, 이것을 같이 준비한 공연진 이라는 공동체, 그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강렬한 연대감과 결속력, 애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런 고양감과 연대, 성취감을 못 잊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연극회를 맴돌고 연극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연극에는 진심이, 사람이, 그리고 청춘이 있었다.

오늘 오른 무대의 기억은 앞으로 그들이 그 어떤 무대를 만나도 기꺼이 오를 수 있도록 해주리라. 뜨거운 조명 아래, 흠뻑 취했던 기억을 평생에 걸쳐 노나먹겠다고 말하며 웃던 그녀의 미소가 지금도 눈 앞에서 어른거린다.  그래, 연극에는 진심이 있고 사람이 있고 청춘이 있으니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은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럼, 평생을 간직할  청춘으로서의 연극 말고 평생을 하고 싶은 직업으로서의 연극은 대체 무얼 가지고 있는 거야?

연극, 도대체 네가 뭔데.

 

(연극, 별들의 유랑과 To Be Continued..)

뉴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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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운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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