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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4 · 06 · 24

우리의 아트, 우리의 신촌

Editor 왕 잔치

여름날 저녁, 신촌의 한 스터디룸. 잔치의 아트팀에서 지난 한 학기 동안 신촌의 문화예술을 그려낸 네 명의 에디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반 년이라는 시간의 궤적 속에서 우리는 늘 질문을 던졌다.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이 단순한 질문은 우리가 그리는 ‘아트’의 시작이었다. 예술에 대한 정의로부터 우리가 쌓아온 모든 글이 출발했지만, 여전히 대답이 궁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해답을 찾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그리는 ‘아트’는 고정된 정의를 거부한다. ‘예술은 정해진 게 없어. 고로 우리가 가는 길이 곧 예술’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을 내뱉으면서 우리는 지금껏 우리만의 신촌을 글로 그려냈다.

서로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신촌을 그리던 네 명의 에디터들, 오늘은 각자의 에디터명을 그려봤다. 글로 모든 것을 그리던 우리가 드디어 직접 도화지에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렸다. 명명하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책임감으로 벌여온 우리만의 잔치를 찬찬히 기록해본다. 도화지 위에 펼쳐지는 색채의 흐름은 잔치에서 쌓아온 각기 다른 이름을 담고 있다. 오일파스텔처럼 다채롭고 부드러운 우리의 이야기가 도화지 위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INTRO

 

 

찬란 일단 생각을 좀 해봤는데, 에디터 이름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걸로… 근데 좀 힘들겠다.

쿠이 왜, 좋은데?

찬란 네, 좋아요.

영원 그리고 나서 의미 부여를 해야겠지.

쿠이 영원이는 영케이 그려야 하는 거 아냐?*

삼식 초고난도다, 정말…

찬란 아냐, 할 수 있어.

영원 뭔 할 수 있어야~!

쿠이 (영원을 향해) “의지 부족.”

 

*영원은 데이식스의 팬이다. 에디터 명도 여기서 영감을 얻은 것.

 

(다들 웃는다)

 

찬란 아니 우리 오늘 감성적으로 가야 해.

삼식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삼식’으로? 

찬란 어어, ‘삼식’으로 감성적일 수 있어. 삼식 씨 할 수 있어요.

영원 와, 진짜 감도 안 잡힌다. 그림 진짜 처음 그려보는데. 

 

삼식 챗 GPT한테 잠깐 물어볼게요… 삼식.. 뭐라고 그릴지…

쿠이 “의지 부족”.

영원 아니야, 신세대 아티스트! AI를 이용한…

삼식 네.. 잠깐만요. 물어볼게요. (노트북 화면에 집중한다)

 

 

삼식 (타자를 치며)…내 에디터 명은 삼식인데… 하루에 밥 세 끼 먹는다는 뜻이야.

찬란 삼식 씨 그럼 요즘에는 밥 세 끼 드시고 있나요?

삼식 저 오늘 한 끼 밖에 못 먹었어요…

쿠이 뭐야 그럼 일식이잖아. 닉값하세요!

삼식 GPT가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는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대요. (챗 GPT의 답변을 읽으며) ‘세 개의 밥그릇..?’

영원 진짜 노력부족이다.

쿠이 정말 생각을 안하고 말하네요. “창의력 부족”.

삼식 (무시하며) ‘하루의 리듬과 밥 세 끼가 연결되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3번. 식사시간, 4번. 식탁의 정물화…’

 

(그 이후로 조용히 그림만 그리기 시작한다)

 

 

찬란 음… 여러분 우리 그래도 대화를 좀 해볼까요? 한 학기 동안 우리가 쓴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글이 있어요? 내 글도 괜찮고, 남의 글도… (괜찮고)

영원 아니, 내 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어요?

찬란 나 내 글이라고 하려 했는데.

영원 오오.. 자신감 있는 모습 너무 좋아요.

삼식 …잠깐만, (본인 그림을 가리키며) 이거 밥풀이 아닌데.

쿠이 귀여워.

삼식 아닌데, 이거 밥풀 같아요? 이거 두 번째 거? 왜 또 이렇게 됐지?

 

삼식 (문득 찬란을 바라보며) 근데 제가 멀티가 안돼서 그림 보면서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찬란 제가 진행을 해볼게요. 유재석 빙의해서.

