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문예> 12월호, 소원
2025년 다시 돌아온,
신촌문예는 잔치가 제공하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new! 2025
신촌문예
12월호
<소원>
2025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마음 속에 있는 크고 작은 소원들을 떠올려 볼까요? 지금 마음 속 떠올리고 있는 소원들이 모여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만들어줄지도 몰라요. 원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그걸 이루는 첫 단추이니까요!
사랑하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서 우리가 더 단단해지도록 소원을 빌어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소원을 이루는 데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여기 잔치꾼들의 소원을 담은 책들을 보냅니다.
함께 할 에디터
개란
동화책과 그림책을 좋아하는 디자인과 학부생.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며, 최근에는 친필 사인본을 얻어 기뻤다.
종종 어린이 도서관에 가 책을 읽다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무엇이든 좋지만, 동물이 등장하는 책을 선호한다. 특히 검은 고양이.
아잰
새벽에 과제 마감을 앞두고 읽는 스릴을 즐기는 패션 전공생.
첫눈이 내린 날 현실회피용으로 읽은 레 미제라블에 꽂혀
아렌델의 불가촉천민들이 여왕 엘사에게 일으키는 쿠데타를 주제로
2025 f/w 컬렉션 디자인 8착장을 과제로 제출하기도 했다.
장래 희망으로 개그맨 혹은 시인을 꿈꿨던 소녀 감성은 현재진행형으로,
표지가 예쁜 시집을 수집하고 중고 서적에서 전 주인의 밑줄을 찾아다닌다.
필립
머릿속에 세상 만사와는 도통 거리가 먼 잡념들만 가득한 철학도.
시간이 날 때면 그놈의 잡념들을 기어코 실천에 옮기고 마는 ‘지팔지꼰’의 대명사이지만,
그 덕에 한 번 뿐인 인생 꽤나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한계가 있는 법.
망상이 고프지만, 소재가 동났을 때 항상 함께했던 것은 소설, 그것도 둘 중 하나를 다룬 소설이었다.
세상이 망하거나, 사람이 망하거나.
채러
잔치를 졸업하며 독서 취미와 함께
취향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디어학부생.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 무작정 서점으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그렇게 읽은 책들은 차곡차곡 레포브에 마음에 드는 구절들과 함께 모아둔다.
그리고 온기와 행복이 필요할 때면 쌓아놓은 구절들과 그때의 생각들을 읽는다.
사랑하는 것들이 삶을 지탱해준다고 믿으며, 독서는 그것들 중 하나이다.
궁금한 책을 눌러 바로 확인해보세요!
🥚개란 🐤아잰 🧟필립 🍒채러
- 🥚『알사탕』, 백희나
- 🥚『두더지의 소원』, 김상근
-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고형렬
-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 🧟『깊은 강』, 엔도 슈사쿠
-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알사탕』, 백희나
잠자고 있던 동심을 깨워주는 알사탕 한 봉지
여러분은 이런 소원을 빌어본 적이 있는가? 동물이나 사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던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백희나의 『알사탕』은 이러한 순수한 상상을 따뜻하게 현실로 불러온다. 친구 없이 구슬치기를 하며 놀던 동동이는 동네 문구점에서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사탕을 통해 주변 존재들의 ‘진짜 마음’을 듣게 된다. 리모컨이 옆구리에 껴 아파하는 소파의 목소리, 동동이가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마지막 남은 투명한 알사탕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제 동동이는 남의 마음을 듣는 대신, 혼자 놀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내기로 한다.
소원을 빈다는 행위는 어쩌면 아주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사탕』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꺼내 보게 한다.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조금 찡해질지도 모른다. 백희나 작가의 아름다운 상상력이 담긴 이 그림책은 진심을 전하기 어려운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더하여 이 작품은 『나는 개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해, 이미 알고 있던 캐릭터를 다시 만나는 작은 반가움도 전한다. 알사탕을 만드는 문방구 할아버지의 비법이 담긴 미니북 『알사탕 제조법』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랑 같이 놀래?”
▸『두더지의 소원』, 김상근
차가운 겨울 속에서 피어난 작은 우정과 따뜻한 소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두더지는 아직 친구가 없다.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날, 집으로 돌아가던 두더지는 길에서 작은 눈덩이를 만난다. 코를 살짝 대고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는 순간, 눈덩이는 두더지에게 그저 눈이 아니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된다.
