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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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2 · 07 · 04

문의 무늬

Editor 히피


모든 늦잠꾸러기들을 위하여.

 

 

세상에는 여러 문이 있다. 문으로 통칭되는 갖가지의 사물과 자연의 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인생과 사뭇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창문이라는 단어도 좋지만 에디터는 창을 떼고 문으로 부르겠다. 운이 좋으면 2호선에서 그림 같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이날은 요 며칠 하늘을 장악하던 먹구름이 한발 물러나고 숙취에 시달리던 내가 쨍한 기운을 알람보다 먼저 그러니까 직감으로 알아챘다. (속이 좋지 않아 일찍 깼다는 말을 미화한 거 맞다) 뭉게구름과 눈을 맞추며 시작한 하루는 ‘좋다’. 모처럼 맑게 갠 때일수록 빛이 자아내는 문양들은 진귀하다. 문은 사람을 하나의 그림자로 둔갑시킨다. 쉴 새 없이 어지러운 사람 사슬을 누가 누군지 모르게 거대한 실루엣으로 매듭짓는다. 표정과 눈빛, 옷매무새와 손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 괜히 지나간 연락을 뒤적이든 그저 문그림자에 갇힌 음영일 뿐. 물론, 바깥에서도 상당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햇빛이 부닥치고 쉬어가는 세상이 반영되는 곳은 (창)문. 차창 밖 흔들리는 공기를 행선지의 떨림을 실어다 주는 공간.

 

 

 

 

 


몹시 바쁘게 달라붙은 전선처럼 나의 여정 또한 뒤엉겨 있었다. 신촌이라는 등용문(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여기가 성공의 메카라고 일반화하지 않으련다)을 통과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에디터는 입시를 무려 네 번이나 치른 폭풍의 호랑이다. 실은 어흥 하면 제 발 저리는 애기 호래이. 그래서. 올해 처음 신촌이라는 궁전에 입성했고 학교와 학과 또한 새로워졌다. 애석하게도 현재 학교와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지낸다. 이사 계획은 늘 세우고 있지만 조건을 충족시키는 집을 찾기란 왜 이리 어렵고도 귀찮은 것인가. 신촌은 내게 좋은 구경거리들을 제공하며 냉큼 보금자리를 내어주기도 하지만, 이곳을 누비고 다니기엔 아직껏 몸에 들어간 힘을 빼는 요령을 미처 터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연한 관객이 풋내기의 신촌을 알아가기 위해 우당탕 벌이는 모험이 펼쳐질까?

 

 

 


어떤 문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땀자국이 겹겹이 묵어있다.
흐르는 땀이 아닌 송송 맺혀서 주름 사이에 안착해버리는 땀방울.
<자리비움> 이지만 저 안의 노고가 빚은 열기로 주변은 후끈후끈해진다.
겉은 단출해 보이는 누군가의 일터를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가? 혹은 그런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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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타는 사람은 가마 메는 사람의 수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조정진, *임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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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계약직 노인장

 

 

 

 

문은 닫히기 위한 것일까 열리기 위한 것일까. 벌어진 틈새로 세상과의 오작교를 놓다 보면 연인의 애상은 그리움의 홍수가 되어 벌린 다리를 접어야만 한다. 결국에는 칠월 칠석 단 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며 광활한 바람이 약속의 자리로 데려다주든지 여의치 않으면 궂은비가 되어 서로를 적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한에 서려 미련이 된다. 때로는 그것이 닫히고 있는지 열리는 중인지 판가름 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네이버에 명시된 ‘영업 중’만 믿고 덜컥 방문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슬프게도 나는 많다. 열려야 닫히는 것일까 닫혀야 열리는 것일까. 에디터는 애매하게 닫히다가 만 문을 보다 잠깐씩이나 쓰잘데없이 진지한 로맨스에 난입했다.

 

 

 

 

 

 

 


누구보다 눈에 쉽게 띄는 배경을 가진 문은 양옆의 채도를 모조리 빼앗은 듯 단연 돋보인다.

 

 

 


투명할지언정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방치된 것 같은 문도

 

 


수상하게 열려 있는 문도

 

 


아무튼 볕은 들어온다.

 

 


죽을 때까지 문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문이 없는 뙤약볕 아래서 밤마다 진화하는 문의 형상을 잊은 채 잘만 살아간다.

 

 

 


問 물을 문. 우리네 인생이 커다란 퀘스트 밭이라면. 아주 사소한 통과의례라도 하나씩 클리어할 때, 이처럼
형형색색으로 각인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절망과 희망 중 무엇을 먼저 택할까. 나를 대변하는 네온사인마저 미워지면 어쩌지.

 

 

 


문!

 

 

 


의 존재감은 도리어 연결된 다른 사물들로 인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러니 앞을 가린 강력한 존재에 짓눌려 실망하기엔 다소 이르다.

일부가 그들에게 가려져 곧바로 생명력을 잃을 거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강자가 있는 곳엔 문이 있는 법.

 

 

 

 


그대의 문 뒤편에도 그대처럼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든든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을 두드려 보는 기회가 많이 찾아오길. 문 앞에서 넘어지고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일이 혹여 그대를 앓게 만들지라도 기어코 문은 열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닫힌다. 열리고 닫히는 단순한 이치를 납득할 수 있다면 그대는 삶의 시련을 예측해 나갈 수 있다. 세기와 타격감, 정체된 기간을 제외한 열림의 작동 여부를.


이 글은 모든 이름 없는 문에 대한 예찬이다. 그대가 어떠한 무늬를 동경해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화려해서 별나고 단순해서 별나다면 이 세상이야말로 별난 천지인 것이다. 실은 말이야. 어딜 가도 무늬 없는 문이 더 많거등!

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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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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