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벨라프라하
처음 가려던 곳은 사실 이대 인근의 조그마한 칵테일 바였다. 외부에서 안주를 사서 반입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플레이스팀 신입 에디터의 권유로 근처에서 빵을 사 가기로 했다. 뜨끈뜨끈한 빵을 들고 눈누난나 발걸음을 향하는 빵순이들의 들뜬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플레이스 취재를 위해 차가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거리로 들어서자 우리를 반긴 것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물론 이런 일은 플레이스 탐방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쉬바펍을 취재할 당시에는 담당 에디터가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는 수 없이 필자는 이번에는 다른 곳을 잔치의 36번째 플레이스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며, 아까 그 안주용 빵을 샀던 가게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이젠 이야기의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었으니 가게의 이름을 당당하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벨라프라하는 자칫 지나쳐버리기 쉬운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아까 들어왔었지만 처음인 척 하자)의 첫 느낌은 다락방 같은 아늑한 분위기. 노랑노랑한 벽지와 따뜻한 색깔의 조명이 인상적이다.

벽면에는 프라하 감성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프라하에서 유학생활을 하셨던 사장님이 직접 공수해오신 것. 지도에서부터 시작해 꼭두각시 인형들과 액자와 작은 컵까지. 북적이는 큰 길가와 대조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매우 이질적인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마치 프라하를 떠돌다 우연히 현지 카페에 들른 한국인 관광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 문도 아기자기하니 예쁘게 생겼다. (다급한 손)

벨라 프라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뜨르들로’ (Trdlo) 는 가운데가 뚫린 원통 모양의 빵인데, 대표 메뉴답게 이 가게의 모든 손님들이 다 이걸 뜯어먹고 있었다. 프라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으로, 체코의 명물이라 한다. 질감이 매우 쫀득쫀득하고, 겉면에는 설탕과 각종 견과류를 넣어 만든 가루옷을 입혀서 달콤하다.

만드는 방법이 특이한데, 반죽을 봉에 돌돌 감아 굽는 방식이다. 모든 단면이 맛있게 고루 구워져서 먹는 사람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어떻게 먹는 것인지 몰라 눈치를 보아하니, 이렇게 결대로 찢어서 먹으면 되는 것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뚱뚱한 잔에 담아 주신다. 덕분에 칵테일을 주문한 듯한 기분이 든다.
칵테일을 연상시키는 유리잔은 이 날 결국 칵테일바에 가지 못한 두 에디터들의 아쉬움을 잊게 해 주었다. 사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연해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는데, 나중에 살푼 여쭤보니 주문할 때 미리 말해 놓으면 농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진한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전개지만 재미있는 팁을 하나 던지자면, 벨라프라하에서는 중고 명품가방을 살 수 있다. 가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선반에 가지런히 놓인 가방들은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누가 굳이 이 곳에서 가방을 사려고 할까?’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커피 다 마시고 일어나셔서 가방을 구매하시는 고객님을 진짜로 봤다. 중고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상태가 몹시 양호한 것들만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단,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에기치 않게 찾아간 곳에는 뜻밖의 즐거움이 있었다. 골목 입구 앞을 지나가다 고개를 빼꼼 내민 뜨르들로 모형이 보인다면 휙 들어가 보시라. 프라하가 당신을 맞이해 줄 것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65-4 (지번: 대현동 56-63)
시간: 월-토 10:00 ~ 23:00, 일 12:00 ~ 23:00
연락처: 02-365-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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