두더지는 눈덩이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지만, 곰 아저씨와 여우 아저씨는 눈덩이는 탈 수 없다며 지나쳐 버린다. 어른의 시선에서 눈덩이는 그저 언젠가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더지는 눈덩이가 ‘진짜 친구’라는 사실을 포기하지 않는다. 눈덩이를 곰처럼, 또 작게 빚어 보며 끝까지 함께 가려는 마음을 지켜낸다. 별똥별에게 소원을 빈 두더지는 사슴 아저씨의 버스를 타고, 버스 안의 온기에 잠시 잠이 든 두더지가 눈을 떴을 때, 곁에 있던 친구는 사라지고 만다. 눈덩이 친구는 두더지를 다시 찾아왔을까. 두더지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졌을까.
차갑고 고요한 겨울 풍경 속에서 두더지와 눈덩이의 우정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보들보들한 그림의 분위기는 마치 추운 날 손에 쥔 붕어빵처럼 마음을 천천히 데워 준다. 눈덩이 친구와 함께한 두더지의 하루는 그렇게 독자의 마음속에도 오래 남을 것이다. 눈이 녹아 사라진 뒤에도, 그날의 따뜻한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처럼.
“할머니가 그랬는데, 별똥별은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래. 별똥별이 내 소원도 꼭 들어줄 거야.”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고형렬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말은 곧, 에르덴조 사원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분명히 없다고 말하는데도 닿지 못한 장소, 지나간 길,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이 문장 사이에 고요하게 놓여 있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선명한 감각으로 남아 있다.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들, 끝까지 닿지 못한 시선들, 한 발 앞에서 멈춰 섰던 순간들이 겹쳐진다.
이 글 속에서 부재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사유가 멈추지 않는 상태다. 증명할 길은 없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보다, 무엇을 향해 걸어왔는지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목표나 결과보다도, 그 방향을 선택했던 시간과 마음의 결이 먼저 떠오른다. 이곳에 닿고 싶었던 소원은 성취되지 않았지만, 그 소원이 만들어낸 시간과 방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의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수결이 만들어진다. 소원은 이곳에 닿고 싶다는 욕망이라기보다,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힘에 가까운 것 아닐까? 없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사유의 자리.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삶의 방향이 되고, 지나온 시간을 설명하는 흔적으로 남는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말이 꼭 성립해야 하는가
분명하게 말해서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이 있는 것처럼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
그래 에르덴조 사원에 내가 있다는 것은
에르덴조 사원이 없다는 것과 진배없다
p.64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나는 말한다, (당)신이었다
어둠은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눈빛과 얼굴과 손과 무릎의 순서로 천천히 드러난다. 무엇이 먼저 무너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잠시였다는 사실이 먼저 말해지고, 그 뒤에야 신이었다는 고백이 따라온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위에서야 가능해진 말들이다. 한때 전부였던 것들, 의심 없이 믿었던 감정들, 삶의 중심에 놓여 있던 존재들은 모두 과거형으로 남아 있다.
글 속에서 인칭은 소리가 되고, 무게가 되고, 거리를 재는 단위가 된다. 얼마나 밀려왔는지,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를 가늠하는 동안 마음은 이미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그때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던 감정들이 이제는 조심스럽게 돌아보아야 할 기억이 된다. 소원처럼 간절한 마음들이 있었지만 그 소원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짧음이 마음의 진실함을 지우지는 못한다. 보호막이 되기보다는 압력처럼 작용했던 소원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한때 진심이었기에 형태를 바꿔 남아 있는 마음들이다. 신이었던 것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믿음은 계산과 감각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지만 쉽게 밀어낼 수도 없는 것들은 다가오는 기척으로 남아 현재를 흔든다. 소원은 성취가 아니라, 피할 수 없이 인식하게 되는 거리이자 기억의 다른 이름으로 남아 지금의 마음을 조용히 설명해준다.
