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신촌의 대학생 : 재학생과 휴학생과 새내기의 이야기
어느덧 유월이다. 정신없이 한 학기가 흘렀고 종강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학교 다니는 것이 원래 이렇게 대단한 일이었나? 코로나19가 완전히 뒤바꿔놓은 일상 속에서 이번 학기는 기록적으로 지친다. 밀려가는 사이버강의, 넘실대는 대체과제 등 할 일은 많은데 끝은 보이지 않고 이것은 흡사 짜도 짜도 계속 나오는 마지막 치약, 밀어도 밀어도 계속 들어가는 출근길 2호선을 떠올리게 한다.

연세대 캠퍼스. 코로나의 여파로 한적하다.
‘코로나블루’*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전국민적으로 힘겨운 시기인 지금, 신촌의 다른 대학생들은 어떻게 지낼까. 오월 축제의 뜨거운 열기는커녕 입학식의 설레이는 풋풋함도 못 느껴본 새내기는 무얼 하며 대학생활의 공허함을 달래고 있을까? 강의실 속 온기와 소음을 그리워하며 휴학버튼 콕 눌러버린 휴학생은 어떻게 힐링하고 있을까? 부푼 마음으로 세웠던 크고 작은 계획들이 무산되어버린 재학생은 어떤 삶의 낙으로 워크로드를 감당하고 있을까?
코로나와 함께 바쁘게 달려온 2020년, 그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신촌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로나블루 :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전현준, 20학번, 21세
현준 : 안녕하세요, 재수해서 이번에 연세대학교 20학번으로 들어온 전현준이라고 합니다!

이정인, 18학번, 22세
정인 : 연세대학교 18학번 이정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휴학해서 탱자탱자 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여름을 싫어합니다.

곽승표, 16학번, 25세
승표 : 연세대학교 16학번 곽승표입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입니다.
- 세 분 다 대학생이신데, 요즘 대학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현준 : 아무래도 대면강의가 어려운 실정이니, 인터넷강의 듣는 것처럼 모든 강의를 태블릿 PC로 듣고 있습니다. 2학기 때는 오프라인 개강이 될 것을 기대하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어요. 요새는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데, 가든파이브 쇼핑몰에 가서 새 옷도 이것저것 사보고 패션 유튜버 영상도 보며 독학하는 중입니다. 이런 사람은 모자가 잘 안 어울린다! 이런 걸 알려주더라고요. 또 대학에 온 겸 머리도 하고, 피티도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2학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인 : 저는 휴학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매우 기쁜 뉘앙스). 인생 첫 휴학인데, 요새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잠 자는 것입니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지적이죠(호호). 아참 최근에는 길고양이들 밥 주려고 다이소에서 츄르(길고양이 간식)를 사다가 매일 새벽 두시쯤 연대 서문, 연희동 일대를 마스크 끼고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들을 찾아 헤맵니다. 근데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습니다.
승표 : 사이버강의 듣고 지냅니다. 초반에는 강의가 하나 둘씩 밀리다보니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서 강의 듣는 걸 또 미루고 그랬는데(공포의 악순환), 이젠 다른 친구들이랑도 얘기해보니까 누가누가 덜 미루냐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기분이 낫네요. 하루일과를 말씀드리자면 일단 10시간 정도 자고선 밍기적거리며 일어나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수업 듣고 그 패턴을 한 두 번 정도 돌고나면 하루가 끝나 있습니다. 아 그리고 밖에도 잘 못나가니까 집안일을 엄청 열심히 합니다. 쿠팡에서 쇼핑도 많이 하고요. 최근에는 극세사 발매트도 사고 공기정화식물도 샀습니다.