영원 같은 유 씨 잖아요.

찬란 네…

영원 같은 집안 아니에요?

찬란 아니에요~! ;;

쿠이 진짜?

찬란 아니 어떤 집안인지 몰라.

쿠이 아직 슈뢰딩거 상태네. 같은 집안일수도 아닐수도. 같은 집안이기도 아니기도 한거네.

영원, 삼식 (웃음)

찬란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도대체.

영원 웃기잖아요.

삼식 오늘 일기장에 써야지.

찬란 …귀여워.

삼식 다음 웹진에 써야지.

 

찬란 네에…! (화제를 재빠르게 돌린다) 다들 다음 웹진 주제 생각하고 계신 것 있나요?

영원 다음 학기요? 다음 벌써요?

찬란 네.

영원 아 저 방학 좀 지나서 생각할게요.

찬란 안돼안돼. 왜냐면 우리 전시글도 써야하잖아.

삼식 그러면 찬란 님은 있으신가요?

찬란 아니, 저는… 저는 퇴임하는데요.*

영원 아니 같이 하실거잖아요. (운영진으로) 다음 학기 때도.

쿠이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삼식 모두가 알고 있는데.

찬란 예? 아… 그렇구나… 아니, 솔직히 시켜주시면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쿠이 해야지.

찬란 어… 해야지. 근데 좀만 더 매달려 주면 안될까?

영원 너무 약간, 쉽게.

찬란 어, 맞아. 나 비싼 여자가 되고 싶어서.

 

*잔치 에디터는 2학기 활동 후 수료한다. 찬란은 2학기째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삼식 다들 이렇게 참고 자료를 보면서 그리시나요? 너무 아름답다…

영원 나는 어떡하지? 호박? 호박 같은데.

 

 

찬란 귀여워. 이거 뭐죠? 꽃?

쿠이 영케이잖아.

삼식 나는 쌀이 썩었는데 어떡해?

쿠이 아냐, 귀여워. (삼식의 그림을 보며) 썩었는데 어떡하냐고? 아니야. 안 썩었어.

영원 쿠이 언니가 있다가 마지막에 다 손봐줄거야.

쿠이 자, 이걸 활용하는 법. 만약에 푸른 빛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럼 이게 배경이 파란색이라서 마치 비친 것처럼 뒤를 이 색으로 칠하면… 탁한 빛이 그냥 상관이 없어지기도 하고. 이게 약간 노란색 이런 색으로 덮으면 사실 그냥 뽀얀 쌀처럼 될 것 같아요. 정 마음에 안 들면 종이 새로 써도 돼요.

 

 

 

아트팀으로 살아남기

 

 

쿠이 기억에 남는 글 뭐냐고요? 나 찬란이 첫 글.

찬란 (외마디 비명) 아니, 근데 나 첫 글이 뭐였지? 아!

영원 근데, 뭔가… 그 3대, 세대를 걸친 소재가 너무 인상 깊었어요.

쿠이 나는 잔치에 돌아왔잖아. 근데 내가 있었을 때는 그런 감성이 아니었단 말이지?

삼식 어떤 감성이?

쿠이 약간 이 잔치를 통해서 예술을 하겠다는 그런 느낌? 소설 등단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아트 글을 쓰는 걸 처음 들어와서 봐서 ”이번에 (잔치) 분위기 이렇군!“ 느꼈었어요.

삼식 그게 (첫 글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거군요.

찬란 근데 저는 그게, 쿠이 언니 이번 글(종이 잡지 글)*이랑 비교해봤을 때 제 글이 그렇게 수요가 있는 편은 아니라서 걱정을 했었어요. 어쨌든 잔치는 ‘신촌 문화예술웹진’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신촌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야하는데’ 그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난 이번 쿠이 언니 글이 너무 좋았어. 

쿠이 근데 이게 밸런스 같아요. 찬란이 같은 글이 있으니까 내 글이 있는거고. 근데 내 글만 있으면 잡지가 또 잡지 안 같단 말이지. 아트 팀의 존재 이유가 없잖아. 여러가지 다양한 글이 있어야 잡지니까요. 비슷한 것만 있으면 잡지가 아니잖아요.

삼식 눈물나용.

쿠이 진짜?

삼식 …아니.

영원 거짓말 하지마세요.

쿠이 “정직 부족.”

