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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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ATEGORIZED 2025 · 01 · 21

452. 최기원, 에디터 고골리

Editor 쓱빡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최기원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금 해가 바뀌어서 충격적이게도 스물여섯 살이에요.

 

예쁜 나이네여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제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를 들으면서 왔는데, 문득 내가 이것보다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갑자기 나빠져서 담배 두 대 피고 왔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요즘이요? 아 요즘은 약속이 많아서 조금 바쁩니다.

 

인싸시네여

인싸가 아니라,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까 슬슬 주변 사람들이 막 취업하기 시작해요. 그럼 자꾸 막 사준대, 저는 가난한 대학생이잖아요. 그럼, 뭐 어떡해. 갔죠. 가서 따뜻한 빵과 수프 얻어먹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가서 얻어먹다 하다 보니까 술도 많이 먹고 어제도 저 한 2시까지 마셨습니다. 물론 책도 많이 읽었고요.

 

잔치에는 어떻게 들어오시게 됐어요?

사실 제가 잔치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단순했어요. 철학과에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잔치 운영진이었거든요. 그 사람이 맨날 저랑 철학과 사람들이랑 다 같이 놀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자꾸 ‘잔치 사람들을 만나야 해’하면서 혼자 빠지는 거에요. 우리는 가족인데! 그래서 저는 ‘도대체 잔치가 뭐길래 이렇게 빠졌지?’라는 호기심이 생겼죠.

그리고 제가 졸업을 앞두고 있거든요. 신촌이라는 공간에서 5년 넘게 살면서 마지막으로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에디터 명이 ‘고골리’신데 무슨 의미인가요?

제가 러시아 문학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특히 고골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골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데,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고골을 ‘고골리’라는 번역투로 불렀어요. 이제 거기서 영감을 받아 고골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의미로 에디터명을 정해보았습니다.

 

잔치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첫인상이요. 일단 기억나는 게 굉장히 제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었어요. 왜냐하면 슬슬 아는 사람들 졸업하고 그러면 계속 아는 사람들만 만나요. 그러다 이제 새로운, 심지어 어린 사람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알게 돼서 살짝 긴장했죠. 그래서 처음에 잔치 OT 가니까 너무 젊고 어린 사람들이 막 행복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물론 제 나이도 많지는 않지만, 스무 살 초반 때는 두세 살 차이가 엄청 크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왼쪽 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먼저 말 걸어줘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잔치에서 한 학기 활동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말 들어오기 잘했다. 왜냐하면 이게 제가 글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주제를 안 정하면 첫 문장을 쓰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근데, 잔치는 꽤 넓긴 하지만 그래도 신촌이라는 주제를 정해주잖아요.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 부유하는 생각들을 잡아내는 게 쉽지가 않은데 딱 주제를 딱 잡는 순간 이 부유하는 생각 중에 이 갈래를 잡아낼 수 있단 말이죠. “이걸 써야겠다!”

그리고 신촌을 우리가 맨날 다니는데, 정보를 수용은 하지만 딱히 정리하지는 않잖아요. 근데 잔치라는 단체를 통해서 신촌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할 수 있어서 참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트팀 에디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촌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독창성을 막 추구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아트팀 글이 신촌에 대한 그 주제나 방식이 미정인 글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의 어떤 독특한 시각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포부가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고골리에게 예술이란?

예술은 제가 봤을 때 유희인 것 같습니다. 예술은 결국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건데, 너무 개인적이면 관객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너무 대중적이면 그저 상업적인 상품으로 끝나버리잖아요. 저는 그 중간에서 작가도 즐겁고 관객도 즐거운 상태를 만들어내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나요?

글을 쓰기 전 보통 저녁 10시쯤에 소맥을 두 캔 정도 마셔요. 그러면 그냥 미쳤어요. 내가 거의 대문호야. 아이디어가 정말 마구마구 떠올라요. 그러면 이제 그걸 글로 써내려 나가죠. 하지만 중요한 건 다음 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하는 거예요. 글은 떠오르는 생각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다듬는 과정이 있어야 좋은 글이 되는 것 같아요.”

 

<뇌>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요?

이게 정말 재밌는데, 제가 술을 되게 좋아해요. 제가 친구들이랑 술을 좀 거나하게 먹는다 하면 “오늘 뇌 죽인다. 뇌살이다 뇌살”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그 생각을 하다가 고골의 가장 유명한 글 중의 하나가 <코>잖아요. 코가 사라진 에피소드. 근데 뇌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뇌가 없어지고 바라본 신촌은 어떤 풍경일까? 솔직히 요즘 대학가 너무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뇌 없이 보면 신촌이 건대 입구고 건대 입구가 설입이고 이럴 것 같아서 써봤습니다.