승표의 공기정화식물. 이름은 ‘곽두기’.
- 코로나 때문에 학기초 세웠던 계획들이 많이 꼬였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힘들거나 불편한가요?
현준 : 아 힘든 게 참 많습니다. 우선 시험이나 과제에 있어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선배님들과의 네크워크 형성이 어렵다 보니, 시험 족보같은 것을 구하기 위해 연플, 에브리타임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인간관계도 아쉽습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대학에 와서 우정 끈끈한 소울메이트를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학과 새내기 단톡방이 있긴 하지만 온라인상으로만 얘기를 하다보니 친밀감이 형성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다들 비슷하겠지만, 활동에 지장이 있어 답답합니다. 피씨방이나 노래방도 제대로 못 가고,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낀 채로 러닝머신을 뛰고. 조금만 야외활동을 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 같아요. 가장 슬픈 점은 저희의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는 점 같습니다. 입학하자마자 비대면 강의에다 기숙사생활도 하지 못하는 유례 없는 상황의 학번이니까요. 20학번이 아니라 20.5학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씁쓸합니다.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제약이 있다보니 새내기들끼리 충분히 공감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정인 : 저는 코로나 때문에 휴학을 했어요. 왜냐면 다 같이 즐겁게 학교 다니는 분위기 속에서는 에너지 충전이 되는데, 사람도 못 만나고 재충전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있는 에너지 깎아 먹는 것이라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분 정도 고민하다 바로 휴학 결심 했습니다.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절대적인 즐거움은 있는데 상대적인 부러움이 전혀 없어요. 요즘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러움 순위 제가 1등입니다. 이런거 올라가도 되나 (웃음) 그치만 제가 원래 생각했던 이상적인 휴학은 1-2년 정도 길게 학교를 쉬면서 인턴을 하거나 교환학생을 준비해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턴모집도 많이 안 하고 교환학생은 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네요… 말하다보니 갑자기 현타가 오네요.
승표 : 저도 휴학고민 있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국악연구회 같은 동아리에 들어서 국악을 배워보고 싶었고 봉사활동도 하고 싶었습니다. 교육봉사는 너무 많이 해서, 이젠 연탄 나르기, 도시락배달 같은, 알죠 왜 젊은이의 땀, 청춘의 노고, 그런 걸 좀 느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못하네요. (시무룩)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훨씬 더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가 너무 불평불만 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화이팅!
-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다들 울적한 기분이 쉽게 들죠. 혹시 스트레스 받을 때는 무슨 일을 하나요? 요즘 나의 소소한 행복은?
현준 : 우선은 재수학원을 다녔던 작년과는 달리, 대학생이 되니 생활패턴의 자유로움이 있어 그게 참 행복합니다. 졸리면 자고 잠이 안 오면 새벽 다섯 시까지 깨어있고요. 변동이 있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또 요즘은 보컬학원을 다니면서 음악도 배우고, 패션유튜버 구독하면서 어떤 패션아이템을 살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계나 자켓 같은 것들이요! 송도가면 뭘 입을까? 월요일엔 뭘 입고 화요일에는 뭘 입을까? 이런 고민들을 합니다. 제가 예전부터도 스트레스 풀 때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과외도 하기 때문에 이 정도쯤의 FLEX 가능합니다. 참 제가 혼술도 좋아하거든요, 편의점에서 닭발에 맥주 같은 것 집에 사와서 혼자 먹을 때 그 행복은 크…(이하생략)
정인 : 잡니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까요. 심심할 땐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참 요새 ‘똑똑한 사람 되기’ 프로젝트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 공부도 하고, 책을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 이상 읽으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읽는 중인데 그것만한 수면제가 없습니다. 맞다 복킷리스트(복학하기전 하고싶은것 리스트)도 하나씩 해나가는 중인데 ‘집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3번째 오는 버스 타고 종점 한 정거장 전까지 가서 놀다오기’, ‘하루 10시간동안 직진만 하면서 걸어보기’ 등을 해보고 있습니다.
승표 : 헬스장을 못 가는데 운동을 좀 하고 싶어서 집에 턱걸이 철봉을 샀습니다. 홈트레이닝 요거 은근 재밌습니다. 인터넷 쇼핑도 요새 많이 합니다. 쿠팡, 오늘의집, 마켓컬리, 아 무신사도 추가해주세요, 등등에서 택배 오는 즐거움이 아주 그만입니다. 그리고 유튜브도 많이 보는데 제가 좋아하는 게임 유튜버가 월화수목금토 밤 10시마다 정기적으로 롤 방송을 하거든요. 저는 그럼 한 9시 50분 정도부터 10분동안 설레어 하며 기다리다가, 10시부터 한 20분짜리 영상 보고 그게 끝나면 참 아쉽습니다. 왜 어릴 때 일요일 밤 개콘 끝난 뒤 그 느낌 있잖아요. 참고로 저 유튜버 이름은 ‘괴물쥐’입니다.

