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문학창작촌이랑 스튜디오 써니마즈, 예술적인 하루
‘이렇게 살아서는 진짜 좇된다.’
벌써 몇 시간째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있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좁은 방은 북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겹문으로 정교하게 다물어진 창틀을 넘어서 반갑지도 않은 햇살이 어거지로 고개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딱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차라리 뭐라도 조금 했었더라면 그의 기분이 한결 가벼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행위에 있어서는 백치나 다름없었다. 그가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었지만, 늘 그렇듯이 상황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지금 내 꼴을 보라고. 침대에 달라붙어서는, 막걸리 아래 깔린 허연 가루나 마찬가지잖아.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두통만 안겨주는 그런 거라고. 졸업은 X같은 거구나. 아니 그건 아니지. 대학은 학문의 장이라며. 그거 공부하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공부만 했지. 그래 넌 사실 X나 잘한 거야. 근데 왜 이 꼴이지? 받아주는 곳도 없고, 불러 주는 데도 없다. 철학 그런 거 공부해서 뭐 하냐고, 일찍이 도망가 버린 그놈들은. 지금 뭐할까. 뭐하긴 X발. 면도 빡빡하고 출근 준비하고 있겠지.’
갓난아기가 한참 동안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나서는 방금 태어난 아기 구세주의 얼굴을 하고서 새근거리는 것처럼, 그 또한 악을 쓰다 못해 잠에 들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방에서 유일하게 포근한 성질을 띠고 있는 이불 밖으로 돌출한 발가락으로부터 비롯된 그림자는, 벌써 반대 방향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정오가 언제였는지도 이제는 까먹어 버릴 정도로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자기 전에 얽히고설키던 상념들이 어디서부터 촉발되었는지, 그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서 그는 미간에 내 천 자를 아로새겼다.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그 명료한 문장을 떠올린 후, 몇 년 전에는 학우들이었던 그들보다 여섯 일곱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서 용모를 단정히 하던 그였다.
“날씨 뒤지네.”
완연한 봄이 쉬어 가는 신촌. 진달래는 가고, 과하다 싶게 화려한 철쭉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지구온난화 덕분에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곧 사월에 내줄 터였다. 오랜만의 외출이 그에게서 끌어낸 첫마디였다. 아마도 그를 둘러싼, 생경한 환경에 대한 투박한 묘사는, 일종의 겸연쩍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기에 막역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몇 년 만의 만남이 당혹스러울 때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는 그와 유사한 종류의 접촉을 위해 걸음을 바삐 이어가고 있었다. 그가 칩거한 기간을 쉬이 짐작하게 했던, 덥수룩한 수염. 그것을 몽땅 밀어버리기 전에, 친구를 불러냈던 것이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증가로2길 6-7. 지도는 그곳까지 20분이 걸린다고 확언했다. 그는 약속 시간까지 정확히 20분을 남겨두고 나왔으면서도, 태연하게 담배를 피웠다. 그것은, 연신 뇌의 바닥까지 긁어 보아도 찾을 수 없었던 유쾌한 신호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다급하고도 절박하게 채워 넣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계의 정교한 계산 따위는 강인한 육체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꽃이 피는 계절은 생각보다 더운 것이었으므로, 그가 손수 골라낸, 얇은 회색 세로줄이 가 있는 검고 낡은 마이는 곧 그의 어깨에서 미끄러져, 손에 걸려버렸다. 아무래도 경보競步는 몸에 열을 올리기 마련이다. 마이 속 주머니에 작게 뚫린 구멍 때문에, 혹 라이터가 떨어지진 않았을까 싶어 몇 걸음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던 것도 그를 전혀 돕지 않았다. 그는 오 분 늦게 도착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그는 대답 대신, 손에 쥔 마이를 한 번 털었다. 이마에 흐르는 비지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입어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다.
“원래 X발 쁠라스 마이너스 오 분은 봐주는 거야.”
