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고전음악감상실
고전음악감상실의 첫인상은, 참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줄지어 서있는 푹신한 소파들. 창문에서 내리쬐는 햇빛들. 감상실을 가득 채우는 온후한 공기들. 멍 때리고 앉아 누군가의 어떤 고전음악을 감상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겨우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학관을 나오는 길, 왠지 앞으로는 학관 하면 맨 먼저 314호의 고전음악감상실이 떠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고전음악감상실이 생긴 것은 2001년경이지만, 이 곳의 운영을 담당하는 클래식 음악 감상 동아리 Harmony(이하 하모니)가 생긴 것은 올해로 45년째이다. Dj 박스 안에서 곡을 틀어주는 dj들은 3번의 dj 교육을 거친 하모니의 회원들이다. 1시간에 1곡은 감상부장이 지정한 곡을 틀어야 하지만, 나머지 곡들은 dj의 재량껏 음악을 틀 수 있다.
Dj 박스 안에 구비된 cd는 약 3000장, LP는 약 4000장, DVD와 블루레이는 약 100~200장에 달한다. 이런 엄청난 인프라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지원뿐 아니라 하모니 동문들의 기부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cd의 90% 이상은 각자의 멘트가 써진 카드와 함께 동문들이 기증한 것들이라고 한다.
dj를 보실 때는…☆

엄청난 양의 자원들
고전음악감상실은 “감상”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운드를 위한 장비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사운드에 그닥 조예가 깊지 않은 에디터는 오디오에 써진 B&W라는 글씨를 대충 보고 BMW가 차 말고 오디오도 만드는갑다 싶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며 알게 된 감상실의 장비 총액은 억대에 달한다고 한다. (오디오, TV 스크린, 방음장치 등 포함)
하모니의 회장(김혜진, 경영학과, 미인)은 LP판을 통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감상실의 큰 매력 중 하나로 꼽았다. CD는 다른 디지털 음원 등으로 들었을 때와 이 감상실에서 들었을 때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LP판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소박함이 억대에 준하는 감상실의 인프라와 합쳐질 때 색다른 공간감이 펼쳐진다는 것.

고전음악감상실의 내부. 저 분은 06학번은 아니다.
고전음악감상실의 이용자가 되기 위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면 학생회관 314호에 들어가 소파에 앉기만 하면 끝. 들어갈 때 학생증을 찍으라고 하지도 않고 문 앞에서 대기하며 인사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들어가서 앉아 있다가 원할 때 나오면 된다. 음식물의 반입은 원칙적으로는 금지되며, 원한다면 클래식 장르에 한해 신청곡을 용지에 써서 dj에게 낼 수도 있다.
하모니의 회장은 가장 인상적인 고전음악감상실의 이용자로 구체적인 신청곡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대개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출몰한다는 이들은 단순히 어떤 작곡가의 어떤 곡을 틀어달라는 요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지휘자가 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던 버전이 있는지, 혹은 이 연주자가 이렇게 편곡한 버전이 있는지 섬세한 선곡을 요청한다고. 이런 클래식 덕후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를 듣고 찾아준다는 dj들도 에디터에게 신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름/소속은 알아볼 수 있겠습니다만…
한 학기에 한번 오페라나 공연 실황을 틀어주는 상영회도 진행하고 있지만, 고전음악감상실의 주된 프로그램은 역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그저 감상하는 일이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문학사적 관점에 근거한 감상평을 500자 이내로 적으시오 라는 류의 퀘스트가 주어지지도 않고, 고가의 장비로 들었으니 감상료로 5천원을 내라는 요구도 없다. 학관을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 검은 소파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다가 수업시간이 되면 떠나도 좋고, 클래식에서 영감을 받으며 과제를 해도 좋고, 음악과 어우러지는 햇살이 따뜻하다면 잠깐 눈을 붙여도 좋다. 고전음악감상실은 클래식에 호감이 있다면 언제나 그곳에서 당신을 환영할 테니까.

고전음악감상실
위치 :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3층 314호
운영 시간 : 10 : 00 am ~ 5 : 00 pm (시험기간 1주 전과 시험기간 주간은 운영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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