정인이 태블릿으로 그린 그림. 단순히 취미라 하기엔 금손이다.
- 코로나19가 좀 진정되면 야외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겠죠, 신촌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현준 : 캠퍼스를 자주 오고 싶습니다. 문과대학 건물이라는 외솔관을 며칠 전에야 처음 와 봤어요. 전공수업이 열리는 건물들도 자주 오고, 백양로도 걸어 다니고 싶어요. 정문에서부터 쫙 올라가는 그 길이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잠깐 도서관에 가봤을 때 자료도 많고 테이블도 널찍해 공부하기 좋은 환경처럼 보였어요. 또 신촌에서의 맛집이나 놀거리도 궁금해요. 2학년이 되어 본캠퍼스에 간다면 신촌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싶습니다.
정인 : PC방 가서 밤 새고 싶습니다. 또 친구들 좀 한꺼번에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들이랑 MT도 가고 싶어요. 지난 겨울 친한 친구들끼리 강릉에 여행 가기로 약속해서 숙소 예약까지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외 그만하고 알바 좀 하고 싶어요. ‘맘시터’라는 아이돌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들이랑 정이 많이 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짤렸어요… 다시 알바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승표 : 영화관 가는 것과 방탈출이요. 코로나 터진 후 영화관을 한 번도 못 간 것 같아요. 방탈출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부터 ‘대탈출(대충 연예인들이 방탈출하는 내용의 예능프로그램)’을 열심히 봤는데요, 그걸 할 때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비싼 세트장에서 출연료까지 받아가면서 방탈출을 한다는 게 너무 배가 아팠어요. 나도 방탈출 잘 할 수 있는데…

캠퍼스 산책 중인 현준. 장소는 외솔관 앞.
- 신촌에서 대학생활을 하다보니, 신촌은 20대의 소중한 추억들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쌓여갈 공간인 것 같아요. 나에게 신촌이란 어떤 공간인가요?
현준 : 지역적으로 보면 ‘많은 대학교들이 있는 곳’. 제일 친한 친구들이 서강대에 많이 다니기도 하고, 대학들이 많이 위치한 번화가, 핫플레이스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연세대 합격하고 느낀 신촌은 어딘가 고급스러운 아우라가 느껴지는 동네예요. 피곤에 찌들었던 재수생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동경의 동네입니다. 그래서 제겐 ‘자유가 함께하는 공간’이라 느껴져요.
정인 : ‘제 2의 홈타운’. 한 번은 종로, 광화문 쪽에 갔다가 엉엉 울고선 한시간만에 신촌으로 돌아온 적이 있어요. 나는 맨날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데 신촌은 그렇게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렇지 않잖아요. 근데 종로 그쪽은 다들 너무 정장틱한 옷을 입고 있어서 쫄려 가지고 그래서 울었어요(웃음). 그래서 비유하자면 신촌은 어릴 적 아파트 단지에서 놀던 가장 넓고 좋은 놀이터 같은 느낌이에요. 제일 집에서 가깝고, 편하고, 익숙하면서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장소입니다.
승표 : ‘마법의 도시’. 우선은 제가 부산 사람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그 동경의 표본이 신촌인 것 같습니다. 없는 게 없습니다. 백화점. 러쉬. 화장품가게. 쌀국수맛집. 자취촌. 은행도 많지, 교회도 있지, 영화관에 방탈출카페에 다른 학교들도 가깝습니다. 없는 거라곤 명랑핫도그 정도네요.
또 위화감도 들지 않습니다. 예컨대 강남에 놀러 갈 때면 풀셋팅으로 차려 입어야 할 것 같고, 이태원 룩은 뭔가 특별해야 할 것 같고, 종로 가면 직장인스러워야 할 것 같고 명품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잖아요. 홍대 갈 땐 키드밀리처럼 입어야 할 것 같고요. 근데 신촌은 뭘 입든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편해서 좋습니다.
여기서 대학생활 몇 년을 보내다보니 신촌은 ‘잘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청춘들이 사는 도시’라고 느껴집니다. 방금 신촌 거리에서 너무 기뻤던 적도 떠오르고 너무 슬펐던 적도 떠올랐는데 나중에 하나하나 다 생각날 것 같아요. 50대가 되어서 와도 신촌 거리에 서있노라면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정인 : 너무 주접 아닌가요?)