친구 F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F 또한 신촌에 살았다. 그들은 자주 만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F는 부르면 나오는 친구였고, F는 품위 넘치게도 영문학을 공부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봄의 황사 낀 바람이 멈추고, F의 하얀 옷도 나부끼기를 차분하게 그만두었다.
“그래 뭐 그런 거로 치고, 갑자기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건데.”
“지도 봐봐. 여기 연희 문학 창작촌[1]이잖아. 오늘부터 여기서 작가로 살자고.”
F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F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말을 쏟아 내었다.
“아니 너 그 뭐냐 영문학과고, 고등학교 때 글도 썼잖아. 나도 요즘 글 쓴다. 근데 글이라는 게 또 이 환경이 다 갖춰줘야 나오는 거잖아. 아 왜 그 옛날에 고시 공부하던 사람들은 절간에서 했다매. 여기 보라고. 얼마나 좋아. 진경산수화 뺨치네. 정문에 흐드러진 조경수들 봤어? 기생충에 그 부잣집 같다고. 우리가 언제 또 이런 데서 살아 봐. 정문에 문구는 또 어때. 그들의 손 안에 우주가 있다. 문학 창작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인데, 하나님도 처음에 이 모든 걸 만들 때는 아무도 없었을 거 아냐, 그때 X나 조용했을 걸? 여기 봐라! 고즈넉함의 정수야.”
F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요즈음 뇌과학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인해 눈부신 성취를 이루고 있는 분야의 저명한 교수가 정밀한 검진을 진행했더라도 F의 저의를 파악하는 데에는 실패했을 것이다. 학문은 끝이 없고 순간은 찰나이니 말이다. F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창작촌은 동화 속의, 말하자면 냉전 시대가 한창일 적에 유행했던, 빨간 모자를 쓴, 친절하면서도 근엄한 언행을 유지하는 푸르딩딩한 노인이 마을을 관장하고, 조그맣고 파란 파편화된 인격들이 분주히 마을을 운영하던 그 스머프 촌락의 광경을 현실로 옮겨 놓은 것만 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이곳에서는 보통 크기의 중년 남성이 정원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게 표현한 것은 그가 갈퀴를 쥐고 푸른 잔디밭을 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봄에는 쓸어야 할 나뭇잎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파릇파릇한 새순을 쓰다듬고 있었다. F는 주변을 둘러본 것만으로 그의 말에 대한 보충 설명을 대신한 듯했고, 물었다.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데?”
“그건 저 아저씨한테 물어보면 되지.”
그는 잔디를 어루만지는 중년 남성에게 짐짓 진지한 태도로, 마치 자신에게 지극히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고급 호텔에서 근사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 발렛 보이에게 자신의 멋들어진 세단을 대령할 것을 요구하는 신사처럼-다가갔다.
“저… 여기가 연희 문학 창작… 촌이죠? 아유 되게 멋있네요.”
중년 남성이 대답했다.
“예 여기가 거깁니다.”
“저… 그러니까 저는 작가가 되려고 하는데요… 혹시 여기서 지낼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러니까 여기서 지내고 싶어요. 왜냐하면 창작촌이 너무 좋아서요. 연희동은 유서 깊은 동네잖아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같이 있고, 그 뭐라 하지, 온고지신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있으면 막 안 써지던 글도 다 풀릴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러는데, 여기 사람도 없는 것 같던데, 여기 꽤 있었는데도 저 아저씨밖에 못 봤어요, 저 그러니까 빈 방 있으면, 여기서 지내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중년 남성은 풀뿌리를 애완견처럼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장황한 말을 멈추자 짧게 답했다.
“정기 모집[2]때 지원하세요.”
