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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7 · 04 · 05

29-2. 제스티(Zesty) (INTERVIEW)

Editor 고온

무언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과연 자격이 필요할까. 하지만 우리는 항상 언저리에서 주저한다. 그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절대 쉽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 있는 래퍼, 제스티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일산과 신촌, 홍대 부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스티(Zesty)라는 래퍼입니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2학번이고 휴학 중입니다. 그루배틱(GR8VATIC)이라는 크루에 소속되어 있어요.

 

Zesty on the mic!

 

Q. ‘제스티(Zesty)’라는 랩네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전에도 찾으면 나와 있는데, 영어로 ‘통통 튀는’, ‘열정적인’ 이라는 뜻의 단어예요. 잘 쓰이지 않는 형용사인데 어감이 좋아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힙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힙합을 듣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케이블TV 음악 방송에서 틀어주는 에픽하이 같은 래퍼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멜로디가 없어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가사도 받아 적고 따라했어요. 그렇게 듣기만 하다가 직접 가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죠. 고등학교의 힙합 동아리를 하면서 처음 공연을 시작했어요.

 

Q. 고등학교 때 처음 랩 메이킹을 시작하신 거네요. 그럼 대학교 때도 계속 활동을 이어 나가신 건가요?

그렇죠. 대학 처음 들어갈 때부터 ‘저 동아리는 무조건 들어가서 내가 짱을 먹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거기가 연세대학교 중앙 흑인음악동아리 RYU였어요.(웃음) 지금도 거기에 친한 친구, 동생들이 많고요. 그런데 군대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랩은 그냥 취미였어요. 공연하고 가사 쓰는 게 좋아서 계속 하긴 했지만요.

 

Q. 어떤 계기로 랩이 취미 이상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제대하고 북경으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기숙사에 혼자 살았어요. 혼자 있다 보니까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그 때는 한참 한국 힙합 시장이 커진 시기였는데 그런 걸 보고 나도 씬의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랩을 취미로만 두기에는 너무 좋아하고, 열정도 재능도 있는 것 같아서 썩히기 아까웠어요. 귀국 전에 마음을 굳혔던 것 같아요. 한국에 가면 음악을 해야겠다고요. 늦은 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항상 지금이 가장 빠를 때니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현재 한국 음악 시장에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큰 위치를 차지하는 데 ‘쇼미더머니’라는 케이블TV 프로그램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잖아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제스티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쇼미더머니’가 지금은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갖게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국 힙합의 전체적인 파이를 많이 키워준 역할을 했잖아요. 다른 음악 장르 중에는 대중들이 접하기 힘든 것들도 많은데 비해 힙합은 대중음악으로서 나름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쇼미더머니 시즌 6에도 나갈 예정이에요.

 

Q.  ‘쇼미더머니’ 시즌6라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휴학 하고 공연활동을 하고 계신 건가요?

네. 공연은 한달에 두 세 번 정도는 해요. 주로 홍대나 신촌의 작은 지하 공연장에서 하고 있죠.

 

Q. ‘I Feel’이라는 곡의 가사에서도 공연을 굉장히 즐기고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공연은 제스티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공연 하면 힘들다가도 관객분들에게서 오히려 에너지를 더 받게 돼요. 제 컨셉이나 모토 자체도’ 라이브와 공연에 강한 래퍼’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하면 설레고 항상 즐거운 것 같아요.

 

Q. 사실 요즘에는 스튜디오 MC*들이 정말 많은데, 제스티 씨의 경우에는 라이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네요. 롤모델이 되는 MC가 있나요?

(*스튜디오 MC: 녹음된 음원에 비해 라이브가 약하다고 평가받는 래퍼)

네. 라이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라이브를 잘하는 래퍼를 정말 리스펙하죠. 롤모델을 꼽자면 래퍼 ‘허클베리피’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방송과의 타협 없이 좋은 작업물과 공연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래퍼라서요.

 

Q. 저도 평소에 멋있다고 생각하는 래퍼인데, 허클베리피의 음원 중 한 곡만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곡을 고르시겠어요?

음… 아무래도 허클베리피의 대표곡인 ‘Rap Bada Hari’죠. 공연에 이 곡이 올라가면 관객들이 다 따라하거든요. 훅만 따라하는 게 아니라 랩을 안 해도 될 정도로, 모든 벌스를 다 따라하는데 그럴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Q. 공연 뿐만 아니라 사운드클라우드에도 데모와 작업물을 계속 드롭하셨는데요. 올라온 음원 중에는 ‘summer girl’ 처럼 밝은 분위기의 곡도, ‘YWF(Young&Wild&Free)’처럼 긴장감 있는 트랩비트의 곡도, ‘Outro’처럼 차분한 곡도 있었어요. 작업 스타일이 다양하신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음악의 방향성이나 장르가 있다면 어느 쪽인가요?