 

(다들 웃는다)

 

찬란 부족함이 많으니까 같이 채워가는거죠.

쿠이 부족한 사람끼리 모이면

쿠이, 영원 더 부족하지 않나요?

찬란 어이없어…

삼식 여기 왜 이래.

영원 밈 천지.

 

 

영원 그 에디터 인터뷰는 피플 팀에서 해주는 거지?

찬란 응, 방학 때 할 겁니다.

영원 나는 그거 너무 좋았어. 나 수업시간에 열심히 읽어.

삼식 진짜 웃기다.

영원 나는 근데 대화 자체가 밀도있어서 너무 좋았어. 에디터 인터뷰할 때.

쿠이 인터뷰를 당하는 게 은근 기분 좋은 일인가봐.

찬란 인생에 몇 번 없을 일이긴 하지.

쿠이 나는 피플 팀 할 때** 아티스트 분들한테 컨택해가지고 인터뷰 요청하고 이럴 때마다 ‘귀찮게 이걸 해 주실까’ 싶은데 맨날 “인터뷰 해보는 거 처음인데 이런 경험 주셔서 고맙다” 이런 얘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나는 너무 의아했거든. 오히려 내가 고맙지. 내가 이걸로 글 쓰는데. 그런데 누군가 자기를 그렇게 심도 있게 관심 가져준다는 게 좀 좋은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튼 지금도 좀 좋은 관계로 알고 있는 아티스트 분도 계셔. 그래서 너무 나도 좋았어. 퇴근하고 간 인터뷰였는데 진짜 밤늦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인터뷰하고, 새벽에 헤어졌었지.

찬란 피플 팀도 진짜 매력있는 것 같아.

쿠이 나 다음 학기 때 피플로 이직하잖아.

삼식 왜?!

찬란 쿠이 언니 원래 피플이었어.

삼식 근데 지금은 아트잖아.

쿠이 나 지금 임시직이야.

영원 파견직이야, 파견직.

찬란 그럼 쿠이 언니는 이례적으로 아트‘도’ 경험해 본 에디터인데, 어땠어?

쿠이 나 진짜, 아트는 손도 못 댈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잔치 단체방에서 “이게 아트야” 이런 얘기하는 거 보고 감회가 새로웠어. 남의 팀이라고 생각했었거든. ‘예술’이나 ‘창작’ 같은 건 절대 손을 못 댈 것 같다고 생각했어서…

 

영원 근데 삼식이랑 나도 얼떨결에 아트 팀에 들어오게 됐었어.

찬란 맞아. 1순위 지원이 아트 팀이 아니었죠, 두 분 다? 아트 들어오니까 어떠세요?

영원 뭐랄까,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트 글을 쓰면서.

찬란 좋네요.

쿠이 뭐죠? 찬란이 약간 떨떠름 한 것 같은데

찬란 아닙니다…^^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좋네요.

 

찬란 저는 잔치 에디터로 처음 지원했을 때부터 1순위도, 2순위도 아트 팀이었어요. 창작을 하고 싶은, 그러니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거죠. 잔치나 신촌의 이름을 빌려 내 창작을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킨거니까. 

쿠이 찬란이가 신촌에 대표성을 가지는 거잖아.

찬란 ??… 예.. 감사합니다… 근데 뭔가 아트팀 에디터로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그런 게 오히려 부담이 될지도.

영원 맞아. 난 처음에 그게 너무 부담이 됐어. 아직 글 쓰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조금은 형식에 갇혀서 쓰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트팀인게 오히려 좋아. 완전히 자유롭게 사유를 풀어내면서 내 세상도 점점 넓어지고 있는게 느껴져.

찬란 삼식은 어때요? 창작?

삼식 창작하는 거! 창작하는 거 좋아하죠.

쿠이 그리고 잘하잖아.

삼식 좋아하는데, 근데 ‘잔치에서 창작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찬란 음, 아까 얘기랑 맥락이 비슷하게, ‘신촌 문화예술웹진’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도…(고민하게 되네요) 창작을 해도 되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삼식 뭔가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찬란 하면 안 된다기보다 이곳 잔치는 완전히 100% 나의 장소가 아니니까요. 창작을 통해 내 얘기만 하기는 어려우니까 그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삼식     그러니까.. 어쨌든 아예 내 감상만 있을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정보성 내용이 들어가는 게 웹진으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신촌을 ‘그저 좋아하게’ 만드는 게 아트팀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 하는 창작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영원 맞아.