조금 더 원활한 사회생활을 영위해 온 인격체였다면, 그가 느낀 절체절명의 당혹감을 숨기는 데에 실패했을 것이다. 뇌로부터 온몸으로 연결되는 신경들이 빈번한 사용에 따라 능숙한 배달부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송출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다행히 그는 신경질적이긴 했어도 신경이 질적으로 우수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제력에 관한 모든 기억을 근본적인 수준에서까지, 말하자면 그의 조상들이 잔혹한 호환에 가족을 모조리 잃고서도 살아남기 위해 숨죽여 인내해야만 했던, 그러한 유전적 감각까지 복원해 미소를 지어 냈다.
“아 그렇죠. 아무래도 여기도 그 정부 지원받아서 하는 건데, 절차가 중요하겠죠. 네, 어휴,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일 보세요.”
남자는 갈퀴를 몇 번 휘저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창작촌 사무실 쪽으로 사라졌다. F는 이 웃지 못할 광경을 먼 치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소리는 파동이기에, 제철인 봄바람의 도움에 힘입어 대강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F가 그의 친구라는 사실이 조금은 말해 주듯이, 그도 편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아저씨가 뭐래?”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상식과는 별개로, 칩거인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갑절은 많은 양의 대화를 하루에 수행한다. 단지 그들의 대화 대상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일 뿐이다. 자연스러운 습관에 따라 그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야 여기 뭐 공고 통해서 합격해야지 지낼 수 있는 거래. 아니 근데 영감은 말이지, 갑자기 찾아오는 거 아닌가? 예전에 그리스에서는 예술적 영감을 다이몬이라고 불렸던 거, 알고 있었어? 이게 통제가 되는 게 아니라 일순간 별개의 영혼처럼 들이닥친다는 거지. 참 내. 공고가 언제 뜰지도 모르는데, 발바닥에 땀나게 바쁘신 다이몬이 그때 맞춰서 날 찾아올 리가 없지.”
그들은 대화를 하면서, 그가 독백을 배설하고 F가 끄덕이는 것도 대화로 치부할 수 있다면, “끌림”이라고 이름 붙여진 맞이방을 떠났다. 비록 그 공간이 끌림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책임을 톡톡히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기는 했다. 창작촌은 연희동의 북쪽 언덕 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언덕의 꼭대기로 향하는 고풍스러운 오솔길이 마련되어 있었으니, 여정의 자연스러움에 어긋나는 바가 없었다. 양옆으로 배치된 우람한 침엽수들은, 넉넉하다고 평할 수 없는 이파리 면적에도 불구하고, 십시일반 몸을 겹쳐내어 조금은 거친 봄바람을 걸러냈다. 정신과 육체가 건실하고 유쾌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산책길에 대한 칭송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창작촌에 거주하는 작가들 또한 난잡하게 엉킨 흙덩어리에도 불구하고 고풍스러움을 유지하는 나무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창조의 연속성을 꾀했을 터다. 적어도 F는 그렇게 공상해 보았다.
“야 근데 여기 사람이 없네? 건물이 적어도 네 개는 되어 보이는데, 창작촌이라며. 작가들은 다 어디 간 건데?”
무엇을 떠올리기 좋은 장소, 소위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는 매혹하는 대상의 상태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장소는 존재할 뿐이고, 부동의 샘물에 다가가는 것은 언제나 주체이기 때문이다. F의 천진한 호기심을 순풍 삼아, 탁 트여 내려다보이는 연희동의 오밀조밀한 빌라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당연하게 비롯되는 답답함을 넉넉하게 첨가해, 그는 다시 한번 되는 대로 말해 버렸다.
“그니까. 뭔 개미 새끼 한 마리가 없어. 문학이란 무엇이냐? 삶을 담고 있어야지. 위대한 문학은 삶의 온전한 복원이라고. 개별을 통해 보편을 추구하는 숭고한 작업이지. 그런데 여기서, 진짜 세계로부터 유리되어서, 글에만 몰두해서 어떻게 진짜 삶을 담을 수 있겠냐고! 너 그 연극 <파수꾼> 알지? 그거 쓴 사람이 고백했었어. 내가 젊을 적에 집필에 몰두할 때는 사람이랑 대화를 한 적이 없어가지고 대화들이 다 진짜 같지가 않다고. 자연스럽지 않고 모조리 가짜라고. 창작촌[3]에 있으면 오히려 글을 못 쓰게 될 거라고.”
