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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2 · 09 · 19

비밀의 화원

Editor 히피

 

문화 예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즐길 수 있는 것? 공연, 전시와 같은 이벤트? ‘문화 예술’이라는 러프한 통칭 아래 굳건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갈래는 바로 전통 예술이다. 그렇다면 신촌은? 감히 먼저 대학가의 중심이라고 주장해도 화살로 무장한 시위대가 밀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고로 신촌의 문화 예술이라 함은 예술하는 대학(원)생을 먼저 정의하는 게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춤을 그리는 손짓과 붓질에서 완성되는 춤. 그리고 콧노래로 흘러나오는 음악. 에디터는 동양화와 국악을 전공하는 신촌 예술가들의 정원을 방문했다.

 

 

 

동양화를 공부하는 세희를 비밀의 화원에서 만났다. 네 명의 원생이 공유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유독 운치 있는 풀내가 폴폴 흩날리는 곳이 그녀의 자리다. 자연을 거닐다가 속절없이 생각에 잠겨 시공간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여기에 발을 들이고 난 후 낯설고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푸근함이 몸과 마음를 지배했다.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이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아침 하늘빛의 민트 향이면 어떨까.’

 

그녀의 작업실은 아침 하늘빛으로 도배된 비밀의 화원 같았다. 가지런한 작품들이 산소를 내뱉고 나면 그 여운이 짙게 남아 케케묵은 공기마저 푸르게 채색하는 곳. 이날은 특별히 아홉 시면 찾아오는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는데, 평정심을 깨뜨리는 어떠한 이물질도 침투하지 않게끔 신의 가호가 그녀와 함께하는 것 같았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민트 향이 나던 노래에서 에디터는 아홉 시의 정수를 찾았다.

 



 



 

대금을 전공하는 윤정은 공중에서 음표가 되어 가꾸어지는 또 다른 비밀의 화원에 있었다. 연습실로 향하는 길은 북적거리나 비밀의 문을 여는 순간 베일에 싸인 정적만이 그득하다. 정적을 헤집고 나면 가슴을 조여오는 대금 가락이 카랑카랑하게도 퍼져 나간다. 

예술은 흘러가는 삶과 같아서 움직이기도, 멈추기도 한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세상에 완결된 산물로 나오기까지 과정은 또 하나의 예술일까, 예술의 한 일부일까. 에디터는 작지만 큰 예술가들이 펼치는 잔치를 숭고한 마음으로 감상하였다.

중세 국어에서 ‘어리다’와 ‘젊다’는 구별되어 쓰이기도 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그 개념은 엄연히 구별되지 않지만, 대개 스무살 이전을 ‘어리다’ 그 이후는 ‘젊다’라고 말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본다. 여기에 어리다고 하기엔 젊고, 젊다기엔 어린 예술가들이 살아간다. 그들에게서 싱그러운 풋내가 나는 것은 오전 아홉 시에 마주한 들꽃과도 같다.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우리는 우리의 예술을 정의하기 위해 살아간다.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낭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가닿고자 하는 욕구를 누구나 품는 듯하다. 단, 그 욕구는 얼마만큼 발달되어 있는지 혹은 어떻게 발달해 가는지에 대한 차이를 내포할 뿐이다. 무언가를 예술로 칭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 안에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데, 각자가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행성인 것처럼 예술의 이름도 천차만별이다. 그리하여 예술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하나의 심미안을 욱여넣고 이것이 모두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겐 미술과 음악이라는 분류가 의미 없는 낙서와 불규칙한 잡음일 수도 있다. 그저 신촌에서 예술을 명명해 나가는 이들의 삶을 느껴 보았으면 하는 에디터의 작은 소망이다.

 


 

 

아홉 시는 해가 중천으로 가기 위해 저 멀리서 도약하는 시간이다. 에디터가 만난 대학(원)생 정원사들은 마치 오전의 예술가 같았다. 이들의 삶은 예술과 동떨어진 사람들에 비해 노골적이다. 아침 식빵을 푝-하고 쏘아 올리는 토스터처럼, 번득이는 영감과 반복이라는 재료는 아침의 수련자들을 안위해 줄 무기가 된다.

최고의 고전인 성경에는 아홉 가지의 열매가 소개된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하는 아홉 개의 덕목과도 같은 건데, 열매를 맺기 위함에 ‘아홉’이라는 숫자가 쓰인 만큼 이 숫자는 임팩트가 있다. 왜 직장인에게 나인 투 식스라는 고전적인 공식도 ‘아홉’으로 시작하지 않는가. 아무렴 세희와 윤정은 부지런한 아홉 시와 참 닮았다고 느낀다.

 

 

그녀의 작업실에는 노래가 끊기지 않는다. 입으로 흥얼거리는 휘파람 소리와 이상은, 이랑의 노래. 모든 자극이 하나같이 잔잔하고 고즈넉하다. 가수 이랑의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곡에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에디터는 이를 차용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세희윤정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세희윤정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세희윤정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도 이곳이다. 풀밭에서 노닐다가 멈추었을 때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숨을 고를지 궁금해졌다.

에디터는 이 평화로운 정적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또 다른 비밀의 화원을 찾아 나선다.

 

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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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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