삼식 … (그림을 가리키며) 도와주세용.

쿠이 귀여워~!

 

*쿠이의 종이잡지 글은 곧 텀블벅을 통해 펀딩되는 종이잡지에서 공개된다. 종이 잡지 구매 후 확인할 수 있다.

**쿠이는 23-1에 피플팀 에디터로 한 학기 활동했다. 24-2는 다시 피플팀 에디터로 돌아갈 예정.

 

 

 

 

언니. 좋아하는 잔치 있어?

 

 

찬란 어쨌든… 제 글 얘기를 해주셔서 다들 감사하네요. 영원 언니는 어때요? 기억에 남는 글 있어요?

영원 근데 나 진짜 다… 다 기억에 남아요.

쿠이 “정직부족”.

영원 아니… 생각을… 생각을 (하고 말 해주세요…)

삼식 저는! 저는, 근데 아트팀 글 얘기 안하고 다른 팀 글 얘기해도 돼요?

쿠이, 찬란 그럼요.

삼식 저는 ‘섹스’ 글이요. 유니콘 에디터.

찬란 맞아, 맞아.

삼식 나 진짜 이거 깜~딱 놀랐잖아.

찬란 나는 유니콘 에디터가 이래서 좋아. 그냥 뭐랄까, 저는 그 사람 천재 같아요.

삼식 이거 그대로 웹진에 올라가는 건가요? ”유니콘은 천재같아”?

찬란 근데 나는 원래 유니콘 에디터를 너무 좋아했어요. 그 분의 글이 너무 좋아서 에디터 인터뷰 할 때도 먼저 “저 인터뷰 해주세요!” 하고 러브콜을 보냈고. <섹스를 묻다> 그것도 터부시되는 주제를 건드리기 너무 힘들텐데 용감한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잔치에 여러모로 용감한 글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피플 팀이 그런 것 같아요. 유화 에디터도 예전에 수어를 주제로 웹진을 쓴 적이 있었고.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매번 안전하게, 다들 공감할만한 글감을 들고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식 나도요.

찬란 아냐, 이번 글 너무 좋았어. <개, 벌, 죽>.

영원 삼식이도 천재.

삼식 감사합니당. ㅎㅅㅎ

 

찬란 약간 다른 얘기긴 한데, 나는 근데 잔치를 하면서 너무 신기했어요. 순수하게 정말 재밌어서. 심지어 우리 잔치 끝나도 웹진 다같이 해보자, 이런 얘기도 해본 적 있고.

쿠이 다들 글을 정말 사랑하는, 그쵸.

찬란 맞아. 그리고 뭐랄까, 다들 너무 서로를 사랑해.

영원 서로를 너무너무 사랑해. 그래서 너무 웃겨.

찬란 도리 언니 글 중에 저번 학기 때 고삼이 글 있잖아요. 요 맞은 편에 있는 백반집 <고삼이> 주제로 플레이스 글 발행됐었거든요. 거기 말미에 이스터에그로 잔치 단체사진 넣어놓고. 너무 사랑스러워.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삼식 와, 정말? 도리 언니 너무 좋아. 진짜 잔치 회식 때마다 보고 싶었는데. 너무 좋아.

쿠이 도리 진짜 귀엽다.

삼식 뭔가 말로 딱 하기 뭐한데… 그냥 ‘너무 좋아!’ 단순히 이렇게 좋다기보다는 나의 워너비? 어떻게 보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 같달까.

영원 아 진짜? 어떤 부분이?

삼식 말하고 있지 않아도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게.

쿠이 도리 이거 보면 감명 받는 거 아냐?

영원 우리 완전 잔치꾼*들 사랑하네…

찬란 “유니콘 천재”, “도리가 좋다”… 진짜 사랑고백이네. (문득 떠오른 듯이) 아! 나 보리언니도 너무너무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쿠이 애들 다 너무 귀여워.

찬란 그럼, 잔치꾼들 중에 글만 보고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 있었어?

영원 난 시나리 언니. 진짜 내가 항상 말하는데 시나리 언니 글이 너무 좋았어. 나 잔치 면접 때도 시나리 언니 글 얘기했잖아. 너무 좋았어. 해피앤피스커피클럽 글.