존재하는 다이몬들 중에서 가장 추잡스럽고 저주받은 종류가 그에게 달라붙은 듯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F는 전공과 적성이 부합하는 소수의 축복받은 대학생이었고, 따라서 그의 격정적인 논변에 대한 그럴듯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었다.
“밖은 사람을 가만히 안 둬…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구. 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그냥… 가만히 글을 쓸 수는 없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하고. 그리고 글 좀 써 보려고 하면 집세며 보험이며 하는 실무적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지. 지금 어디에 있는데 좀 나와 봐라. 얼굴 까먹겠다… 하는 인간적 관계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잖아. 창작은… 어느 정도 외로운 일이야. 혼자만의 시간, 그게 필수적이거든. 헤밍웨이나 샐린저는 너도 좋아할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은 충분히 삶을 경험한 뒤에 칩거했어.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그래야 한다는 것을 처절하게 알고 있었던 거지. 여기 창작촌의 사람들도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이제 고독 속에서 그것을 묵묵히 흡수하고 있는 중일 거야.”
욥을 두고 벌인 치열한 내기에서 보기 좋게 패배해 버린 악마처럼,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F의 말이 타당했기 때문이고, 그의 논평은 납작했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은 걷기만 했다. 조금씩 왼쪽으로 틀어지는 흙길은 일순간 데면데면한 보행자들을 동산의 막바지에 데려다주었다. 언덕의 가장 위에 위치한 오두막의 이름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들이 창작촌에 요구되는 아늑함과 유머 감각을 십분 발휘했음을 짚어야 하겠다. 탕아의 정겨운 헛간 마냥 고요한 그곳의 이름은 ‘울림’이었다.
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에게, 아니 그에게 울림을 전달한 것은 ‘울림’ 옆에 딸린 휘황찬란한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그가 여태까지 살면서 목도한 것 중에 가장 웅장한 흡연실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흡연실이라는 말은 그것을 묘사하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실室’은 어떠한 방을 뜻하는 한자이며, 방은 사방이 막힌 공간을 뜻하기에 말이다. 그것은 다양한 자세로 흡연을 즐기는 창조자들이, 기상천외한 자세로 인자한 미소를 뽐내는 부처 상들을 관람한 경험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입식으로, 좌식으로, 심지어 와식으로까지 그 황홀한 체험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완전히 뚫려서 자연의 모든 정수와 골수를 게걸스럽게 차지하도록 형성된 십자가 모형의 나무 벤치, 혹여나 작열하는 햇빛에 그 흥취가 파열될까 두려워 마련된 목제 지붕까지, 그는 마지막 담배가 도무지 언제였는지 정밀하게 헤아려야만 했다. 그야 고작 한 시간 반도 되지 않아서 초라하게 말라비틀어진 이파리 뭉치에 불을 당기는 무뢰배가 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울림은 우리 같은 외부인도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는 F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다. 외부의 요구와 내부의 판단과 무관하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뢰배가 되기로 결단코 결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읽었던 유럽인 조르바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마도 조르바는 누운 상태로 피우는 담배에 대해서, 그로 인해 자칫 얼굴로 낙하할지도 모르는 빈대만 한 지옥 불에 관해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르바가 아니었고, 그는 언제나 적합한 시간에 적절하게 쌓인 재를 고개 옆의 평상에 털어 내려고 노력했다. 봄 특유의 수분감 덕분에 재를 튕겨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몇 번의 무위한 딱밤 끝에 그는 기억의 먼 저편에서 F 또한 흡연을 즐겼다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기억해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끔찍하리만큼 즐거운 경험을 권유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 폈다.”
그 잠깐 사이에 무뢰배 역할을 포기한 그는, 평상 위에 마련된 놋그릇의 반질거리는 표면에 남은 꽁초를 정갈하게 비벼 껐다.
