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윤동주 시 작곡 경연대회 – 문예은 (INTERVIEW)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물 다섯 살 문예은이구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마지막 학기 남기고 있고, 곡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페이스북에 ‘문예루리’라고 쳐야 검색이 되던데, 그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발음이 안 돼서 제 이름을 말할 때 “내 이름은 문예루리야” 이렇게 말을 했대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예루~ 예루리~” 이렇게 불렀는데, 그걸 친한 친구들이 집에 와서 듣고 “예루~ 예루리” 이렇게 부르고, 또 학교에 퍼져서 모두” 예루, 예루리”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그래, 난 그냥 문예루리 해야지!” 그렇게.. (웃음)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일반 중학교를 나와서 일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입학했죠.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전 인문계를 다녔는데, 아시다시피 그 때(2008년쯤)는 야자 이런 거 되게 심했었잖아요? 그 당시 학교 선생님들께선 “레슨 가야 해서 오늘 야자 못 해요.”, “피아노 연습해야 해서 야자 못 해요.” 이러면 이해를 잘 못 하셨어요. 그래서 공교롭게도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엄마를 일 년 간 설득했죠. 공부는 혼자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퇴를 하게 됐어요.
강단이 대단하시네요.
음대엔 그런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에요. 스무 명 중에 한 두 명 정도?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전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어요. 실용 음악과 클래식을 사이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이왕 공부 하는 거 뿌리부터 공부해보자 생각한거죠.
예은씨 사운드 클라우드에 보니까, 게임 음악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던데, 넥슨에서 인턴도 하신 것 같구요.
영상 음악 쪽에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랑 게임을 좋아해서 히사이시 조 같은 분들을 존경했었어요. 근데 게임도 매력적인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니 운 좋게 넥슨에서 인턴도 하게 됐죠.
원래 영화 음악에 더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네. 영화 음악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어요. 그래도 지금은 제 자율성이 보장되는 게임 분야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게임도 좋아하시나요?
잘하진 못해요.(웃음) 같이 빨리빨리 하는 건 못해서… 롤 같은 팀플레이는 못해요. 강퇴도 당하고… 저는 판타지 느낌을 좋아해요. 그 세계관이 마음에 들거든요. 그냥 혼자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는 게임이 좋아요.
애니메이션도 좋아하시죠?
저 완~전. 지브리랑 디즈니 애니메이션 안 본 거 없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음악과 게임 음악을 비교하자면?
애니메이션은 각 장면에 맞춰서 곡을 쓰고, 게임은 각 상황에 맞춰서 곡을 써요. 예를 들어, 게임 속 전투 상황에선 전투 분위기로 음악을 만들어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엔 그 상황에 맞게 음악을 만들죠. (잔치 : ???차이가 있는 건가요?) 애니메이션은 몇 분 몇 초라는 제한이 있어요. 게임엔 꽝꽝 거리고 센 사운드가 많죠. 아니면 서버 별 음악이라든지.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고구려에 들어가면 고구려스러운 음악이 나온다든지.
넥슨에서 실제로 게임 음악을 만들어 보셨는지 궁금해요.
‘라이브러리’라고 해서, 만든 걸 등록해 놨다가 나중에 따로 쓰는 방식인데, 저는 이 일을 맡았어요. 징글 사운드라고 해서, 퀘스트 완료하면 ‘빠밤!’ 거리는 사운드를 많이 만들었어요. 아직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이라 상용화는 안됐고, 몇 개 만들고 나왔죠.
게임 음악이 갖는 매력이 뭘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자율성을 많이 주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핀불게임 음악 작업 요청이 들어올 때, 밝은 아메리카 분위기의 곡을 써 달라고 해요. 이게 무슨 소리인진 모르겠지만(웃음), 구체적인 요구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밝은 아메리카 분위기의 핀볼에 어울리는 곡을 쓸 수 있다는 게 좋죠. 전에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건 정해진 구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써야 했어요. 구간을 다 정확하게 주는데 처음엔 적응이 안되는 거예요.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싶은데, 이걸 상황과 화면에 맞춰서 끊어버리면 안 예쁠 수도 있는 거니까. 이런 부분이 안 내켜서 지금은 게임 쪽에 먼저 적응하고, 그 후에 다른 분야로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보통 작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받으시나요?
어제도 쓴 곡이 있는데, 그 곡은 일본 여행을 테마로 썼구요. 강아지 주제로도 많이 썼고. 가사 있는 건 제가 생각하는 분위기를 위주로 작업하는 것 같아요. 또 평소에 곡을 쓸 때 ‘미디’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가상 악기들이 많아요. 새로운 악기를 다운 받으면 좀 생각이 나는 편이에요.

