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소담식당
아무리 반복되어도 적응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월요일. 나른했던 주말이 가고 어김 없이 찾아오는 월요일은 여전히 낯설고 힘들다. 그래도 일어나야 하고, 하루, 또 일주일을 시작해야 한다. 차례차례 지나가는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렇게 오직 주말만을 기다리며 버틴다. 어쩔 수 없다. 버티는 수밖에.
버티는 와중에도 웃을 수 있는 건 끝이 있기 때문이다. 평일의 끝, 주말의 시작. 금요일 오후의 끝자락에서, 수고한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주려 한다. 전부터 눈 여겨 보았던 소담식당에서의 한 끼다.
명물거리 뒷길 한 구석에 위치한 소담식당. 칙칙한 콘크리트 길 위에 초록빛 잔디가 눈에 띈다. 잔디 위 작은 표지판에 ‘소담식당’이라고 적혀 있고, 간판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다. 잔디와 표지판 외에는 어떤 장식도 없다. 무언가 가게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가게 내부는 흰색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소담식당을 더욱 비밀스럽게 만든다. 그 비밀스러움이 소담식당에 시선이 머물게 했을 지도 모른다.

소담하다. 형용사. 1. 생김새가 탐스럽다. 2.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다. 가게가 보기보다 넓지 않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내부가 좁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꽤 널찍하게 배치된 5개의 테이블 덕분이다. 그리고 북극성처럼 밝게 빛나는 조명이 하나씩 각각의 테이블을 비추고 있기 때문인지 그 위치가 알맞아 보인다.

메뉴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덮밥, 파스타, 피자. 일식과 양식의 조합이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 평소 뜬금 없는 조합의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은 B급 식당일 것이 분명하다는 편견을 지닌, 에디터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 같다. 그럼에도 기대하게 되는 것은 평일의 끝이자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에 만난 기분 좋은 식사이기 때문일까. 평소 파스타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파스타를 맘껏 즐기고자 아마트리치아나와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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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파스타를 기다리는 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각 테이블마다 비치된 작은 물컵 2개. 아기자기한 물컵들이 페르시아 카펫을 떠오르게 하는 작은 조각보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시는 사장님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면 찬장 위의 귀여운 다육 식물들, 스노우볼 같은 작은 조명 등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품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 그 평범함 속의 작은 특별함이 모이고 모여 소담식당을 더욱 소담하게 만든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 아마트리치아나와 오일 파스타가 차례로 나왔다. 토마토 소스의 빨간 아마트리치아나 옆에 초록색 호박이 곁들여진 노란빛 오일 파스타. 여기에 빨간 아마트리치아나는 빨간색 무늬의 그릇, 노란 오일 파스타는 노란색 테두리의 그릇에 담겨 식탁이 마치 하나의 다채로운 회화 작품처럼 느껴졌다. 파란색 무늬가 그려진 앞접시마저 새로운 색을 더해 빛을 발했다.
아마트리치아나는 다소 삼삼한 토마토 소스에 버섯, 닭가슴살, 호박 등 각자만의 개성 있는 식감을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더해져 담백한 파스타를 완성시켰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파스타였다. 여기에 베이컨과 호박이 곁들여진 보다 짭짤한 오일 파스타가 더해져 맛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처음 들었던 포크가 마지막 한 입의 포크라고 느껴질 만큼 평소 파스타를 좋아하는 에디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서 여쭤 보셨다. “맛 어땠어요?” 그런 사장님께 기쁜 마음으로 대답을 건넸다. “너무 맛있었어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 감사하다는 말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정작 감사한 것은 에디터였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대접받은 듯하였다. 금요일의 오후를, 평일의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준 한 끼 식사.
음식을 먹었던 기억은 음식이 제공되는 환경과 분위기에 의해 좌우된다. 소담식당에서의 식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지 음식이 맛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눈 여겨 보았던 분위기 좋은 곳에서 기대했던 파스타를, 나에게 대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몇 만원 하는 비싼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값진 식사였다. 일주일을 수고한 나에게 준 이 작은 선물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작은 선물은 또 다시 일주일을 보낼 원동력이 되어준다.
일주일을 버티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런 자문을 스스로에게 건네보자.
오늘도 수고한 당신은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소담식당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4길 21
영업시간: 매일 12:00 – 21:00
연락처: 070-8152-1177



잘보고가요 몽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