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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8 · 09 · 18

214. 장서진

Editor 왕 잔치

장서진(22)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그 이름도 제일 강(强)하다는 개강(開講)이 찾아왔다. 점차 쌀쌀해지는 바람과 함께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인터뷰에 응해줄 한 사람을 만났다.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서진씨 양손에는 크게 프린트한 초상화 그림과 트레싱지가 무수한 과제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실이 막막한 미대생 장서진입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에 재학 중이에요.

 

현실이 막막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유는 딱히 있지 않아요. 그냥 정말 이게 현실이니까…… 벌써 과제 나온걸 보니 이 또한 막막하네요.

 

그렇다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서진씨만의 방법이 있나요?
요즘에는 사진찍기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원래 제 취미가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근래에 확실히 관심있는 건 사진찍기입니다. 이번에 사진동아리도 들어갔거든요.

 

특별히 사진 찍는 것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학교에서 “사진과 미디어”라는 서양화과 수업을 들었어요. 이 때, 필름카메라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상세히 알게 되었고, 외할아버지께서 쓰시던 카메라를 물려 받아서 계속 찍게 되었어요.

 

외할아버지로부터 필름카메라를 받았다고요? 좀 특이한데요?
몰랐는데 외할아버지가 사진관을 하셨어요. 그때 사용하시던 카메라라고 하던데 정말 오래된 것이랍니다. 카메라를 보면 “nikomat”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유명한 카메라 회사인 nikon의 옛날 이름이에요. 이 기기가 너무 옛날 기계라서 전부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고, 매우 무거워요. 거의 뭐 벽돌카메라죠, 벽돌메라. 사실 다른 카메라로 바꾸고 싶지만 당장에 돈이 부족하기도 하고, 또 고장이 난 것은 아니여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

 

찰-칵! 이 카메라가 바로 오래된 벽돌메라, NIKOMAT이다

 

그래도 벽돌만큼 무거운 무게의 이 필름카메라를 들고다니는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필름카메라의 매력 자랑해주세요!
음, 일단 사진을 찍어도 바로 확인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오히려 결과물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아요. 그리고 사진을 현상하고 받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길어서 잊고 지냈던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새록새록한 기억이 반갑기도 하고요. 또, 필름카메라만의 색감으로 인해 후보정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사진이 예쁘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아, 맞다! 우연에 의해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얻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그런 경우를 ‘빛샘’이라고 하는데, 현상할 때 사진이 타는 과정에서 나타나요. 사실 찍을 때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현상 후에는 최고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기도 한답니다. 만일 필름카메라로 찍은 다양한 사진이 궁금하다면 제 인스타그램(@seo.genie_) 계정으로 놀러오세요.

 

의도치 않은 빛이 분위기를 장악하였다!

 

올해 사진동아리에 들어가게 됐다고 하셨어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음 제가 혼자 사진을 찍을 때는 특별한 일을 만들어야만 사진기를 들고 나갔어요. 그러다보니 제한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고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동아리는 매주 출사를 나가니까 더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아리 덕분에 용마랜드도 가보고, 용산 가족공원에도 다녀왔어요. 집순이를 집 밖으로 탈출시켜줘서 고맙고, 또 다양한 곳을 가게 되어서 좋다고 생각 중입니다.

 

아까 취미가 주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는데 다른 것은 어떤 게 있었나요?
베이킹이랑 캘리그라피 했었어요. 마카롱도 만들고 스콘, 당근케이크, 브라우니, 타르트 등 많은 종류를 만들었는데 까눌레를 끝으로 베이킹은 현재 휴식기에 있습니다. 만드는 요소가 너무 깐깐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마카롱이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색을 넣고 필링도 바꾸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좋았었습니다.
그리고 캘리그라피는, 제가 영어로 글 쓰는 법을 알게 된 후로 제 나름의 미적감각을 살려서 활용하다보니 재미를 붙었어요. 점차 실력이 늘어서 과 티셔츠에 들어가는 글씨도 직접 쓰고, 학교의 한 동아리에게 보틀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캘리그라피를 적어 팔기도 했었습니다.
아! 이건 바뀐 취미는 아니고 계속 지금도 하는 중인데요, 길고양이 보는 거 좋아합니다. 거의 2년째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간식도 챙겨주고 나뭇가지로 놀아주고 있어요. 학교에서 집 가는 길에 잠깐 들려서 고양이들 놀아주다가 MBC에서 인터뷰도 하곤 했었어요.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는 비주얼의 마카롱, 고퀄리티의 캘리그라피까지 손재주가 어마어마하다

 

우와 베이킹이나 캘리그라피는 전문가 솜씨라고 해도 믿겠어요. 왜 지속적으로 안 하시는 건가요?
진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단순히 재미있으니까. 근데 계속하다 보니 욕심이 나고 잘 하려고 하니까 안되고 그래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거 같아요. 사실 요즘 취미가 사진 찍기라고 말하지만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 욕심이 생기다보니 이 취미도 멀어질까봐 무섭기 시작했어요. 시간 지나면 또 어떤 취미가 저에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요. 정작 꼭 해야 할 그림은 안 그리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미 대단해 보여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취미가 많아서 그런 취미들을 활용해 무언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확실히 없어서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은 못할 거 같아요. 예전에는 앨범아트나 영화포스터 사진을 활용해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은 경의선 숲길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힐링하면서 과제나 해야죠 뭐……

 

고양이들아, 서진씨에게 힘을 주렴!

 

“취미가 무엇이다”라고 내세울 것이 없는 나와 달리 다수의 취미의 역사를 가진 서진씨는 ‘만능 취미 이력서’를 가진 느낌이 들었다. 현실이 막막하다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채우는 그녀를 만나니 나 또한 나만의 취미를 찾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새로운 탐색에 눈을 뜨게 해준 서진씨에게 감사의 인사와 그녀의 끝없는 취미에게도 응원을 전한다.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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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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