찬란 …언니 그거 시나리 언니 글 아니야. 다람 언니 글이야. 

영원 …큰일났네.

찬란 그거 다람 언니야, 맞아.

영원 그 시나리 언니 글이 아닌가? 나 왜 지금까지 시나리 언니 글이라고 믿고 있었지?

찬란 시나리 언니 글 그거잖아. 카페27도씨연 바 글.

삼식 맞아..맞아 그거야.

영원 아니, 아니 알고 있었어. 아니 알고 있었어.

찬란 방금 알았잖아.

쿠이 아는 척 하지 마.

영원 아… 아 다람이 거네… 다람아 보고 있지…?

찬란 아, 웃겨…

 

*잔치꾼은 잔치 에디터와 디자이너, 운영진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잔치를 거쳐간 모두가 잔치꾼!

 

 

 

이상함

 

 

찬란 좋아하는 동물이 있나요?

삼식 저 코끼리요.

찬란 거북이 아니었어?

삼식 거북이랑 코끼리.

찬란 근데 나 그거 듣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 나 이상한 사람들 좋아.

삼식 나 이상해?

찬란 어. 주름이 많아서 좋다고 했잖아. 진짜 이상해. 그게 너무 좋아.

쿠이 그건 인정해요. 나 다람 에디터한테 반했던 게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였어요. 우리 방학 때 에디터 인터뷰하잖아요. 제가 다람 에디터 인터뷰를 했었는데 ‘잔치가 너무 좋다’ 이런 얘기하면서 “제가 처음에는 걱정이 진짜 많았어요. 제가 걱정이 진짜 많은 사람이거든요. 천칭 자리라서요.” 뭐 이런 얘기를 하는거예요.

영원 너무 귀엽다.

쿠이 근데 그게 너무 이상해서… 이상한 사람. 되게 반할 만하지 않나요?

찬란 난 너무 공감하는 포인트야. 이상한 사람 좋아하는 거.

삼식 난 한 번도 거북이를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

찬란 그게, (이상한 사람의 매력)

 

삼식 근데 쿠이 언니 이거 뭐야? (노트를 가리킨다)

쿠이 그거 옛날에 그림 그린 거. 나 이 그림 있는지도 몰랐어.

찬란 우와.. 잘 그렸다. 위에 이건 뭐예요?

쿠이 그거 페럿. 나 페럿 좋아하거든.

찬란 왜?

쿠이 이유없이 긴 게 어이없어서.

찬란 어?

쿠이 아니 뭔가 중간에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긴게 너무 어이가 없고 목적이 없잖아요. 어, 늘어났다! 이런 게 좋아.

삼식 우리(인간)가 몸통이 지나치게 짧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그림 설명하기

 

 

영원 아니, 나 티켓팅하느라 아직 미완성인데.

찬란 일단 사진은 찍어야 하니까요.

영원 완성 당함.

찬란 영원 언니부터 그럼 그림 설명을 좀 해주세요. 영케이 그린 거죠?

 

영원 여러분이 계속 영케이라고 주장을 하시는데.. 저는 꽃을 그렸고요. 꽃을 그린 이유는, 제가 초등학교 때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린 경험 이후에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일단 꽃이 그리기 쉬울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은 맞아요.  색을 이렇게 반전을 줬어요. 반전을 줬고 보통 줄기가 초록색이고 꽃이 빨간색이잖아요. 일부러 ‘영원’을 주제로 그렸으니까, 영원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변주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림에서만큼은 관념을 뒤집어 봤고요. 실제로는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찬란 영원하기 위해 변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죠?

영원 (고민 중이다)

삼식 생각 안 했다.

쿠이 언니한테 까불면 안되죠.

영원 …불변하는 건 없으니까요,

쿠이 멋있다, 완전.

영원 이제 마저 완성시키도록 할게요.

찬란 티켓팅하느라 다 못 그리셨네요.

쿠이 자, 이제 찬란이.

 

찬란 아, 저요? 저는, 저 사실 고민없이 슥슥 그리기 생각한 이유가, 오면서 뭘 그릴지 생각을 좀 했었어요.

영원 오오, 되게 멋있네.

찬란 일단 추상화를 그리고 싶었고, 그리고 제가 불꽃놀이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냥 그리면 예쁠 것 같아서 그렸습니다. 단지 미학적 가치만 생각했고요, 네.

