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이유미

이유미(15)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어떤 게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하늘색 집업을 입은 소녀가 말했다. 두 손에 모아쥔 컵 강정, 교복 치마와 아직 빠지지 않은 볼살. 20대인 에디터는 10대인 유미 양이 꿈꾸는 자유가 밤늦게까지 놀기 같은 일탈일 것이라고 속단했다.
“저는 대학생이 되면 그냥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제가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거든요.”
아차. 에디터의 오만한 예상이 무색하게 유미 양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싶지만, 집에서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꿈을 이루려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지금 당장은 공부가 제일 힘들어요.“
뒤이어 요즘 힘든 일은 없는지 묻자 한숨을 푹 쉰다. 오늘 신촌에 방문한 것도 중간고사가 끝나서라고. 다양한 옷들을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 했다고 한다. 시험은 잘 봤냐고 묻자 유미 양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힘들 때는 우리 집 강아지를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름은 초코고 두 살 정도 됐어요.”
공부하다 지치면 가만히 강아지를 안고 있는다는 유미 양. 그럼 초코가 언제 가장 좋냐고 묻는 에디터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하품할 때가 가장 귀엽다고 한다. 하품하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무척 평화로웠다.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무는 몇초간의 정적에 어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에디터는 유미 양을 보며 잠시나마 과거의 꿈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때는 사육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차츰 꿈과 현실을 저울에 달면서, 과거에 가졌던 희망은 낡은 일기장처럼 빛이 바랬다. 나에겐 희망을 놓지 말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용기조차 없었다. 에디터 또한 유미 양 나이엔 자유로운 어른이 되기를 염원했는데 막상 어른이 된 후에는 꿈을 잃었다. 돛단배처럼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흘러갈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특별한 누군가가 되지도 않은 채 말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집 가는 길에 괜히 컵 강정 하나를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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