놀랍게도 2024년 올해의 단어가 뇌살인 거 아세요?

 

아무래도 모르죠.

Brain rot이래요 Brain rot. 뇌가 썩었다는 거죠. 옥스포드가 매년 지정해 주는 데, 참 놀랍습니다.

 

<득의성상>에서는 전시 소개를 해주셨잖아요. 전시는 자주 보러 다니세요?

제가 전시를 보러 어디를 자주 가냐면 DDP에 자주 갑니다. DDP에 유명한 전시들이 열리면 한 번씩 꼭 가요. 얼마 전에는 DDP에서 열린 디자인 페어에 갔다 왔는데, 좋더라고요.

그리고 DDP가 꽤 크잖아요. 구경 다 하고 나면 배고픈데, DDP 5번 출구에 우즈베크 마을 있어요. 거기 가서 러시아 음식이랑 보드카 먹으면 아주 훌륭한 하루입니다.

 

다음 학기에 쓰고 싶은 글을 정하신 게 있나요?

아직 소재는 미정이에요. 하지만 조금은 무거운 글을 써보고 싶어요. 제가 이번 학기엔 는 조금 유머가 있는 글들을 썼기 때문에. 물론 무거운 글이라 해도 유머가 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무게감 있는 진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골리에게 2024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2024년 처음에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얘가 자꾸 올해는 우리 00년생 용띠들의 해라는 거예요. 청룡의 해니까 우리가 지구 부시면 된다. 근데 미신 믿으면 안 돼요. 좋은 일이 잔치밖에 없었어요.

근데 뭐 여러 가지로 휴학도 하면서 되게 생각해 볼 시간도 많았고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정말 많이 봤어요. 전반적으로 청룡의 해라고 해서 콩고물들이 막 떨어지진 않았지만 한 번 쉬어가는 되게 좋은 해였다.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해인데 올해 목표 있으신가요?

올해 목표는 일단 졸업이고요. 졸업하려고 노력할 거고, 그리고 잔치에서 정말 훌륭한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 이게 제 목표입니다.

 

너무 많이 들으셨을 질문 같기는 한데,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누구인가요.

이게 진짜 많이 듣는 질문이거든요. 골 때렸던 게 20살 때 OT같은 거 하잖아요. 그러면 선배들이 막 물어봐요. ‘누구누구 씨는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가 누구에요?’ 그때 옆에서 ‘저는 니체요, 플라톤이요’ 이러는데, 조금 역했어요. 네가 니체를 알아? 난 몇 번을 읽어봐도 모르겠던데. 그래서 그때는 이제 제가 답을 하지 못했죠. 이해가 부족하다. 지금 와서는 그래도 가장 먼저 제게 다가와서 따뜻한 말을 해줬던 장자가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양 철학을 좋아하시는군요.

학문으로서는 서양 철학을 더 좋아하는데, 그냥 읽고 삶의 위로와 위안을 받는 데에 있어서는 도가 철학이 되게 뛰어난 역량을 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양애들은 너무 날카로워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요?

겨울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눈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눈이 왜 좋냐면 너무 예뻐요. 사람들이 제가 군대 갔다 오면 너 눈 엄청나게 싫어질 거라 했는데, 제가 강원도 횡성에서 군 생활했거든요. 횡성에서 눈 엄청 많이 치웠는데, 치우면서도 기뻐. 너무 좋아 최고야. 이 세상에 온갖 더러운 것들이 눈이 쌓이면 다 씻겨 내려가.

그리고 여름은 더우면 옷을 벗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피부를 벗겨낼 수도 없고. 하지만 겨울에는 더 입으면 되잖아요. 그래서 겨울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겨울을 지내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나요.

겨울에 저는 무조건 눈사람 무조건 한 번 만들고요. 이글로도 무조건 한 번 만듭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 도서관 앞에 눈사람 만들었어요. 이렇게 딱 만들고 나면 생각보다 되게 고된데, 그때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하면 정말 최고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을까요?

신촌에 계시는 홍대까지 포함해서 많은 대학생 여러분들 잔치 정말 좋은 동아리거든요. 막 시키는 게 많긴 한데 그래도 다 의미 있고.

그리고 어렸을 때는 독서 토론 같은 게 너무 재미없잖아요. 근데 커가면서 점점 같은 책이나 어떤 영화 예술 이런 거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대상이 많지 않아요. 근데, 잔치에는 그런 사람이 많아요.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 그의 외투 속에서는 어떤 글들이 쏟아질까?

쓱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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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빡

잘 될 겁니다. 아님말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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