쿠이 생각을 미리 하긴 했는데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찬란 깊이가 없어서, 아무래도…

영원 그냥 했다는 거군요.

삼식 했다니 기특하네요.

찬란 어쨌든 찬란한 찰나를 그렸습니다.

영원 완전 찬란해요. 찬란의 상징같은 느낌.

감사합니다…

 

쿠이 저는요, 쿠이가, 제 영어이름이 curi거든요.거기서 r을 뺀 거기도 하고 제가 쿠키를 넘 좋아해요.

찬란 무슨 쿠키를 좋아하시죠?

쿠이 (그림을 가리키며) 이런 쿠키. 약간 비스킷같은 것도 좋아해요. 초코 넣은 것도 좋아하고. 아무튼 그래서 쿠키에서 k빼도 쿠이고, curi에서 중간 글자 빼도 쿠이고.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지었단 말이죠.

삼식 귀여워요.

쿠이 네. 알아.

찬란 근데 삼식이는 왜 엉덩이를 그렸어요?

 

삼식 엉덩이가 아니고 3이라고요, 3.

찬란 3이구나, 오.

삼식 오, 진짜 엉덩이인 줄 알았어요?

영원 네. 진짜..

삼식 진짜? 근데 엉덩이도 나쁘지 않아.

쿠이 나 ‘엉식’인줄 알았어. 엉식 어때, 별명?

삼식 엉식…?

쿠이 엉덩이 엉 아닌가요?(<- 쿠이언니 이게 뭔말이죠? 해석 좀)

삼식 엉덩이? 근데 제 엉덩이 이렇게(그림을 가리키며) 짝짝이 아니에요.

영원 알겠어. 너의 엉덩이 미학적으로 대칭이야.

찬란 알겠어.

삼식 만져보면 알아. 그리고 이거 접었다가 펼치면… 밥그릇에서 밥풀이 쏟아지는 거예용.

 

찬란, 영원, 쿠이 (놀라며) 헤엑.

영원 너무 귀여워. 근데 저 계속 손을 대면 댈수록 산으로 가는 것 같기 때문에 제 그림 이정도로 마무리 할게요.

쿠이 내 그림이 제일 덜 예술적이야. 단순한 정물이잖아.

찬란 아냐, 쿠이 언니 거가 가장 고차원적이야.

영원 제일 사실적이고!

쿠이 근데 내가 미술을 접은 이유가 이거야. 난 내 그림을 통해서 할 말이 없어…

삼식 난 이게 진짜 탁월하다고 생각해. 이게 아트지.

찬란 근데 오일파스텔 너무 재밌다.

쿠이 오일파스텔 나쁘지 않지. 그렇게 어려운 재료가 아니야. 노력에 비해서 더 예쁘게 나와.

영원 다같이 그려서 더 재밌다.

 

 

 

그 외의 깔깔대담

 

#1

 

찬란 시험기간 언제 끝나요?

영원 저는… 사실 시험을 안 보고,

 

(시험기간에 잠시 틈을 내 모인 에디터들. 일제히 영원을 쳐다본다.)

 

쿠이 쟤는 진짜… 얘를… 아니, 영원이를 메워야….

영원 아니, 저도 과제가 많아요. 근데,

쿠이 어떡하라고요.

영원 쿠이 선배님 진짜 무서워가지고 학교 못 다닐 것 같아요.*

쿠이 다니지 마세요.

삼식, 찬란 (박장대소한다)

쿠이 (영원을 향해) 당신 학교 안 다니잖아요, 시험도 안 치고.

영원 맞아요.

쿠이 맞아요라고 하니까 더 열받네.

 

*영원과 쿠이는 서강대생이다.

 

 

#2

 

영원 티켓팅…티켓팅에 집중을 좀 해야할 것 같아.

찬란 그럼 이제 영원 언니가 티켓팅하는 동안 영원 언니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했는지 말해보자.

영원 저기요, 저 이 공간에서 나가는 게 아니에요. 티켓팅 여기서 할 거예요.

쿠이 자 영원이한테 불만이었던 점 한 가지, 첫 번째. 첫 번째, 감히 지각쟁이인 내 앞에서 지각 싫다고 함. 눈치를 줌.*

삼식 선배님한테…

쿠이 그래서 내가 원래도 죄책감을 느끼는데 두 배로 느껴야 함.