너의 이름을 썼다가 지운 자리마다 나무가 자라고 빽빽한 울음들이 가득했으나 아직 아무 때도 아니었다
지난 염소들은 말뚝으로 남았다
별만이 별을 삼킨다 그래도
p.105

▸『깊은 강』, 엔도 슈사쿠
희망의 상실, 그 너머의 삶에 대하여
이룬 것을 갈망하는 이는 없기에, 우리의 소원은 언제나 품지 못한 것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소원을 비는 순간에서만큼은 여과없이 욕망을 드러내고, 걸러지지 못한 욕망은 가장 인간적이기에 단연코 이기적이다. 이 책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키구치 이 4명의 인물들은 철저히 자신의 욕망을 담아 소원을 빌기 위해, 인도 갠지스강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상처의 치유, 과거의 보상, 존재론적 이유 탐색과 같은 것들을 빌며.
그러나, 정작 그들을 막아선 건 성지순례 속 겪었던 어떠한 고난도, 그로 인해 그만 놓쳐버리고 만 마지막 희망도 아닌 그저 그들과 다를 바 없던 단 하나의 인간, ‘오쓰’였다. 그는 인간의 섭리를 거부한 자다. 그의 소원에도 분명 욕망은 있었다. 단지, 가장 순수한 그의 근원마저 이타적이었을 뿐. 그 어느 것보다 이질적인 그의 소원은 어느새 마치 인물들의 목적지였던 갠지스 강과 같은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그들을, 또한 이 책을 읽는 우리를 살포시 감싸안는다. 그리고 그는 작게 읊조린다.
“인간의 강. 인간의 깊은 강의 슬픔. 그 안에 저도 섞여 있습니다.”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p.267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휘날리던 눈보라 속 스쳐 간, 내 삶의 유일한 구원자
이 세상 속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들 중, 가장 해소되어야 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다양한 후보들이 떠오르겠지만,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단연코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억울함’.
“10명의 죄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유명한 격언처럼, 감정의 영역에서나 ‘법’이라는 이성의 영역에서나 억울함은 항상 그 어느 것보다 기피되어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여기 누군가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것도 살인 사건의 누명을 썼다는. 그러나 결코 완전한 형태의 절망이란 없는 법. 타츠미 와키치의 머릿속에 문득 누군가가 떠오른다. 기분 전환 차 방문했던 스키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이름 모를 아리따운 여운. 내 삶을 구원해 줄 나만의 ‘여신’.
그렇게 그는 다시금 길을 나선다. 휘날리던 눈보라 속 스쳐 간, 그녀의 흔적을 다시 마주하길 소원하며.
“그런 거야 아마추어인 나는 모르지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요. 경찰관은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할 일이죠.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잡아갈 시간이 있다면 진범을 찾아내는 데 힘을 쏟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p.347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모든 걸 행복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게 우리의 재능이야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셀 수 없는 감정들. 우리는 이 감정들로 넘치게 행복하기도, 때로는 가라앉기도 한다.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넘어지고 지친다. 그런 순간,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천천히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우리의 주변에는 여전히 포근하게, 그리고 특별하게 우리의 삶을 밝혀주고 지탱해주는 것들이 있을테니.
시인만의 톡톡 튀는 발상들로 일상 속 당연하게만 여겼던 순간과 감정들을 표현하는 시집. 이 시집을 읽으며 시인의 일상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간절히 바래왔던 순간들이 이미 곁에 있어 당신이 발견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 고선경, 「샤워젤과 소다수」 부분
그리고 나는 사과밭이 되어가는 생각······ 네가 사과 향기
나는 비누 심으러 왔으면
그런데 말이야
제일 잘하는 게 뭐야? 물을 때
일상이라고 대답하는 네가 좋았다
― 고선경, 「여름 감기」 부분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수만가지이니까
사랑은 한 가지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사랑의 표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 사랑이 있으니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들이 있어서 하루를 지탱한다.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이 시집을 펼쳐 사랑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언어들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자. 사랑 충전이 필요할 때, 사랑을 할 때 모두 유용하게 쓰일 말들이 되어줄테니. 사랑하는 것을 가득 넘치게 찾고, 마음껏 사랑하고픈 당신의 소원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사랑은 느낌이 아닙니다
갈증과 배고픔은
느낌이에요
해결하면 사라지는 것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요
― 유수연, 「행복 1」 부분
뜨겁지 않은 체온으로
사람을 데울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때
삶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유수연, 「서른」 부분
그러면 우리는 2026년에 만나요, 안녕!
참여한 잔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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