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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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총회가 끝난 야심한 밤, 신촌문화발전소. 고요한 나머지 얕게 내뱉는 숨소리조차 이 공간을 꽉 채울 듯한 큰 소리로 들린다. 이곳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뚜벅거리는 정체 모를 누군가의 발소리뿐. 어둠이 짙게 깔려 작은 실루엣 마저도 보이지 않는 스튜디오 창에 불빛 하나가 반짝- 한다.
누군가 불꺼진 신촌문화발전소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불빛의 근원을 들어올린다. 이 불빛을 내뿜던 건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 하나.
“누가 놓고 갔나 보네”
이윽고 111111부터 하나씩 비밀번호를 눌러본다. 111112… 111113…
그리고 123456을 누른 순간, 잠금화면이 열린다.
“이렇게 쉽게 열린다고…? 이 사람 진짜 겁 없네.. 내친 김에 구경이나 좀 해볼까?”
그렇게 그는 화면 속 앱을 하나 하나 클릭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으로 누구와 소통하는지, 남들에게 말 못할 이야기들을 휴대폰 속 메모장에 어떻게 담아가는지, 갤러리에는 누구와 찍은 사진들이 쌓여있는지, 캘린더에는 누구와 약속이 잡혀있는지까지… 어쩌면 우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아니 우리 그 자체인 그것을 열어 고요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몰랐다. 비밀번호를 대충 설정해놓은 것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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