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 윤서의 첫 신촌 방문기
카페에 앉아서 포털사이트와 sns에 ‘신촌’을 검색하며 고민하던 중이었다. 잔치의 일원이 된 후로 업로드 된 글들에 매주 감탄하기만 하다가 내가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소재를 찾는 것부터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물었다.
“목요일마다 가는 그거 때문에 그래?”
그거라니, 그거라니! 이때를 틈타 친구에게 잔치 홍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잔치의 글들을 보여주었다. 열심히 글을 읽던 친구의 말.
“나 신촌 한 번도 안 가봤는데.”
21년 평생 한번도 신촌에 가보지 않았다는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나의 고민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윤서야, 너 나랑 신촌갈래?”
그 주의 금요일 오후, 무려 3연강을 마치고 윤서의 인생 처음으로 신촌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소담식당.’ 윤서가 잔치를 읽으며 꼭 가고 싶다고 말했던 곳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출발해 소담식당까지 한 시간이 좀 넘는 꽤 긴 여정이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질문을 시작했다.
처음 신촌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는 소감이 어때?
오늘 나 옷 입은거 보여? 시험기간인데도 땡땡이 원피스 입었잖아. 나 완전 기대돼. 지금 약간 졸리긴 한데 엄청나게 설레고 기분 좋아.
어쩌다가 한 번도 신촌에 안와본거야?
사실 홍대는 많이 가 봤거든? 뭔가 신촌보다 홍대가 더 놀게 많다는 이미지가 나한테 있었던 것 같아. 나도 신촌에 왜 안 와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럼 너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신촌의 이미지는 어땠어?
신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거는 대학교지. 신촌 가면 대학생들 엄청 많을 거 같아. 대학생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엄청 많겠지?
오늘 오기 전에 잔치 읽었다고 했잖아. 읽고 나서 신촌에 대해 새롭게 느껴진 것들이 있어?
나름 옛날 동네 같은 분위기도 가지고 있는 게 놀라웠어. 내가 생각했던 신촌은 무조건 젊음의 상징! 그리고 번쩍거리는 것들이 많은 곳! 이런 곳이었는데 조용한 공간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
지금부터 신촌까지 약 한 시간 걸리는데 뭐 할거야?
미안한데 지금 방탄 컴백해서 노래 들어야 되는데…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 지은 윤서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빠져들었다. 해가 질 무렵 버스는 연대 앞에 도착했고 우리는 소담식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윤서는 가는 내내 이곳저곳을 보며 신기해했다.
“우와 벚꽃 날리는거 봐.”
“와 술집도 진짜 많아. 이런게 대학가지.”
“헐, 이대 과잠..! 예쁘다.”
신촌 첫 방문에 온 몸으로 설렘을 표현하는 친구를 재촉하며 늦지않게 소담식당에 도착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우리는 차례를 기다리며 다시금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소담식당인 특별한 이유가 있어?
메뉴를 봐봐. 육회연어덮밥이라니. 연어랑 육회라니! 그리고 나 네 덕분에 오일파스타 좋아하게 됐잖아. 이 오일파스타 진짜 맛있어 보이지 않아?
너 메뉴 얘기 할 때 되게 열정적이다.
이 메뉴들을 보면 이렇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 진짜 맛있겠다, 그치?
하지만 슬프게도 윤서를 열정적이게 만들었던 연어육회덮밥의 재료가 소진되었었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끝에 우리는 오일파스타와 블루베리피자, 피칸테파스타를 주문했다.

오고 싶었던 곳 와보니까 어떤 거 같아?
너무 맛있었어. 이제 신촌 맛집 물어보는 사람들한테 여기를 꼭 추천해줄 거야. 이 오일파스타 진짜 꼭 먹어봐야 돼. 여태까지 살면서 내가 오일파스타를 두 번 먹어봤는데 그 중에서 일등이야. 그리고 여기 분위기도 너무 좋다. 내가 생각했던 신촌의 음식점이랑은 달라. 골목에 있는 것도 그렇고 작고 조용한 내부도 그렇고. 밥만 먹는게 아니라 여유롭게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분위기랄까. 아! 사장님도 너무 좋으신 분 같아.
신촌 와서 처음 먹어본 음식들인데 점수를 주자면?
백점 만점에 백점이지. 진짜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직접 준비한 음식들도 아닌데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를 먹으러 윤서가 찾아온 카페를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없어져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옆에서 불을 밝히고 있던 다른 카페로 발을 돌렸다.
여기도 되게 조용하고 괜찮다.
그러게. 무작정 들어왔는데도 조용하고 얘기하기에도 좋은 것 같아.
오늘 어땠어? 신촌의 모든 것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맞아. 짧아서 조금 아쉽긴 했어. 아까 낮의 신촌은 나름 조용하고 여유로운 느낌도 있었던 것 같아. 벚꽃 날리고 과잠 입은 대학생들 걸어다니고. 소담식당까지 걸어가는 그 잠깐동안에도 되게 좋았어. 신기하기도 했고. 그리고 우리 학교는 학교 앞에 맛집이라고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잖아. 여기는 그런 곳이 많아서 너무 부러워. ‘학교 4년 다니면서 여기 있는 술집이랑 밥집을 다 가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눈 감고 아무데나 들어가도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 신촌의 밤은 어떤 것 같아?
신촌의 밤은 더 좋아. 문화의 거리 같다고 해야 하나. 버스킹하는 사람들,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어. 학교 주변에서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진짜 신기해. 밤이 되니까 낮에는 조용하던 가게들도 더 반짝거리고 거리에 사람들도 많아지는 거 같아. 신촌은 밤에 와야 그 활발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신촌에 대해 더 할 말 있어?
아까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든 생각인데 신촌은 데이트장소로 딱인 것 같아. 벚꽃 날리는 길거리를 걷다가 잠깐 멈춰서 버스킹도 구경하고 그러다 밥이나 술을 먹고 싶으면 어디든 들어가서 먹을 수 있잖아. 나중에 꼭 애인이랑 와야겠어.
난생 처음 신촌에 와본 뉴 신초너의 여정이 이렇게 끝이 났다. 인터뷰를 끝내고도 남은 이야기를 실컷 나눈 후 카페를 나왔을 때에는 우리가 정말 신촌에 빠삭한 사람들이 된 기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윤서는 오늘의 인터뷰가 어서 글로 완성되어 업로드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인터뷰를 제안받은 처음부터 고맙게도 윤서는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기록된다는 것에 굉장히 설레했던 것 같다. 그 설렘의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이 인터뷰로 언제든지 자신의 첫 신촌을 기억해 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모든 것의 처음은 의미가 있지만 의외로 잊혀지기도 쉽다. 윤서는 아마도 잊혀지지 않을 첫 신촌의 기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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