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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4 · 11 · 20

445. 몰랐던 나에게 건네는 인사, hola!

Editor 쿠이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전이 즐거운 자유로운 영혼,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25살 김세훈입니다. 멕시코에서 7개월간 생활하며 이국적인 풍경,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를 새롭게 배우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멕시코로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막학기와 취업을 앞둔 25살 대학생으로서,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학점을 채우고 자격증을 준비하며 미래를 그려가야 할 때, 제 앞에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불안과 방황 속에서 더는 이대로 멈춰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멕시코로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왜 멕시코였나요?

멕시코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주고 싶었던 저만의 특별한 선택이었어요.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저를 멕시코로 이끌었습니다. 학교만 다니다 보니 너무 정해진 길만 걷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남미 여행을 한 번 다녀왔고, 그때 스페인어를 배우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다 싶어 멕시코까지 가게 됐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UNAM 어학당을 4개월 동안 다니며 스페인어를 공부했어요. 교양 수업으로 살사도 배우고, 아즈텍이나 마야 문명을 다루는 역사 수업도 들으며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멕시코 친구들도 만나며 멕시코라는 나라에 적응도 할 수 있었어요.

중간중간에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한국 대사관에서 사무원으로 2주 동안 일을 하기도 했고, ‘소칼로 시장’에서 멕시칸 직원 세 명과 함께 모자 도매점의 매니지먼트를 했어요.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는데 제가 경영을 맡아 해야 하더라고요.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는 한 달 간 맡길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하셔서, 부담스러웠지만 맡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웠어요. 외국인이 동대문시장에 무작정 던져진 거랑 같은 거거든요. 그래도 하다보니 재밌더라고요. 무언가를 팔고, 바로바로 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멕시칸 직원 세 명이 잘 도와주기도 했고요. 

한글학교 선생님도 했어요. 대사관에서 맺은 인연들이 한글학교에 저를 연결해 주셔서,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강연을 했습니다. 한글학교의 학생들은 주로 한인 2세들이에요. 그 친구들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보는 경우가 흔치 않고, 멕시코에서 살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대학생은 어떤 생각을 하고, 한국에서의 삶은 어떤지를 비롯한 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는 우리나라와는 물론, 다른 아시아권 국가나 유럽과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정말 새로운 세계예요. 정보가 부족한 탓에 어떤 곳인지 모르기 쉽죠.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문화예요. 멕시코는 정말 정열이 살아있는 나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모든 거리마다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고, 음악이 들려요. 한국은 정제된 곳이라면, 멕시코는 정제되어 있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인, 다채로운 나라예요. 

멕시코에는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어, 친구 집에 자주 가곤 했는데요. 집에서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가도 노래만 시작되면 그 집에 있는 가족들, 친척들이 모두 춤을 춰요. 우리나라에서는 논다고 하더라도, 앉아서 소주 먹고 이야기하면서 자리에 계속 앉아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앉아있질 않아요. 제가 살사를 배운 것도 그래서였어요. 춤을 모르면 내가 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춤을 생각도 안 해본 사람이지만, 멕시코에 가 보면 배울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나도 동화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열뿐 아니라, 다양성도 멕시코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알록달록함이 있어요.
멕시코에는 마야, 아즈텍, 현대 문명이 다 섞여있어요. 역사적으로 식민지 문화와 원주민 문명이 혼합돼 있기도 하고요. 그 다양함이 박물관, 거리 문화, 음식 등 모든 부분에 나타나 있어요. 학교생활 하면서도 원주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요. 생각보다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어서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한국은 구성이 다 비슷비슷하다 보니 그 점에 익숙해져 있을 수 있는데, 멕시코는 그 익숙함을 깰 수 있는 공간이에요. 

 

멕시코 사람들은 어때요?

되게 게으르고, 또 순수해요. 순수함이라 함은, 정의로운 시민의식이 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느꼈어요. 누군가가 불합리한 일을 겪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합심해서 결집해요. 평소엔 개인주의적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뭉치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있는 거 같아요. 또, 되게 오픈마인드예요. 다양성을 되게 존중해요. 거기는 LGBT 등 다양한 성 지향성이 많이 보여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인종차별도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어디였나요?

