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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16 · 01 · 17

7. 시인의 거리 : 함박시가 내리다

Editor 져니

성인이 되면 다양한 자유가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에디터의 마음에 들었던 자유라고 한다면, 바로 독서의 자유가 아닐까 싶다. 독서의 자유란 에디터가 즐겨 쓰는 용어인데, 바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그것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자유이다.

사실 대학입시를 준비할 땐 수능에 나오는 유형 위주로 책을 읽고, 해석도 학계 기준으로 해야만 하지 않는가? 모의고사에 나온 자신의 시 문제를 못 푼다던 김용택 시인의 고백만 보아도 우리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독서를 대해야만 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각설하고, 드디어 찾아온 독서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적어도 에디터는 그랬다. 특히나 문학 작품은 더더욱.

뉴스피드는 하염없이 내리면서 시 한편은 나중에 시간 내서 읽어야지 하고 미루곤 했다

“이거 봐봐, 신촌에서 시 전시를 한대”

“오? 누가?”

“페이스북 페이지 있는데 들어가봐”

시 전시 소식을 들었을 때, 지나치게 가볍거나 혹은 무거운 전시를 생각했었다. 그러고 나서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시들을 읽었을 때, ‘다르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날, 목도리를 칭칭 감고 함박시를 만나러 갔다. 개인적 감성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전시회에서 만난 기획자 곽중희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훈훈)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곽중희라고 하구요. 분야에 상관없이 글 쓰는걸 좋아해서 하고 있어요. 저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다른 재능이 있는 게 아니고, 또 글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그런 도구라고 생각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를 쓰면서, 흔히들 좀 이상한 생각이라고 하죠, 평이하지 않은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면, 학교 선배님께서 드림인턴이라고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셨거든요. 지원을 해서 같이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자신의 꿈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해요. 근데 저는 글을 쓰고 시를 좋아하니까 …… 아름다운 언어로서 삭막한 현실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을 했습니다.

* 두 번째를 맞이한 시인의 거리 전시를 소개한다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철없는 글쟁이들의 반항? 어떤 사람이 보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걸 왜 하냐! 이 시간에 취업 준비나 해라“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걸 해도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아직까지는 크게는 아니지만.

 

 

* 글 쓰시는 분들은 업으로 하시는 분들인가요?

사실 제가 한분 빼고는 직접 만나 뵙지 못했어요. 이훤 시인의 경우는 SNS에서 유명하신데 미국에 거주하고 계세요. 미국에서 실제로 등단을 하신분이고, 미국에 계시기 때문에 SNS 통해서 작품을 업데이트 하시는 거구요. 여러 일들을 병행 하시는 것 같구요. 서덕준 시인도 SNS 통해 알았는데 사랑시를 잘 쓰세요. 제가 연락드렸을 땐 학생이셨고 지방에 거주하셔서 전시회에 오시진 못했어요. 꾸준히 글을 쓰시는 분인 것 같아요. 이 두 분은 시집을 출간하실 계획이 있으시더라구요.

* 캘리그래피 하신 분들도 궁금해요.

캘리그라피 작가분들은 대부분 학생들이에요. 학생 아닌 분들은 직장 다니시면서 하시는 분들이시구요. 나이의 폭이 크진 않지만 열다섯부터 스물여섯 일곱 살까지 계세요. 이 분들은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캘리그라피 자체를 직업으로 하거나 수입을 내기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힘든 게 현실이니까요. 같이 하신 분들 중에 두 분 빼고는 같은 단체에 계세요. 페이스북에 <캘리그라피 : 글씨를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페이지가 있거든요. 거기 속하신 분들이에요.

어떻게 다들 모이시게 된 거에요?

제가 처음에 기획을 하겠다고 했고, SNS 통해서 연락을 드렸죠. 평소에 이런 것들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흔쾌히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고, 또 다들 이전시를 뜻 깊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오프라인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요즘에 온라인으로는 뭔가를 많이 하는데, 그것도 이제 포화상태지만, 그보다 오프라인으로 하는 건 별로 없잖아요.

* 이번 전시의 주제라고 한다면?

다양한 작품을 넣고 싶었기 때문에 딱히 주제가 있었던 건 아니구요. 굳이 주제라고 한다면 소박한 사랑? 화려하고 큰 장소에서 하는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구성하고 싶었거든요. 소박함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 같은 느낌으로.