“그럼 가 보자. ‘책 다방 연희’라네?”
그들에게 허락된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좁았다. 하지만 그 협소함이 오히려 자유를 부여했다는 서술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비록 방대한 창작촌의 외부 공간을 지금까지 마음껏 누볐지만, 아직 한 번도 내부의 은밀한 사정을 탐독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꽤 널찍한 지하 공간이 있었다. 창작촌에 거주한다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그 책방은 열 시부터 다섯 시까지 개방되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남은 한 시간 동안은 이 지하에 머물러야만 했다. 어차피 갈 데도 없었고, 위로 올라가서 할 말도 없었다. 계단의 끝자락, 공간의 선두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물품이 있었다. 플라스틱 철을 대고 고정되어 있는 종이 몇 장들이었다. 그것이 거주민들이 남겨둔 도서 대출 대장임을 재빠르게 읽어낸 그는, 그것을 들어 올려 훑어보았다. 그가 아는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이 사람들 말이야. 벌써 올해가 삼분의 일은 지나갔는데, X발 빌린 책이 왜 이것밖에 없어? 치열한 창작 업무에 몰두하시느라고 글 공부는 게을리하시나 보네.”
조롱 섞인 그의 말을 대충 한 귀로 흘리면서, 조금 더 자세히 대장을 들여다본 F가 대답했다.
“이건 사월 대장인데. 전 월 대장은 다 치웠겠지.”
하지만 그는 정확히 사실을 짚어내는 진술에 전혀 개의치 않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금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고 서술하는 것은, 그라는 인물의 성격에 대한 과도한 특별성을 부여하는 작업일 것이다. 그는 도서 대출 대장과 F에게서 뒤돌아섰고, ‘책 다방 연희’라는 이름에서 ‘다방’을 담당하는 장치를 발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요즈음 교육기관은 화이트보드에 검은색 마커를 칠하는 편리한 손짓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도로 발달한 전자기계식 철판을 애용하게 된 지 오래이므로-분필 칠판에 귀염성 있는 글씨로 메뉴판이 적혀 있었다. 그 글자들은 숙면과는 거리가 멀어진 현대인들이 매일 대면해야만 하는 사악한 몽마들을 물리치는 데에 놀라우리만큼 효과적인 간단한 음료 몇 개를, 단돈 천 원에 구매해 즐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은색 광택을 뽐내는 커피 기계 위에 올려진 저금통에 천원을 넣고, 직접 음료를 제작해 마시면 되는 구조였다. 그 돈은 창작촌 주변의 동물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개는 고정시킨 채, 눈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되고는 하는 운동을 빠르게 반복하여, 천장 구석에 폐쇄 회로 녹화 장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는 태연하게 버튼을 눌렀고, 차가운 커피가 나왔다. 밤낮없이 경건하게 기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강인한 정신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사막의 수도사들이 개발한 음료를, 그는 식도의 열고 닫음도 없이 단숨에 해치웠다.
“커피 맛있네. 근데 X발 돈은 못 줘. 여기 오면서 동물은 코빼기도 못 봤고, 또 이건 성스러운 노동을 착취하는 악마적 구조의 일부야. 커피를 만드는 노동은 내가 다 했는데, 단지 저들이 생산수단을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자본을 뜯어가려고 하잖아. 이건 내가 만든 커피고, 내 창작물이야. 내가 그들에게 돈을 줘야 할 의무는 없어. 기계 하나 세워 놓고 사람 거지 만들려고 작정한 시스템에게 난 한 푼도 줄 수 없어.”
F는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의 발언이 농담이었다면 실제로 그것은 꽤 웃긴 농담이었다. 웃음이 본질적인 좋음으로 분류되는 사유는 단지 그것이 개별적 긍정성만을 선사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통제하기 어려운 전염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또한 웃었고, F도 버튼을 눌렀고, 바늘 도둑은 둘이 되었다. 솜털 같은 촉감의 우유 크림도 없었건만, 그들은 조금 더 부드러운 기분으로 다방을 거닐었다.
