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당신의 운명은 안녕하신가! [신촌 사주•타로 모음집]
신촌을 누비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지나쳤을 문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주•타로, 운세가 어떻고, 궁합이 저쩌고… 괜히 들어가기 무섭게 ‘철 학 원‘이라며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거나, 향긋한 커피 향이 날 것 같진 않은데 ‘사주 cafe’하는 제법 젠틀한 이름을 가졌다. 2024년 신촌의 취향을 따른… 것 같진 않은, 적어도 10년 전엔 유행했을 법한(어쩌면 그것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을 법한) 각기 각색의 디자인을 뽐내는 여러 간판들이 반짝인다.
번쩍, 사주. 번쩍, 타로. 그리고 번쩍, 신촌…
신촌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주•타로집은 사실, 최근 앞다퉈 신촌에 입주한 탕후루나 네컷사진 같은 신생(新生)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수많은 사주•타로집은 신촌을 드나들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 또 그들의 영혼으로 지탱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맹신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믿지 못하고 웃어넘기는 이야기지만, 딱 하나 분명한 건 사주나 타로가 지금 여기 신촌의 꽤 오랜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운명運命은 지금 안녕하신가!
당장 검색만 해봐도, 신촌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났거나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녀왔다거나 하는 집을 여러 곳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거 아는가? 신촌에는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주•타로집이 있었고, 또 지금도 존재한다는 걸. 어떤 곳은 희미한 발자국처럼 흔적만 남아있지만, 어떤 곳은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꽤 영험하고 어쩌면 조금 섬뜩한 눈을 번뜩이는 역술가, 그러니까 포춘-텔러(fortune-teller)들이 신촌 곳곳 어느 지하에, 어느 건물 몇층에, 또 신촌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은 그들의 위치를 조심스레 발설하는 지도 같은 셈이다.
*이 글은 재미로 한 번 놀러 가보기 좋은, 사주•타로를 위주로 다루는 곳만 언급한다. 딴소리지만 신촌엔 철학원이나 신점을 봐주는 곳도 꽤 있더라..
이대 사주&타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8 1층

신초너 중에서도 이대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대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별생각 없이 지나가려다가도 #자만추/*인만추 #악마의 궁합 이런 해시태그가 잔뜩 달린 외관을 지나치자니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습성/MBTI,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사주가 MBTI와 비슷하다며 열심히 설명해 주던 친구 y가 떠오른다.
*인만추: ‘인위적 만남 추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조금 웃었다.)
사주랑타로랑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34 지하1층
둘이 들어가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것 같은(…) 비주얼의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특유의 습기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괜히 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밀어 들어가면,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사장님의 어서 들어와요, 목소리에 홀린 듯 냉큼 발걸음을 옮겼다. 셋인데 괜찮을까요? 어유, 넷도 앉네요. 얼른 앉으셔. 넵.
p.s. 기회가 된다면 혼자보다 여럿이 가는 걸 추천. 사장님 입담이 빨간 맛이다.
골목사주앤타로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41 1층

네! 좋아하는데요?
이런 말을 신촌 한복판에서 발견하면 대답해 줘야 할 것만 같다. 정신 차려보면 타로를 보고 난 뒤 5천 원을 입금하고 있다…
사주카페 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7길 20-5
제공 출처=네이버 지도 업체 등록 사진
외관만 보면 옛 정취가 풍기는 신촌의 터줏대감 카페처럼 생겼다. ‘사주’하면 떠오르는 어딘가 진지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중화해 준다. 사장님이 엄청나게 용하실 것 같이 느껴지는 역사적인 사진은 덤.
썸 타로•사주 신촌유플렉스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길 6 제1동 3층

역술가 선생님(?) 여러 명이 돌아가며 상주한다. 신촌의 랜드마크인 빨간 잠망경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있다. 이곳의 특이 사항은 새벽 5시까지 한다는 점. 늦은 밤, 신촌에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면 걸음 해보기 딱 좋은 곳이다. (알딸딸하게 취해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취중 사주도 재미있더라…)
신촌 땅콩사주 (feat. 눈여겨보면 사실, 사주•타로 골목인 명물길)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28
명물길을 걷다 보면 충동적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이런 노점상에 사주•타로집이 ‘진짜’ 신통방통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땅콩사주 옆에도 두 개의 사주•타로 노점상이 줄지어 있다. 알고 보니 명물길, 사주•타로 골목이었지 뭐야.
여섯 개의 사주•타로집 말고도, 신촌엔 더 많은 사주•타로집이 존재하므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둔 지도를 공유한다.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찍고 무작정 걸어도 좋겠다.
손쉽게 지도 앱에서 내 운명의 사주•타로집을 찾아보자. 더보기를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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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이곳저곳에 뿌리내린 영험한 기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그런 건 없다.
누군가는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린 미래가 궁금해서, 누군가는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올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모인다. 여기 신촌에, 이 사주 수첩과 타로 카드가 깔리는 테이블 앞에.
여담으로, 사실 사주나 타로 같은 걸 믿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신촌의 수많은 사주•타로집을 지나치면서도, 세상의 어른들이 떠드는 말을 쉽게 믿었다. 그러니까 신촌을 비롯한 대학가에 운세 보는 곳이 자꾸 성행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존재에 있다는 이야기. 불확실한 미래, 불안정한 현실, 알 수 없는 내일 때문에 내 운명을 쉽게 들려주는 사람들에게 자꾸 기대게 된다는 이야기를.
태어나 처음으로 타로를 보기 위해 지도를 따라 신촌을 털레털레 걷던 밤,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이렇게 아슬아슬한 운명 위에 서서 줄을 타고 있는 건가, 하고. 앳된 얼굴을 한 저 사람이나 피곤한 눈을 반쯤 감고 걸어가는 이 사람도, 우리는 모두 가지런히 쏟아지는 카드에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걸까. 그런 게 가능은 한 걸까.
이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신촌의 이곳저곳에서 사주•타로집 어딘가를 기웃거리다 보니 마음을 좀 가볍게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사담을 덧붙인다. 신초너들의 사주•타로는 단순히 운명을 스포일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쉽게 말해서,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고!
풀이를 듣는 내내 앞날에 대해 악담 아닌 악담을 듣고 돌아가는 길엔 친구와 함께 그 역술가 양반을 험담하며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애정운이 들어온다는 날짜를 기어코 받아적고 나오는 발걸음엔 괜히 두근거림이 묻어있을 수도. 사실 다름 아닌 지금 현재를 가장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거. 그러니까 이 지도가 불현듯 떠오른다면, 신촌의 사주•타로집의 문을 두드려보길.

굳이 왜 해봐야 하냐고? 재밌잖아!
거창한 미래니 걱정일랑 잠시 접어두고, 할 일 없이 신촌을 떠도는 모든 영혼에게 이 글을 부친다.
그리고 이곳 신촌에서, 당신의 운명은 안녕하신지?
ㅎㅎㅎ 원조도사를 모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