 

 

* 개인적으로 전시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꼽아주세요!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하는 시는 이훤 시인님 시 중에 저축이라는 시가 있거든요. 엄마한테 아기가 물어봐요. 얼마를 내면 어른이 될 수 있냐, 그런데 엄마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아이가 되고 싶어질 때 쓰게 돈을 넣어두라고 하는 거죠. 잘 생각 해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슬프다고 해야 하나요. 현실을 담고 있는 거잖아요. 그만큼 어른이 되면 정말 삶의 무게가 커지니까. 사랑시 중에서도 애절한 게 있는데 서덕준 시인의 시 중에 비행운이라는 시가 있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당신이 비행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허망한 비행에 목을 매고 싶었다는 그런 시. 열등감에 대한 이훤님의 시도 좋았어요. 제 시 중에서는 동행이라는 시가 있는데, 걸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발걸음을 보게 되면 그게 너무 예뻐서 모든 세상의 길이 우리 둘의 보폭 사이에 흘렀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시예요.

 

 

* 작품 배열도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네. 배열도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공간이 일반적인 전시 공간이 아니다보니까요. 주로 비슷한 느낌의 시를 모아서 전시를 하는 게 보기 편하니까 그런 방향으로 시도했던 것 같고, 또 겨울 느낌의 시는 계단 쪽에다가 내려가는 길에 전시를 했구요.

왜 계단 쪽에? 추워서요?

아? 그렇게 될 수도 있겠네요(하하) 특별한 이유는 없었구요, 눈 굴리는 그림이 그려진 작품처럼 밑으로 내려가면서 읽을 수 있도록? 또 안쪽에 사랑시를 배치하는 게 좀 더 따뜻한 느낌을 줄 것 같아서요.

 

 

* 개인적으로 몰입을 돕는 여러 장치들이 인상 깊었는데,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장치가 있다면?

평소에 전시를 봤을 때 너무 틀에 갇혔다고 생각을 했었고 이입을 위해선 연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치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사랑시가 있는 쪽은 꽃다발을 붙인다던지, 혹은 종이컵에 꽃을 꽂은 게 있는데 그게 그 시 자체를 연출한거거든요.그냥 붙여놓은 것보다 확실히 더 느낌이 오잖아요. 저는 시도 하나의 다른 장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엔 시로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할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영상 작업해서 아름답게 단편 시 드라마 같은 것도 만들고 싶어요. 연재 식으로.

* 포토존에 보니까 목줄이 있더라구요, 어떤 의미인가요?

열등감이라는 시에 목을 맨다는 표현이 나오듯, 우리 청춘들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사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나쁜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열등감이라는 걸 느낌으로 인해서 또 발전을 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시에서처럼 우리가 너무 열등감에만 얽매여서 질질 끌려 다니고 있지는 않나. 또 이렇게 목줄을 해놓으면 그걸 매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몇몇 분들은 섬뜩하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아, 그리고 목을 맨다는 의미가 열중한다는 뜻도 되잖아요. 서덕준 시인님 시로 보면 사랑에 목을 매는 의미로도 통하죠. 사실 더 잘 꾸미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보니까 그러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 다음 전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여건만 된다면 사실 계속 하고 싶어요. 힘들더라도 너무 좋으니까. 행복하니까 하는 거거든요.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좋으니까 뿌듯하고, 하고나서도 뿌듯하고. 그래서 다음 전시회는 봄에, 봄에는 또 감성 충만한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 그쵸, 또 봄이..

네. (웃음) 지금 하시는 분들께도 여쭤봐서 또 가능하시다고 하면 함께 하고 싶구요. 꾸준히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발성으로 하는 거는 의미가 작다고 생각해서, 봄에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전시를 하고 싶어요. 장소는 아마 신촌에서.

* 아 그러고보니 저번 전시도 신촌에서 하셨더라구요. 신촌에서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지금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장소가 주차장이거든요. 그런데 주차장으로 쓸 수 없는 구조여서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 여기서 이렇게 하게 됐어요. 이용가능한 장소기도 하지만 여기가 나쁘지 않아서…

* 개인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제 필명이 글로 나아가는 이잖아요. 쉽게 흐트러지거나 깨지지 않고 글로 꾸준히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지었는데… 사실 시를 쓰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것들도 쓰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거고, 예전에 글로 시인들이 저항했던 것처럼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죠.

 

 

작가님들의 SNS 페이지

에디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  

인터뷰 중간에 곽중희씨는 이런 말을 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린왕자에도 여우의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너무 눈에 보이는 것, 결과만 찾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간과하고, 생각하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눈에 보이는 걸 이루어도 공허한?”

돌이켜보면 시인의 거리 전시를 보는 동안은 눈에 보이는 가치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서 편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참 사람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놓치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나서 곽중희씨를 만났을 때, 보이지 않는 가치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듯 우리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일까지로 계획 중이던 전시 기간을 연장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그는 함박눈이 내리는 밖을 전시장에서 바라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눈이 내리는 밖을 보며 시를 읽는 상상을 하면서 에디터는 다시 한 번 이 전시가 ‘남다르다’고 느꼈다.

 


작가님들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글로 나아가는 이 곽중희 https://www.facebook.com/rhkrwndgml/?fre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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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에서 아리연세와 영상을 만드는 신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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