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 어반정글 김하늘 사장님
#프로젝트 네 번째 이야기
알록달록한 단풍도 다 져간다. 그나마 소소한 즐거움을 주던 풍요의 가을은 얄궂게도 금방 치고 빠졌다. 남은 건 한 달 남짓의 연말뿐. 그리고 앙상한 나무들, 찬 공기, 구름으로 흐릿한 하늘. 마음까지 휑하니 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생기마저 사라진 이 회색 도시 속에도 싱그럽게 움트고 있는 녹색 공간이 있다. 이대 뒷골목 52번가에서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프로젝트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심속의 정글, ‘어반정글’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캐주얼 가드닝 브랜드 ‘어반정글’을 운영하고 있는 김하늘이라고 합니다.
상호명은 어떻게 정하시게 됐나요?
‘어반정글’은 말 그대로 도심 속 정글이라는 의미예요. 건물들이 가득한 도심에서는 다양한 식물들을 접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테이블 위에서나마 식물들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반정글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죠.
그렇군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반정글’은 일반적인 꽃집과는 다르게 꽃은 없고 녹색 식물들로 가득하네요.
맞아요. 꽃집이 아니라 플랜트 샵(plant shop)이에요. 외국에서는 꽃집과 플랜트샵이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꽃집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식물을 사려면 꽃집에 방문해야해요. 그러나 아무래도 꽃집은 꽃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식물은 부가적으로 다루게 되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식물을 접하기 어렵죠. 저는 그래서 식물이 주가 되는 샵을 만들고 싶었어요.

52번가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사실 제가 이대를 졸업해서 이 골목에 자주 오거든요. 우연히 이 길을 걷고 있는데, 딱 이 공간에 임대문의 종이가 붙어있더라고요. 그 때가 ‘어반정글’을 열기 전, 플리마켓을 하면서 시장 조사를 하던 때였어요. 마침 저한테 필요한 게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쇼룸이었거든요. 그런데 자금적인 부담이 있으니까 쉽게 공간을 결정하지 못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죠. 그런데 큰 기대없이 문의 전화를 해봤더니 청년몰이 들어올 자리라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지원하고 이렇게 ‘어반정글’을 오픈하게 되었답니다.
그럼 52번가에 오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저는 창업을 하기 전에는 회사를 다녔어요. 제약회사 법무팀에서 일했죠.
법무팀에서 플랜트 샵.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시다가 창업 하신 계기가 있나요?
창업에는 사실 제 성향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안정적인 길을 걷기 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회사를 다닐 때에도 도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가드닝 클래스를 접하게 됐는데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사업 아이템으로도 도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플랜트 샵이 없기도 하고 점적으로 셀프 인테리어나 홈 인테리어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가드닝 샵의 전망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업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저는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서있는 거예요. 창업이라는 게 보통 3년 정도는 투자 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기간 동안은 수익이 나도 그 수익으로 다시 투자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창업한 본인이 가져가는 순이익은 굉장히 적어요. 회사를 다닐 때에 비교하면 수입이 많이 적죠. 그래서 회사를 다닐 때 제가 누렸던 생활이 지금은 사치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잡아나가고 있어요.
성취감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가게를 열고 나서 제일 보람있었던 일이 있었나요?
저는 이화여대를 다닐 때 학교 앞이 다른 대학가와 다르게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적다고 느꼈어요. 또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적고요. 그런데 ‘어반정글’을 방문하는 대학생 후배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 공간이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한 가게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 점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이대를 졸업하셨으니 바뀌어가는 신촌의 모습을 잘 아실 것 같아요. 신촌이 지금 변화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변화 자체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다만 이 변화가 단기간에 끝나는 변화일 것 같아서 그 점이 조금 우려가 돼요. 왜냐하면 52번가 청년몰 같은 경우도 12월에 사업장 지원이 끝나거든요. 그래서 이 지원이 끝나면 신규 점포의 80퍼센트 이상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신촌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상권이 죽었는데, 그걸 살리기 위해 청년몰이 들어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또 다시 젠트리피케이션때문에 청년몰 상인들이 나가야하는 일이 발생하려고 해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대문구청이나 사업을 주관했던 부처들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어야 했는데 다소 단기적으로 생각하고 진행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조금 걱정스럽지만, 다시 여러 부처들이 협동해서 이겨내야겠죠.
*낙후되었던 도심 지역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원래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게 되는 현상

반려동물은 많은 분들이 분양하잖아요. 그런데 식물을 분양하는 분들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어떤 분께 식물을 추천하고 싶으세요?
사실 동물을 키우는 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계속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매일 돌봐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걸 힘들어하는 1인 가구에게 식물을 키우는 걸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식물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요즘은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이라고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도 처음부터 식물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식물을 배우면서 키워나가다 보니까 점점 정이 붙었죠. 얘네들이 제가 물을 주고 정성을 주면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런 것도 뿌듯하고요. 식물은 공기정화와 미세먼지 정화효과도 있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어요.

식물을 잘 키우는 사장님만의 꿀팁이 있나요?
보통 식물을 키울 때는 꽃집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물을 주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주세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키우면 식물은 다 죽어요. 왜냐면 집집마다 환경이 다 다르거든요. 어떤 집은 습하고, 어떤 집은 건조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흙을 보라고 말씀 드려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겉 흙이 말랐을 때 물을 듬뿍 주시고, 물을 안좋아하는 다육식물이나 선인장 같은 식물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찔러봤을 때 흙이 말랐다면 물을 흠뻑 주시면 돼요.
그럼 다가오는 연말을 맞아 식물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연말이면 크리스마스를 많이 준비하시잖아요. 일단 미니 트리가 예쁘죠. 전구를 걸어서 장식해도 연말 분위기가 나고요. 또, 보통 포인세티아라고 불리는 빨간색 잎으로 된 식물도 좋아요. 그런데 그 식물이 키우기는 어려워서 곧 조화로 되어있는 제품도 들여올 예정입니다. 연말 기분을 내고는 싶지만 식물을 키우기엔 어려운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저는 이런 가드닝 샵을 체인화 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가드닝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보통 살 게 있으면 장을 보러 마트에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가드닝에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방을 넘어, 고양이 그림상점에서 놀고, 한국화를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식물샵까지 구경했다. 이제 이번 신초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벌써 이야기가 끝나다니 아쉽다고? 다행히 우리의 프로젝트는 끝이나도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는 아직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가게들이 그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공강이 심심하다면, 때아닌 약속 펑크에 시간이 붕 뜬다면, 아니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라도 발걸음을 돌려 이 ‘이화 오이길’에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골목길을 들어서는 당신이 보석 같은 가게와 사장님을 발견하길 바라며, 이만 이화 오이길과 인사를 나눈다.
<어반정글>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9
연락처: 010-5155-1872
영업시간: 12:00-20:0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urbanjungle_official

*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 2016년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시작된 곳이다. 이화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공간으로서 학생, 지역 주민 등 52번가를 찾는 모든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인간-대학-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혁신과 공유’하는 큰 의미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 내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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