신촌의 낮과 밤. 당신에게 신촌이란?
- 2020년 상반기도 거의 끝났어요. 올해가 반 정도 남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은?
현준 :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수능 이후로 10kg 정도를 감량했으니 나름 잘 하는 중입니다. 근육량도 늘리고 목표체중 70kg 초반대를 달성하고 싶습니다. 또 평생 갈 수 있는 절친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졸업하면 안 만나는 그런 관계 말고 평생, 언제 보아도 반가운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인 : 코로나가 끝나면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제 동생이 올해 대학을 가면서 엄마가 드디어 맹모삼천지교의 압박에서 벗어났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눈물)… 엄마가 등산을 좋아하셔서 같이 한라산도 가고 올레길도 걷고 싶어요. 아 그리고 다이어트 성공해서 민소매도 입고 다니고 싶습니다.
승표 : 아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아니다 최근에 생일선물로 러쉬 바디스프레이를 받았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러쉬 바디스프레이가 총 25가지 향이 있는데 그걸 다 사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이겠죠? 음 그리고 이제는 진로를 좀 찾고 싶습니다. (정인 : 오빠 몇 살이지?) 올해 2월의 가장 큰 목표가 진로탐색이었습니다. (정인 : 근데 지금이 몇 월이야) 진로는 결정도 어렵지만 탐색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평생 해야 할 것이 다이어트와 진로탐색이라고 합니다. 저도 갑자기 다이어트해서 민소매 입고 싶네요.
- 인터뷰해주신 세 분 다 청춘^^이죠,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다섯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준 : 힘들어도 나중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못 보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못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답이 있을 것이다. 현재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
정인 : 무료한 코로나 속에서도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보자. 화이팅!
승표 : 일단 하고나서 후회하자. 넌 너무 고민이 많아. 요새 가장 큰 고민은 항상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했어도 만족하지 못 하고 후회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그걸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춘은 한 글자로 ‘꿈’, 두 글자로 ‘희망’, 세 글자로 ‘가능성’, 네 글자로 ‘할 수 있다’!
어느덧 유월이다. 유월부터는 여름이다.
하스스톤에 대략 삼년째 미쳐있는 한 친구가 내게 들려준 얘기는 다음과 같았다. 그 게임은 운빨X망게임이라, 열심히 한다 해서 그만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높은 확률로 망한다. 삶도 그와 같다. 우리의 노력에 성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뭐라도 했을 때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올 봄을 두고 춘래불사춘이라고들 하지만 현실은 벌써 여름이다. 시간은 무정히 흘러가고 오랜 시간 우울을 소비하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 아깝다. 상황적 여건으로 제약이 많지만 할 수 있는 내에서 작은 것이라도 이것저것 해 보자. 그것이 늦은밤 단출한 혼술일 수도 있고, 조금은 엉뚱한 산책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여름이 끝나도록 못 입을지도 모르는 민소매 충동구매일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나아진다고 장담할 순 없어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하고싶은거 많이 하고선 머쓱하게 웃어보자. 그것이 이십대의 우리에게 주어진 가쁜 과제이자 조촐한 특권일 지도 모른다.
어느덧 유월이 왔다. 유월부터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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