카리브해 쪽이 천국이에요. 저는 멕시칸인 친구 가족여행을 동행해서 카리브해 부근을 가 봤는데, 정말 물 색이 에메랄드 빛이예요.

 

가장 인상깊었던 인연이 있나요?

한인 후손 청년 모임에서 저를 초대해주셔서 여행을 같이 했었어요. 1905년에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분들의 후손이신데, 애니깽*이라고도 불려요. 누구보다 한국에 애정이 대단하신 분들이세요. 한국인 대학생이 여기에 와준 건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행 내내 저를 정말 잘 챙겨주시고, 데리고 다녀주셨어요. 멕시칸이시고, 한국말은 잘 못하시지만 정체성은 한국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한글의 날도 제정하셨고 거기엔 한국의 길도 있어요. 한국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은 게 인상깊어요. 

*애니깽은 1905년 영국상선 일포드호에 타고 재물포항을 떠나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묵서가(멕시코) 팔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로 실제로는 에네켄 이라는 작물을 뜻한다.. 4년간의 강제노역 후 일제강점기로 인해 나라를 잃고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인들이 현지에 남게 되어 그 후손들이 지금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살고 있다.

 

멕시코에 다녀오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여행을 할수록 사람이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뭐가 맞다, 아니다 하며 단정짓는 이야기를 안 하게 돼요. 세상에는 다양한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해외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사고 방식이 상당히 갇혀있었다는 점을 느꼈어요. 미국 UN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6개월 동안 활동해본 적이 있는데, 제가 본질적인 이유 없이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면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기존의 것을 따르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한국 문화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이제까지 내가 갇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저도 이제는 본질적인 이유를 스스로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예전엔 ‘행운’, ‘우연’을 잘 안 믿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노력에 따라 얻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 보니, 행운과 우연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내 여행이 다채로워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노력이 해줄 수 없는 걸 이 두 가지가 해주기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신 지금, 앞으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이제 막학기를 마무리하며 불확실한 내일을 두려워하기보다, 멕시코에서처럼 제 자신을 찾고 좀 더 나다운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더 넓은 시야를 선물해 주었어요. 어떤 길을 걷든 나만의 의미로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넓은 세계를 꿈꾸면서도 부딪히기는 두려워할 것 같아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해보지 않고 평가하지는 말라고 하고 싶어요. 해봐도 맞고 아닌지 모르는 일이 다반사니까요. 경험을 실제로 해보고, 그 말에 무게를 더 실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대단해서 먼 곳으로 떠난 게 아니라, 우연찮게 떠난 거예요. 우연히 제 강의실 옆자리에 파라과이 친구가 앉아서 친해졌어요. 방학 때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길래 파라과이에 갔어요. 새로운 경험을 해 볼 기회라고 느꼈거든요. 그 친구랑 두 달 동안 그 집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스페인 문화권을 배웠고 언어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스펙으로서의 언어가 아닌, 오로지 내 세상을 넓히는 수단으로써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거였어요. 자신의 세상을 넓힐 기회는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저는 감히 떠나보라는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한번 해 보세요. 

 


여행을 하며 수많은 낯선 이들의 환대와 신뢰를 거듭 마주하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걱정했던 세계는, 그리고 내가 두려워했던 미래는 나에게 그리 적대적이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고. 세상이 전부 날카로운 모서리들로만 가득 찬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구 반대편에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길을 헤매는 나를 위한 손짓, 함께 춤을 추자고 이끄는 따뜻한 손길, 채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나누던 짧은 대화들. 이처럼 아주 사소한 순간들로부터 그 의미는 전해졌다. 

이제는 내가 마주하게 될 모든 순간들을 기꺼이 끌어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직 오지 않은, 그래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미래를. 아직 만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을. 그리고 수많은 갈림길을 앞둔 나 자신을 말이다.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 발행된 뉴욕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매클리시는 이어서 우주의 이 끝 모를 차가움 속에서 우리 자신들은 형제, 서로가 형제임을 진실로 아는 형제라고 부연했다.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목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여행의 이유-김영하> 中

 

멕시코에서의 그의 도전은 단순히 지도를 따라가며 이국적인 장소를 방문한 일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여행이 지닌 힘을 느낀다. 지구 저 편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형제들을 만나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발판 삼아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느낀다. 무한 우주를 여행하는 순간의 빛처럼.

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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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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