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날 수 없지만,

사람은 잊지 않기 위해 많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만든 이는 이제 없지만 그를 추억하며 불려지는 노래나
눈에 담은 모습을 그대로 남기기 위한 사진, 그림 또는 조각
혹은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알리는 영화같은 것들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기억의 승화는 대개 예술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면 그 당시 상황이 생각난다던가 간단한 기호나 그림으로 내용을 암기하는 등 무언가를 잊지 말아야 할 때 우린 예술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화여대 앞 거리에도, 우리가 잊지 않기 위해 세워둔 소녀가 있다.
벌써 5년째, 그녀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거리에서 앞을 응시한 채 가만히 서 있다.
소녀는 자기 몸만한 날개를 달고 바람을 맞으며 이미 날 준비가 되어있지만
아직 날 수 없다.
소녀는 아직 날 수 없다.
그녀의 발을 잡는 무거운 돌덩이들이 사라지기 전까지
자유로울 수 없기에
나는 그녀가 더 이상 힘들지 않고
훨훨 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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