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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8 · 03 · 14

3·8 여성의 날

Editor Mr.Lee

  빨잠 앞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차없는 거리에서 개성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사람들, 그 밖에 신촌에서 벌어지는 음악, 미술, 영화··· 그간 아트팀이 다룬 신촌 속 예술이자 문화라 일컬어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신촌 속 예술까진 아니더라도, 신촌 속 문화인 것은 분명한 이야기를 말이다.

 

Can Girls Do Anything?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1900년대 초 “천천히 굶어죽느니 지금 굶어죽겠다”는 구호로 시작된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노동조합 결성 요구는 점차 여성의 전반적 지위 향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확대되었고, 1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움직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 남성의 날은 언제냐고 묻는다면 글쎄,

3월 8일을 제외한 모든 날이 남성의 날이 아닐는지. 


   2018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한 행사가 신촌에도 열렸다. 대학생들이 주가 되어 기획된 이번 ‘여성해방 100%’ 공동행동은 낙태죄 폐지, 대학·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기조로 내세웠으며,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요구를 발언, 공연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신촌 한복판에서 선보였다. 당장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대학 내 강간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 또 다른 젠더이슈를 제기하는 목소리 등 이 날 신촌은 어쿠스틱한 음악이 아닌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논란이 된 사진. 맷돌 손잡이가 빠진 에디터는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조차 모르겠네요..

(사진출처: 손나은 인스타그램 @marcellasne_)


  선언의 해쉬태그와 폭로의 해쉬태그. 자칫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묻는 것만 같다. 다수의 여성들이 미투를 외치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여성들은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까?

 

Maybe No, 
  

  안타깝게도 에디터의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 이다. 마냥 안타까울 뿐 아니라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여전히 여성들은 성차별로 인한 많은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 사회는 그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다. (이에 대한 추가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동의할 수 없다면 Mr.Lee를 피해가세요.) 침묵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해일처럼 거세어지고 있는 metoo운동이지만, 사실 ‘폭로’라는 행위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적, 사회적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우에 따라선 피해사실을 밝힘으로써 일상이 파괴되거나 생명이 위협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뉴스룸에 출연한 한 성폭력 피해여성은 권력자인 가해남성이 두려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상에 신원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폭로를 선택하는 이들에게는 ‘피해자다움’이 요구되기도 한다. ‘정조나 순결을 잃은’ 고정적인 피해자 상의 존재는 피해자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피해사실 자체를 의심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2차 가해로 작용하게 된다.


   비단 물리적인 젠더폭력뿐만이 아니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이러한 남성중심적인 구조는 여성들이 무엇이든 할 수 없게 만든다. 여성들이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행사 Metoo&Withyou. 홍대와 신촌 사이, 동교동 거리로 나온 여성들

 

Make Girls Can Do Anything

  페미니즘이 열풍인 요즘이라지만, 현 시기가 과도기인 만큼 여전히 페미니즘을 둘러싼 검은 오해들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학과 내에서, 가족 내에서, 혹은 직장 내에서 홀로 삭히며 버티고 있는 이들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괜한 트집으로 분위기를 망친다는 비뚤어진 선입견부터, 마치 레드콤플렉스처럼 절대 상종해선 안 되는 부류로 인식되기까지도 하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신촌은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발화가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학을 정식 강의로 다루는 여러 대학이 모여 있고, 대학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젊은 청년세대가 주를 이뤄 공론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신촌이 훌륭하다며 올려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담론이 이루어진다는 점,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과 조금은 더 쉽게 그 담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신촌이 페미니즘의 꽤 괜찮은 밑거름이 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누군가의 엄마인 중년여성들, 검은 마스크를 낀 여성들, 화려한 퍼레이드 복장을 한 여성들···다르면서도 같은 존재인 이 여성들은 이 날 저마다의 이야기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함께 울었고 또 함께 외쳤다.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가 될 거야’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남성들 역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부당함에 맞서서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사한 하루였다.

피해자들의 분노와 복수를 응원하지만,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기억들을 불러올 수 있단 걸 안다.

죄책감 없이 힘껏 아파하고, 나중엔 우리 모두 안녕할 수 있길 바란다.”

 -한 행사 참여자의 말


   페미니즘에 놓인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해 보인다. #Girls_Can_Do_Anything이 선언으로만 남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 즉 #Make_Girls_Can_Do_Anything을 실현해 내는 것이다. 우리에겐 사회구조 속 여성을 분석하여 구조 내 공백을 꼬집을 수 있는 관점과, 그 공백을 메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풀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인 건 맞지만, 에디터는 당신이 함께 “Me too”를 외치는 것으로 그 시작이 가능할거라 굳게 믿는다. 나에게서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에게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것이 분명하니까. 병든 사회가 흰 장미로 물들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희망하며, 진선미 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어보려한다.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나에게서 당신에게
#With_You

 

*Sinchon, new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여름을 SHOW라는 주제로 기록합니다. 매월 SHOW 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이달의 ‘S’는 바로 ’Sinchon, new’입니다. 이곳에 숨겨져 있는 신촌 그리고 새로움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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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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