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임현진

임현진(23)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잔치 플레이스팀 에디터 이메진, 임현진입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복수전공 때문에 졸업까지 경영학 수업들만 남아있는 반 경영학도입니다.
이메진이라니, 신선한 에디터 명이네요. 무슨 의미인가요?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 중에 드립을 굉장히 잘 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어느 날 대뜸 절 “이메진 올 더 피플”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니 존 레논의 ‘imagine’이라는 유명한 노래의 가사였죠. 임현진과 이메진이 비슷하게 들려서 그렇게 불렀다는데, 그 노래와 ‘imagine’이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해서 에디터 명으로 쓰게 됐어요. 사족을 더하자면 노래의 정치적 이념보다는 평화적이고 욜로(YOLO)스러운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17년 상반기는 욜로적으로 보냈나요?
네! 한 학기를 휴학했거든요. 그동안 하고 싶던 알바도 해보고, 뒹굴거리면서 미드도 보고, 요리도 하고. 후회 없이 놀고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어요. 이전 학기에는 정말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었거든요. 몇 달 간격으로 소위 멘탈 나가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니까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었고요. 그런 걸 보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게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쉴 때가 된 거죠. 인턴이나 유럽 여행처럼 특별하고 거창한 걸 하진 않았지만 휴학을 한 건 지금 생각해봐도 신의 한 수예요. 한 학기 휴학하고 나니, 조금 더 여유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쉬는 것 자체가 주는 여유가 있죠. 재충전의 시간동안 어떤 것이 특히 좋았나요? 요리?
정확하게는 요리를 준비하고 먹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좋아해요. 먼저 그날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하고 나서 엄마랑 같이 나가서 장을 봐요. 혼자 갈 때도 있고요. 동네 산책하듯 가볍게 걸으면서 장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먹는 것만큼 재료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서요. 너무 돼지 같나요.(웃음) 그렇게 재료를 사오고 나면 레시피를 여러 개 찾아보고 제 입맛대로 조금 변형시켜서 요리를 해요. 요리가 완성되면 그냥 먹기도 하지만 특별히 예쁘게 나온 것들은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요. 나름의 취미 활동인 거죠. 볶고 굽고 삶는 과정을 통해서 재료들이 합해지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완성된 요리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현진 씨가 직접 완성한 아보카도 샐러드
그럼 현진 씨를 요리라고 생각해봐요. 나를 이루는 나만의 재료는 뭘까요?
감성, 유치함, 소심함, 마이웨이. 이렇게 네 가지인 것 같아요. 전 감성적인 걸 좋아해요. 재즈랑 클래식, 로우파이 힙합같이 좀 늘어지는 노래나 ‘비포 시리즈’랑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비 오는 날 빗소리 듣는 것도 좋고요. 그래서 잔치 글에서도 그런 ‘감성충’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유치한 것도 제 특징 중 하나예요. 말장난이나 실없는 얘기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친한 친구들하고 만나면 중학생 때랑 다를 게 없어요. 그리고 유치하지만 막연한 낭만이라고 할까요? 영화 같고 소설 같은 상황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어요. 예를 들면 아직도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싶다든가 하는 그런 거요. 마지막 두 개는 어찌 보면 좀 상반된 건데, 평소에는 소심한데 한번 결단을 내리면 불도저같이 직진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지킬 앤 하이드’처럼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현진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본인의 잔치글은 어떤 거예요?
클로리스편이요. 비가 조금 내리는 날 취재를 갔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라라랜드’의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장소와 날씨도 완벽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국 문화와 관련지어 쓴 글이라 가장 애정이 가요.
영국 문화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닥터후’와 ‘해리포터’, 두 작품을 보면서 영국에 대한 환상을 키워왔거든요. 좀 더 커서는 베네딕트의 셜록 덕분에 꼭 영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영국 액센트도 좋아하고, 특유의 음산하고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좋아요. 물론 직접 가보면 그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겠지만요.
어떻게 보면 영문과에 필연적으로 오게 된 것 같네요.
맞아요. 어릴 때부터 주구장창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만 봤더니 저도 그렇게 영어를 말하고 그 사람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외고 영어과로 진학하고 결국엔 영문학과 까지 오게 됐네요. 이래서 어릴 때 경험이 중요한가 봐요.

요즘은 뭐하고 지내요?
요즘은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고 있어요. 계절학기 듣는 동안만 혼자 지내는 건데요. 청소부터 밥까지 쉬운 게 없더라고요. 워낙 가족이 많은 집에서 살아 와서 혼자 있으면 외로운 게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집순이여서 더욱 그렇게 느끼나봐요. 계절학기가 빨리 끝나고 집에 가고 싶어요.
단기 자취생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삼겹살이랑 채소를 먹고 싶을 때요.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데 자취하니까 쉽게 먹지 못하겠어요. 신선한 채소랑 과일의 중요성도 크게 느끼고 있고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혼자 있을 때 훅 느껴지는 외로움이요. 큰 집에서 여러 명과 살던 사람에게 주변에 아무도 말 걸 사람이 없다는 건 고역이에요.
계절이 끝나고 본가로 내려가면 집순이로서 하고 싶은 게 많겠네요. 3가지 정도만 말해볼까요?
1. 가족들과 요리해 먹기. 2. 동네 친구들과 카페 가서 놀기. 3. 그냥 집에 있기! 열렬히 집에 가고 싶었지만 막상 떠올리고 보니 별 게 없네요. 특별히 뭘 하고 싶다기보단 그냥 가족과 집, 그리고 익숙한 동네가 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남은 23살의 반은 어떻게 채워나갈지 imagine해봐요.
스물 넷이 되기 전에 자신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저만의 스탠스를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계절학기가 끝나고 나서는 신문을 꾸준히 읽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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