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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11 · 10

56. 르뱅(LE BAIN)

Editor 임봉자

에디터는 칵테일을 딱 한 번 마셔봤다. 작년 겨울, 친구들과 함께 무한 리필 칵테일 바에서 소주마냥 들이켰던, 야한 이름의 칵테일들.

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칵테일은 참 맛있는 술이었다. 생소주도 너무 써서 과일소주만 찾는 에디터에게 칵테일은 참 제격인 술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 맛있었던 칵테일을 단 한 번밖에 마셔보지 않았을까? 평소에 술을 잘 안먹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 칵테일의 이미지가 방금까지 놀리며 웃던 친구들과 마시기에는 우아한 감이 있던 것이 1번이겠고, 2번은 칵테일은 비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 친구들끼리 신촌에서 술을 마시고자 할 때, 칵테일 바 가자고 말하는 친구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대학생과 칵테일. 사랑하고 싶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당신에게는 자꾸 눈이 가는 법이다.

황진이 주막, 가막새, 새벽집, 아름다운 시절, 샘터 오도 막걸리, 엉클스, 고삼이까지. 칵테일 바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되지 않는 그 구수한 신촌 골목 지하에, 르뱅(Le Bain)이 있다.

 칵알못(칵테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쫄보 에디터 입장.

“와, 예쁘다!”  

들어가자마자 내뱉은 말이다. 르뱅은 정말 말 그대로 예쁜 곳이다. 더 이상의 미사여구를 붙이고 싶지 않을 만큼 예쁜 곳이다.  하지만 에디터는 플레이스 묘사를 해야할 의무가 있으니, 비유를 해본다면 같이 간 에디터 마경이와 또 다른 친구는 해리포터에 나올 법 한 곳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목욕탕이라는 의미의 불어 간판과 더불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윌슨이 헤밍웨이를 만났던 장소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상상도 덧붙여본다. 실제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온 헤밍웨이, 달리 같이 시대의 예술인은 아니지만, 이름은 밝힐 수 없는 그 유명 래퍼들의 단골집이라고도 하니, 우연처럼 마주친다면 땡큐다.

에디터가 앉은 2층 좌석 맞은 편에는 벽면에 스크린 빔으로 어바웃 타임을 틀어주고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의 명대사들을 자막으로 읊어가며, 바텐더 사장님들이 손수 공구해 꾸몄다는 르뱅의 인테리어를 곁눈질했다.

세상에, 첫 곡은 HONNE의 3am. 확실하다. Hip, itself.

르뱅은 젊은 남녀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고 계신다. 뉴욕에서 만난 두 사람은 스탠다드 빌딩의 루프탑 바 르뱅에 푹 빠져있었고, 한국에 돌아와 신촌에서 그들의 ‘르뱅’을 열었다. 6개월 전, 2016년 5월의 일이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중심으로 한 분필벽화.  

조만간 지우고 다른 그림으로 바꾼다하니, 사라지기 전에 보고오자.  

르뱅은 불어로, ‘목욕탕’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목욕탕에서의 음주는 위험하다.

사장님들이랑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참에 칵테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이름이 야하면 정말 맛있는 칵테일인가요?”

男 “(껄껄)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오르가즘, 섹스 온 더 비치 같은 야한 이름 메뉴가 잘 나가긴 하는데, 맛있다고 다 이름이 야하진 않아요. 맛있는 건 개인 기호마다 다르기도 하고, 오히려 그 술들은 너무 달다고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女 “그런 칵테일 중에 바텐더한테 보내는 메세지의 칵테일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바에 혼자 온 손님이 섹스 온 더 비치를 주문하면 옆 자리 앉은 사람과 키스하고 싶다는 의미에요. 반대로 블루문이라는 칵테일을 시키면, 옆 사람과 엮어주지 말아달라는 신호의 칵테일이죠.”

세상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칵알못 에디터에게는 꽃말처럼 새로웠다.

영어로 트럼프 당선에 대해 이야기하던 외국인 손님들.

여사장님의 추천 메뉴, ‘잭자몽’. 생으로 들어간 자몽이 떫지만 새콤하다.

4~5도 정도의 도수. 어떤 이들에게는 해장술이라던데.

“추천하실만한 칵테일이 있을까요?”

男 “‘Rusty nail’이라고 한국어로는 녹슨 못이라는 뜻의 술인데, 도수는 한 36도 정도 하는 독한 술이에요. 바텐더가 만드는 과정을 봐도 참 재밌는 술이에요. 제조할 때도 향이 좋고 마실 때도 향이 참 좋은 술이죠. 이 외에 메뉴에 따로 없어도, 손님이 원하시면 새로운 칵테일을 제조하기도 해요. 특별히 찾으시는 칵테일이 없으시다면 올 때마다 추천해달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날의 손님 기분도 칵테일에 중요한 요소거든요.”  

어림잡아 10명은 들어갈 법한 영화관 룸.

“영화관 룸이나 피아노, 기타도 있네요?”

女 “영화관 룸은 아지트 같은 느낌을 원했어요. 영화 뿐만 아니라,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끼리 스크린을 보면서 인화할 사진들을 같이 고를 수도 있거든요. 이 공간에서 음악, 게임, 영화 모두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피아노나 기타 역시 음악으로, 비록 처음 보는 손님들일지라도 서로 소통했으면 하는 의도였어요.”

들어가는 입구에 놓여져 있던 통기타. 피아노는 조만간 아티스트팀의 영상을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男 “뉴욕에서 어떤 한인 친구를 만났는데,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지만 기타를 친다는 장점으로 사람들을 끌어 당기고 있더라구요.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장기, 장점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소통하길 원했죠.”

女 “저번에는 서로 처음 보시는 아티스트 분들이 바에 앉아서 얘기하시다가 잘 통하셨는지 한 분이 기타를 치시고 한 분이 피아노를 치면서 즉흥 공연을 하셨어요. 손님들 호응도 너무 좋았죠. 그런 게 참 좋더라구요.”

참고로 영화관은 별도로 추가요금 없이, 당일 영화를 담은 usb를 가져와 룸이 비어있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예약도 가능하지만, 가능 시간대는 오직 저녁 7시~8시 사이 뿐이니 유의하자. 기타와 피아노는 다른 이와 소통하고 싶은 그대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르뱅의 기타, 피아노 뿐만 아니라, 책방특집 마지막이었던 홍익문고 앞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신촌에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이들에게 삶에서의 장소가 더 많이 마련되었으면 싶다.

“어떤 장소를 만들고 싶으세요?”

“원래 이 곳은 웨딩스튜디오였어요. 스타트업 장소를 찾고 있던 차에, 하얀 벽면이었던 이 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사무실 겸 칵테일 바로 쓸 수 있는 곳이 필요했거든요. 사실 이 골목이 많이 시끄러운 편이잖아요. 그래서 조용하게 술을 즐기고 싶은 손님들이 오길 원했어요. 실제로도  그런 손님들이 오고 있고요.

바(bar)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얼굴로 들어오는 곳’ 이라고 해요.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 곳, 외부와 단절된 채 오롯이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혼술 환영이에요.”

당신이 어떤 기분을 가져오던지, 받아줄 곳. 신촌 르뱅이다.


<LE BAIN>

주소 : 서대문구 창천동 53-24 지하1층.

영업시간 : 19:00~26:00

tel : 010-9600-0429

facebook : 르뱅 or @shinchonLebain

임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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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자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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