콩 태운 물 추출기를 제외하면 지하는 온갖 서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문학은 물론이요,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한국 문학들도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특히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한국 시인들의 전집은, 어디 가서 시 좀 꽤나 읽었다고 꺼드럭댈 사람들조차 언감생심 초면인 이름들로 가득했다. F는 그래도 그중 몇 명의 이름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이 시집은 어떤 것이 장점이며 이러한 점은 아쉽다고 말해 주었다. 그는 “그거 좋지”하는 식으로 짧게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그에게 그 시인들은 창작촌에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주장되는 동물들만큼 인식의 멀고 먼 저편에 거주하는 존재들이었다. 그의 심드렁한 반응에도 F는 책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엔 조금 더 들이밀듯이 물었다.
“이거 읽어 봤어? <샤워젤과 소다수> 말이야. 나름 작년에 엄청 유명했던 시집이야. 읽어 보면은 시인이 아주 잔뜩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시를 너무 쓰고 싶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잘 쓰는 것 같은데… 그런데 말이지, 하, 참, 시를 쓰는 행위로 밥 벌어먹고 싶어 죽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미치겠는 거야. 모조리 그런 시들인데, 그게 엄청 웃겨. 그게 재밌었던 건데, 이걸로 돈 쓸어 담았을 테니까 다음 시집은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
“아니 근데 그러면… X발, 이 사람들은 다 어떡해? 여기 빼곡한 듣도 보도 못한 시인들은 지금 다 X발 뭐 먹고 살고 있어? 여기 창작촌 사람들은?”
“뭐… 투잡 쓰리잡 뛰겠지. 살긴 살아야 하니까.”
연역적으로도 귀납적으로도 지극히 타당한 F의 논리적 귀결에 그는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F도 그를 따라왔다. 그들이 도달한 구석의 서적들은 문학 외의 분야들을 아우르고 있었다. 철학, 종교, 언어, 경제, 과학과 같이, 구조적으로 뛰어난 창작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 분명한 기반 학문들이 고루 모인, 그야말로 지적 무료 급식소였다. 불쾌와 유쾌 사이를 부유하던 감정이 다시 유쾌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그는 느꼈다.
“이건 제대로네. 창작촌이 뭘 좀 알긴 아는고만. 철학 부문이 경제 영역의 세 배는 되는걸. 하긴 창작에 경제가 발 들일 틈은 없지. <맨큐의 경제학>은 없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있잖아! 취향 한번 상큼하다.”
“그치. 거시 경제학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주인공을 누가 보고 싶어 하냐고. <바그바드 기타> 식으로, 힌두 신화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주인공이면 또 몰라도.”
철학만큼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종교 섹션을 손가락으로 훑고 있던 F가 대답했다. 그 손가락은 종교를 넘고, 과학을 빠르게 지나간 뒤에, 언어에 머물렀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책을 한 권 뽑아 들었다. <여성 속담 사전>이었다. 두터운 책을 펼치자, 오랜 기간 선량한 양 떼들처럼 붙어 있던 종이들이 서로 떨어지기 싫어하면서 쩌-억 하고 소리를 냈다. 단군 이래로 억겁의 세월 동안 축적된 눈부신 지혜가 토속적 언어로 재정립된 결정체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들은 고개를 숙였다.
- 거지 첩도 제멋에 산다.
- 계집 둘 가진 놈 똥은 개도 안 먹는다.
- 마음 좋은 여편네 동네 시아비가 열이다.
- 강 건너 시아비 고추다
조용히 책을 다시 덮는 F였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고, 그는 그렇게 느꼈다.
