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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5 · 09 · 16

244. 이 자식, 아주 ‘흑심’을 숨기고 있었구만?!?

Editor 팬지

어? 예다. 그녀를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난 생각했어요. 늘 내 건너편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가는 날을.

친구와 도서관 1층 카페에서 수다를 떨던 날이었어요. 멀리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녀를 보았어요. 그녀의 빈손을 보고 나는 곧장 커피 한 잔을 샀어요. 커피가 나오는 동안 옆 편의점으로 가서 포스트잇을 샀죠. 아메리카노 5,300원, 포스트잇 2,200원. 총 7,500원에 내 마음을 다 전할 순 없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에요.

 

 

필통에서 연필을 꺼냈어요. 그녀에게 쓸 말을 생각해요. 예쁘다고 바로 말하는 것은 너무 내 흑심을 드러내는 일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고쳐 적을게요.

다시 자리로 돌아가니 그녀가 있어요. 난 그녀가 자리를 비울 때까지 기다려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냥 아메리카노가 되어 버릴까 초조해요. 얼른 화장실이라도 가주세요. 제발.

그녀가 일어났어요. 나는 슬금슬금 그녀의 자리로 걸어가 메모 붙은 커피를 놓았어요. 도둑처럼. 주는 쪽은 나인데도.

 

 

 

그래도 마음이 홀가분해요. 그런데 이내 글씨가 마음에 들진 않을까 걱정해요. 난 글씨가 예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난 사랑은 꼭 연필로 써요. 쓰다가 틀리면 지워야 하니까요.

이 봐요, 마침 옆에 있던 친구 놈은 애인에게 쪽지를 쓰겠다고 ‘펜’을 들었어요. ‘영채’ 두 글자만 몇 번째 쓰는 건지, 첫 이름부터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벌써 몇 장의 종이를 버린 건가요. 편지를 쓴다는 건 ‘지구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가져야 할 낭비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써야 해요. 쓰다가 틀리면 지워야 하니까요.

그리고, 연필을 사려거든 서울 마포구 연희로 47, 3층 301호, 여기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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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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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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