‘윤동주 시 작곡 경연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상금?!(웃음) (보통 음대면 레슨 알바를 많이 하는데) 저는 누구 가르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돈을 벌어야겠고 4학년이라 다른 일로 돈을 벌기는 싫고. 그래서 제 전공과 관련된 일을 찾다가 발견한 대회예요. 또 다른 이유는, 제가 아시다시피 클래식 작곡과이고 보통 연주 음악만 많이 했던 터라, 가요 작곡에 많이 약해요. 저도 쓰면서 가요 형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 부분이)한 번 더 나와도 되는 건지, 너무 촌스럽고 유치하게 들리는 건 아닌지… 클래식 음악을 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진행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깨고 싶었어요. 남들이 들었을 때 완전히 가요는 아니지만, 가요와 가곡의 중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죠.
(약간 포장을 하자면)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신 거네요.
포장을 하자면 그렇죠.(웃음)
‘참회록’이란 작품으로 참가하셨잖아요. 특별히 이 작품을 고른 이유가 있다면?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많이 봤는데, ‘서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는 작품 말고, 덜 유명한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막 찾아보다가, ‘참회록’이란 시가 너무 좋은 거예요. ‘만 이십 사 년을 살면서’라는 시 구절이 있는데, 저도 작년에 스물 네 살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었어요. 졸업 연주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심적으로 공감이 돼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것 같아요.
작곡하신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이 궁금해요.
남들이 들었을 때 너무 어렵거나 촌스럽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듣는 귀랑 클래식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듣는 거랑 또 다르잖아요. 저는 나름 단순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비전공생 친구들한테 들려주니까 화성이 어렵다는 거예요. 의도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나와서, 그 부분을 많이 노력했죠. 너무 현대 음악 같지 않게 하는 걸 제일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노래를 저희 친언니가 했거든요. 부를 때 너무 어려우면 안되잖아요. 저는 사람이 부르는 걸 (곡으로)안 쓰다 보니까 음역대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엄청 낮게, 엄청 높게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계속 흥얼흥얼 거리면서 이걸 언니가 부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왜 직접 안 부르신 거예요? (노래 잘하시던데)
제가 고음이 안 돼요. 그리고 언니가 원래 노래를 잘 했거든요. 옛날부터 더 나이 들기 전에 언니랑 슈퍼스타케이 한번 나가보자 이런 얘기도 했었는데.(웃음)
그럼 상금은 언니분과 분배를?
아뇨 아뇨. 제가 다 가졌어요. 저를 부릴 수 있는 심부름꾼 10회 쿠폰을 주고.(흐뭇)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학교에 다니시기도 하잖아요. 평소 윤동주 시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굉장히 젊고 잘생긴 감성남이라는 생각?(흐뭇)
본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인가요?
시는 소설보다 금방 읽히는 대신 그만큼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리를 탕 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많은 사람들한테 단순한 말로 감명을 딱 줄 수 있는 게 진짜 실력 같아요.

아티스트로서 ‘신촌’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요즘 들어 버스킹도 하고 여러가지 하는데, 이게 얼마 안 됐잖아요. 사실 신촌은 홍대 처럼 무분별하진 않고, 딱 스테이지가 정해져 있으니까, 그런 걸 마련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기타를 했으면 나가서 버스킹 했을 텐데.(웃음)
홍익문고 앞에 있는 피아노에서 연주 해보신 적 있나요?
예전에 ‘달려라 피아노’라고 피아노가 여기저기 설치 되어 있던 때가 있었어요. 그 당시 빨간 거울 앞에서 굉장히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옛날 곡들을 편곡해서 막 치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옛날 팝송 같이 부르시고, 또 성악과 분들이 오셔서 성악하시고, 피아노과 분도 오셔서 둘이 듀엣으로 연주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렸었어요. 그래서 그런 합주나 작업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2014년 ‘달려라 피아노’ in 신촌
ⓒ달려라 피아노 페이스북 페이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세요?
지난 주부터 취준을 시작했어요. 게임 음악 스튜디오에 원서를 넣어 놨고, 일단은 게임 분야로 시작할 것 같아요. 이쪽에서 꾸준히 해보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해서 해외로 진출하는 게 꿈이에요. 사실 옛날엔 히사이시 조의 수제자로 들어가는 게 꿈이었어요.(웃음) 근데 그분이 연세가 있으시잖아요. 지금 제가 가도 좀 아닌 것 같고. 나중에 디즈니 들어가서 곡 하나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은 하고 있어요.
본인에게 음악이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서 감흥이 별로 없었어요. 근데 최근에 교양 수업에서 본인을 세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하라는데, 음악 빼고 말할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 인생… 음악 빼곤 없구나 생각했죠. 또 저 스스로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 머리가 없는 편은 아니니까 때려 치고 취업을 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제가 밤을 절대 못 새요. 클럽 가도 못 새고, 공부해도 못 새고, 새벽 두 세 시가 제 맥시멈이에요. 근데 곡을 쓰면, 밤을 이틀 삼일 사일 새도 아무렇지 않는 거예요.
음악은 저에게 인생의 동반자. 그 정도 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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