“아니… 그러니까 지혜롭긴 하네. 그 <샤워젤과 소다수>를 적은 심리가 우리 민족에 흐르나 보다. 애초에 우리는 ‘정’보다는 ‘한’에 더 익숙한 민족이잖아? 어… 그러니까 X발 여기는 창작촌이고, 이런 속담들은 나름 훌륭한 도구로 쓰일 거야. 예를 들어 극적 긴장감과 갈등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악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고. 이런 속담들 숨도 안 쉬고 찍찍 뱉는 인물이 악역이지 다른 게 있나? 이 책 하나면 안타고니스트 만들기 뚝딱이야.”
F는 그의 말을 조용히 곱씹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술에서 떨어진 말은 그들 모두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였다.
“우리… 이거 훔치자.”
그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F는 뒤돌았고, <여성 속담 사전>을 품속에 안은 채로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올랐다. 그는 몰랐다. F의 다리가 그렇게 길었는지, 그렇게 유연했는지. 물론 그에게는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소화할 시간이 없었다. 인적 드문 지하 공간 안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잔뜩 떠오른 먼지구름을 따라가는 것 외에 그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F를 따라 언덕을 내려갔고, 마당을 지나치고, 대문을 통과했다. F가 계속 걸었기 때문에 그도 계속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연희동을 떠났다. 그러면 연남동이 있었고, 걸어서 연남동도 떠났다. 경의선숲길에는 개들과 사람이 많았지만, 그의 시선은 F에, 그의 사고는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홍대와 신촌의 중간 어딘가에서 그들은 멈췄다. F가 걷기를 그만두었기에 그 또한 그러했다.
F는 그가 따라왔음을 확인했고,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왼쪽에 있던 건물 지하로 곧바로 들어갔다. 그는 인도 당한 장소가 당최 어디인지 이해해 보려고 간판을 읽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영어를 날림으로 배웠기에 필기체라는 고급 지식은 갖추지 못했다. ‘써니[4]… 어쩌구네’라고 대충, 사실은 이해하기를 완전히 포기한 그는 다시 한번 지하로 향했다. 지상은 나트륨 전구 특유의 황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지하보다 이미 곱절은 어두웠다.
겹겹으로 돈 좀 바른 티가 나는 스피커에서, 이문세의 <옛사랑>이 미끄러져 나오는 그곳은 LP 바였다. 옛것의 멋을 단순히 사랑하는 것을 넘어, 그것에 저돌적으로 집착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주인 노인은 눈을 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F는 책을 품은 상태로 태연하게 바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F 옆에 앉는 것 외에는 따로 할 것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그는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에 앉아서 저린 다리를 연속으로 접었다 폈다 해 보았다.
“여기는 왜 온 건데?”
F는 조금의 침묵도 허용하지 않고 답했다. 이미 공간은 소리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 책을 훔친 거, 그리고 여기로 온 거, 이거 진짜 웃기고 재밌는 거야.”
그는 불쌍한 F가 돌아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웃기지도 않은 촌극에 F를 데려온 것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아니, 거의 분명히 자신이라는 결론이 그를 붙잡고 있는 유일한 족쇄였다. 어른은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비록 그는 자신이 진정 성인으로 여겨질 수 있는지에 대한 복잡한 인식론적 결단을 유보하고 있었지만, 결단보다는 잠정적 판단을 내리기로 했기에, 그는 눈을 감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술을 시키려고 했다. 그가 알기로 알코올은 아기 눈곱만큼도 웃기지 않은 것을 창자가 뒤틀리는 농담으로 둔갑시키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독주는 병 단위로만 판매하며, 지갑을 얇게 만들면서까지 독주를 탐하는 것이 아니라면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꺼내 먹는 것이 일상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절도 행위는 그가 정해 둔 하루 범죄 총량을 이미 아득히 뛰어넘었으므로, 그는 고분고분하게 차가운 맥주 두 병을 꺼내 들었다.