찬란, 삼식 (박장대소)

쿠이 두 번째. 선배는 시험 많은데 자기는 시험 없다고 함. 세 번째. 그래놓고 부활절에 학교 간다고 뭐라함.**

영원 아니, 부활절이 원래, 우리 학교 전체 휴강인데, 유일하게 우리 교수님만 수업을 하신다잖아. 심지어 나는 통학 한 시간 걸리는데 그 날 수업 시작 10분 전에 간신히 대흥역 도착했더니, 강의실 안 열린다고 오늘 수업 취소한다고 공지 띄우셨다고.

찬란 서강대 진짜 무섭다. 기강 잡는다.

영원 서강대 기강 잡지. 내가 이렇게 산다.

쿠이 그래서 그런가? 영원이 학교에서 진짜 안 보여. 

영원 나 진짜 한 번도, 한 번도 못 만났어. 잔치 사람들. 윤슬 디자이너도 본 적 없고, 유니콘 에디터도 심지어 같은 인문대생인데 한 번도 못 만났잖아.

쿠이 나는 유니콘이랑 진짜 자주보는데. 난 3일 연속 본 적도 있어.

삼식 나도 찬란이 자주 만나.***

찬란 맞아. 전공관이 같아서 그런가. 근데 맨날 내가 먼저 인사하잖아요.

삼식 아니야! 내가 먼저 해요!

찬란 아니야아!

삼식 그래? (머쓱해한다)

찬란 내가 이겼어. 근데 영원 언니 티켓팅 언제 해요?

영원 아직 58분이야.

삼식 어떡해, 떨리겠다.

영원 아냐, 별로 떨리지 않아. 간절하지 않아. 간절한 거면 피씨방 가지. 그래서 폰으로 해. 왜냐, 돈이 없기 때문에.****

쿠이 해보는 거야, 일단?

영원 응…

 

*이날 쿠이는 교통편 문제로 십 분 정도 지각했다.

**쿠이와 영원은 서강대생이다. 서강대는 부활절에 학교를 쉰다.

***찬란과 삼식은 이화여대생이다.

****영원은 영케이를 보러 5, 6월에만 1N번의 대학축제와 공연을 다녔다. 본인이 데이식스인 것 같다.

 

 

 

outro

 

 

어느덧 여름밤의 서늘한 공기가 문틈으로 스민다. 우리만의 작은 잔치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반 년간 신촌을 그려온 이야기는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예술’을 묻는 우리는 신촌을 무대삼아 끝없이 꿈꾸고, 한편으로는 신촌 자체를 무대 위에 올리려 거듭 골몰했다. 그렇게 우리의 키는 신촌과 함께 자라왔다.

 

우리가 도화지 위에 칠한 것은 ‘각자의 에디터 명’이다.

단지 그것일 뿐이지만, 실은 ‘단지 그것일 뿐’이 아니기도 하다.

에디터명은 잔치와 우리를 꿰는 가장 첫 단추였다. 그것을 떠올리면 잔치가, 신촌이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하여 우리의 그림은 또 다른 시작이 된다. 각자의 에디터 이름을 담은 소박한 작품들은 하나의 정의로 묶일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사랑스런 결심이 담긴 점, 선, 면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듯, 우리의 이야기도 하나의 큰 잔치를 이룬다.

 

스터디룸의 불이 꺼진다. 반쯤은 아쉽게, 반쯤은 명랑하게 안녕을 외치며 우리는 각자의 길을 떠난다. 저기 멀어져가는 찬란의 옷자락 끝에 단추가 매달려 있는 것도 같다. 영원의 손에는 오일 파스텔 그림이 한 점 들려 있고, 쿠이의 입꼬리에는 사랑이 걸려 있다. 역으로 향하는 삼식이 걸음마다 가닿는 곳은, 우리의 땅 신촌이다.

옷자락에, 손에, 입꼬리에, 발 밑에는 늘 신촌과의 시간이 자리할 것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끝이 없겠으나 그 질문을 품고 또다시 새로운 신촌을 캐내려 떠날 것이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열댓 번도 넘게 들어 본 듯한 말을 다시금 되새긴다.

 

고맙다, 신촌. 그리고 고맙다, 우리 모두에게.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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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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