저는 곡을 만들 때도 공연을 중시해서 이걸 라이브로 하면 어떤 그림, 어떤 분위기가 나올지를 많이 상상해봐요.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제 곡 ‘I feel’ 같이 공연에 최적화 된, 신나고 밝은 음악이에요. 공연을 할 때도 마지막 곡은 항상 ‘I feel’로 끝내고요. ‘Outro’같이 잔잔한 음악은 한번 시도해본 것에 가깝고 원래는 펑키한 힙합을 좋아해요.

 

 

Q. 음원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보통은 그냥 비트를 듣다가 ‘아, 이 비트에는 이런 얘기를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서 훅을 먼저 만드는 편이고요. 훅의 주제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가사로 더 쓰는 것 같아요. 보통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원래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비트를 찾는게 좀더 오래 걸리죠.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많아요.”

 

Q. 소속된 크루 그루배틱(GR8VATIC) 분들과도 많이 작업하신다고 들었어요. 크루 그루배틱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제일 나중에 들어왔지만 나이는 제일 많고 다 동생들이에요. 원래 크루의 대장이랑 학교 동아리 선후배 사이예요. 그 친구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서 어린데도 멋있고 재밌게 음악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함께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선배니까 먼저 물어보면 부담일 수도 있잖아요. 거절하면 안될 것 같고. 그래서 못 물어봤는데 제가 열심히 작업물을 내고 공연도 하다 보니까 그 친구들이 먼저 물어봐 줬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좋다고 했죠. 사실 나도 크루에 합류하고 싶었는데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Q. 해피엔딩이네요. 서로 짝사랑하고 있던 사이가 결국 잘 된 것 같은 느낌.(웃음)

그렇죠.(웃음) 금방 잘 녹아든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랑은 음악적으로도 잘 맞고 성격이나 노는 것도 되게 잘 맞아요. 아직 크루 단위의 믹스테입이나 공식 작업물은 없지만 서로 편하게 피처링 해주고 같이 듀엣곡 같은 것도 만들고 있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첫 믹스테입을 준비중인데, 제목은 영화가 크랭크인 되었다고 할 때의 ‘Crank in’이에요. 제 첫번째 믹스테입이니까 밝은 분위기로 저의 개인적인 얘기들을 많이 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있었던 에피소드들 같은 거요. 제가 개인적으로 술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술과 관련된 얘기도 있고요.

 

 

Q. 제스티 씨가 처음 힙합 씬에 ‘크랭크인’하는 의미의 믹스테입이네요. (웃음) 그러면 올해 이루시고 싶은 목표는 믹스테입 발매인가요?

믹스테입 내는 건 목표보다는 예정된 일이고요. 목표를 수치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알바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음악으로만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좋겠죠. 피처링이나 공연, 음원 페이로도 알바를 그만둘 수 있도록.

 

 

Q. 사실 리스너 시절까지 포함하면 10년이 넘게 힙합에 몸담고 있으셨던 셈인데, 래퍼 활동을 계속 하면서 음악에 대한 회의감은 없었나요?

회의감이 든 적은 있는데 그런 마음이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나 확신보다는 훨씬 작게 느껴져서 이걸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잠깐 생각나는데 금방 까먹어요. 해내면 되지, 그냥 하면 되지 하면서.

 

 

‘근데 절대 후회 안 해, 뭐가 됐든 간에. 이젠 몸뚱아리를 목표 정가운데로 투하’ -‘Outro’ 중

 

Q. 래퍼 제스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냥 두고두고 많이 들려지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힙합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쟤 노래 진짜 좋더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Q. 멋진 목표입니다.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는 제스티 씨에게 신촌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한테는 의미가 꽤 많은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놀이터’ 같아요. 신촌에서 1학년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공부한 기억은 많이 안 나요. (웃음) 놀이터처럼 애들이랑 많이 뛰어다니고 맛있는 거나 술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실수도 많이 하고, 데이트도 하고. 여러 가지 기억이 많이 있는 곳이에요. 어렸을 때 놀이터 같은 느낌이라 희로애락을 다 겪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활동을 한다는 의미에서의 놀이터고요.

 

Q. 마지막으로 잔치 구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제 이름 제스티,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 나중에 이 인터뷰가 잔치의 자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TV에서 만든 ‘래퍼’에 대한 편견이 무색하게 래퍼 제스티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축구 얘기를 하거나 술에 대한 농담을 할 때와는 달리, 랩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말 그대로 열정적(zesty)이었다.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 인터뷰가 잔치의 자랑이 될’ 거라고 믿는다.

 

 

 


Zesty

고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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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세상은 너무 대놓고 의욕적인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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