맥주는 쌓여만 갔다. 노인은 술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으니, 원하는 음악은 무엇이든지 틀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근 유행하는 찻집들에서, 그저 공간적 뉘앙스를 자아내기 위해 빈번하게 활용되는, 이제는 박물관의 공룡 화석 정도로 여겨지는 줄만 알았던 검은색 레코드판에서 비롯된 선율을 선물했다. F가 요구한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벌써 여섯 곡째 틀어지고 있었고, 노인은 검은 접시를 솜씨 좋은 요리사처럼 뒤집어 일곱 번째 곡을 재생시켰다. F는 아직도 모르겠냐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봐 봐. 예술은 진짜 웃긴 거고, 진짜 웃기고 재밌는 건 다 예술인 거야. 보위는 외계인인 척을 꽤 오래 했어. 그건 돈이 되었지. 근데 그건 순전히 우리 데이빗이 재밌으니까 했던 거고, 그걸 보는 우리도 좋아 죽었어. 그리고 이 수수께끼의 영국인이 외계인인가? 외계인이 아닌가? 하는 끊임없는 의문도 내가 데이빗을 좋아하고, 데이빗의 팬인 이유야. 뭘 좋아하는 건 즐거운 일이잖아. 나는 데이빗이 외계인이거나 지구인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귀지 않아. 확정적인 것은 재미가 없고, 그러면 X도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야. 나는 데이빗이 어떨 때는 지구인이었고, 어떨 때는 외계인이었다고 믿어! 내가 그걸 진심으로 믿는 만큼, 이 앙큼한 녀석도 그 순간에 진심이었을 거야. 내 생각에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여기서 데이빗은 지구인이야. 이런 판단은 예술이야. 그래서 네가 돈을 내지 않고 커피를 마신 것도 예술인 거고, 내가 책을 훔친 것도 웃긴 거야.”
“그러네… 너 진짜 통찰 X된다.”
그렇게 말한 그는 F가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술에 떡이 되었음을 확인했고, 책 또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맥주 열두 병을 계산할 돈이 그에게 없다는 사실 또한 절실하게 기억했다. 그는 곯아떨어진 F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능숙한 솜씨로 맥주 열두 병 값어치를 계산했다. 이것은 배꼽 빠지게 웃긴, 동네방네 자랑해야 마땅한 무용담이기 이전에, 이미 자정이 지나, 하루치 허용 절도 총량이 텅 비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F를 일으켜 세웠고, 한때는 고매한 정신이 깃들었던 살 덩어리를 택시에 태워서 집으로 보내 버렸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그는 오늘이 정말 끝내주게 재밌는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끊임없이 그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무위한 일상에서 탈출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F의 표현을 빌리자면, 퍽 예술적인 하루임이 분명하다고, 그렇게 하루를 정의하는 그였다.
“아 오늘 꿀잠 자겄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손쉽게 단잠에 들었다.
“에이 염X 이게 뭐야.”
F도, 그도 애저녁에 일어났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가까운 시일의 어느 느지막한 오후에,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한가롭게 마당을 쓰는 행위를 하루의 일과로 삼던 그 남성이 반사적 혼잣말로 그렇게 읊조렸다. 정기적인 창작촌 다방 관리의 측면에서 행하던 재고 관리 중에 아무리 선량한 인격신이라도 용인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절도 행위를 발견한 것이다. 태생적으로 고약한 성정을 가진 것이 분명한 불한당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그것 외에는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저금통을 보아하니 누군가가 공짜로 커피 두 잔을 마신 것이다! 그 중년 남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 그래도 다행히 어떠한 책도 분실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믿음을 마음속으로 깊이 되새겼다. 모르긴 몰라도, <여성 속담 사전>이 현재 창작촌을 멀리 벗어나, 얼마 전 연희 문학 창작촌을 방문했던 그 자칭 작가 지망생 잡범 2인조 사이에서, 외계인과 지구인 상태를 불확정적으로 오가는 데이빗처럼, 돌림 노래를 방불케 하는 소유적 미결 상태에 놓여 있다는, 그러한 비밀스러운 정보는 그를 꽤 웃게 만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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