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국제꽃시장-대국민 꽃감성 프로젝트>
젊은 세대는 유난히 꽃에 비유되거나 비교되곤 한다. 가령 ‘꽃다운 나이에 뭘 망설여!’의 경우가 전자라면, ‘꽃보다 청춘’은 후자에 해당되는 표현인 것이다. 꽃처럼, 혹은 꽃보다 아름다운 시기를 살아간다고 여겨지는 20대. 그래서인지 20대는 로망과 꿈, 아름다움과 열정 등의 온갖 가치들로 형형색색 칠해져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그 속에서 천 번 정도는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부러움 그 자체일 수 있는 이들은 20대로 살아가면서 모두가 꽃이라고 말하는 이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진 않은지,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이게 정말 꽃다운 시기인건지, 아프니까 청춘인 건지 정작 혼란스럽기만 하다. 몇몇 젊은 여성들은 ‘여성=꽃’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사회를 향해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라고 외치며 꽃에 비유되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꽃과 엮여있는, 그래서 꽃에 반감을 가지거나 여전히 꽃을 좋아하거나 그도 아니면 마음에 꽃 한 송이 둘 여유도 없는 젊은 사람들이 가득한 신촌거리에 지난 9월 29,30일, 10월 1일 국제꽃시장이 열렸다.

단풍의 계절에 들이닥칠 아찔한 꽃내음, 기대하시라-
“꽃을 좋아하는데, 사는 건 싫어요.”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그를 기억하기 위해 꽃을 산다. 꽃은 생일이나 졸업식, 연인과의 기념일이나 추모식 같이 ‘그저 그렇지 않은’ 날들을 위한 선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꽃인 만큼, 소중한 순간의 무게와 반비례하여 평소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잘 손질되어 포장된 꽃과 비싼 가격은 그만큼 어깨에 힘을 주고 멋진 정성을 담아야할 것 같은, 가볍지만은 않은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그저 자신이 꽃을 보고 싶은 생각이라면 도처에 피어난 야생화가 있으니 구태여 살 필요 또한 없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막상 먼 존재인 꽃들이 신촌거리를 온통 뒤덮었으니, 위의 그 모든 장황한 이유로 꽃을 사지 않는 사람들조차 발걸음을 멈출밖에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신촌거리를 바삐 오가는 당신. 이리로 와서 꽃구경이나 한바탕하실런지요?
생생하고 향긋한 꽃들이 즐비한 저녁 어스름 신촌거리. 우연찮게 그 광경을 마주친 많은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떠오르는 누군가를 위해, 혹은 그저 꽃 자체에 마음을 뺏겨 삼삼오오 꽃을 사기 시작했다. 조금은 들떠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 사람의 하루는 어땠을지, 또 저 사람은 누구를 생각하며 꽃을 고르고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꽃을 구경하거나 향기를 맡는 행위에는 낯선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만큼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자 그러면 에디터와 이들의 모습을 살짝 살펴보기로 하자.

“가만있어보자 우리 딸이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던가 장미던가···”

오래보아야 사랑스러운 당신께는 꽃다발 대신 화분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아름 꽃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다함께 신촌을 찾은 에디터의 가족 역시 서로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했다. 에디터는 여동생을, 여동생은 아빠를,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에디터를 떠올리며 각자에게 어울리는 꽃을 골랐다. 한참을 고심하여 꽃을 고르고 다시 모인 넷의 손에는 각자 다른 꽃이 들려있었다. 먼저 에디터는 여동생을 위해 연보라색 장미를 골랐다. 연보라색이 장미의 화려함을 약간 가라앉혀 자연스럽지만 우아한 느낌을 주어, 그 같은 청춘을 보내라는 마음에서 선택한 꽃이다. 에디터의 여동생은 아빠를 위해 푸른 수국을 골랐다. 수수한 수국이 아빠와 잘 어울리고, 또 그 날 옷과의 컬러매치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아빠는 엄마를 위해 흰 백합을 골랐다. 왜 백합이냐고 묻는 에디터의 말에 옆에 있던 엄마가 “백합의 꽃말이 ‘사랑’이래”라며 대신 대답했다. 아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답변이다. 마지막으로 에디터의 엄마는 딸을 위해 덜 핀 글라디올라스를 골랐다. 뭉툭하게 꽃망울만 있어 의아해하는 에디터의 모습에 그는 글라디올라스의 꽃말이 젊음이고, 곧 활짝 피어날 거라는 의미에서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을 골랐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 말에 담긴 사랑의 크기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4인 4색 가족들, 제가 4랑합니다.
명칭은 신촌국제‘꽃시장’이지만 거리에 비단 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생화판매 외에도 꽃과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과 체험부스가 운영되었고, 한쪽에선 사진촬영이 가능한 세트장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 다른 쪽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는 귀걸이, 수제 잼, 생활한복 등 온갖 잡다하고 수더분한 물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새로운 화훼소비문화 형성을 목표로 기존 꽃 축제의 형식을 탈피한 이러한 아이템들은 그 효과를 십분 발휘하였다. 덕분에 신촌은 축제기간 내내 꽃과 사람들의 생기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세트장의 꽃길을 걷는 사람, 플로리스트 원데이 클래스를 받는 사람, 꽃을 얹은 음료를 마시는 사람, 꽃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그랬고, 노란 퐁퐁국화, 무지개빛 장미, 파스텔톤 목화와 시계꽃이 그랬다.

꽃다운 사람이 있다면, 사람다운 꽃도 있는 걸까?
영화 ‘썸딩 뉴(Something New)’의 주인공이자 흑인여성인 케냐 맥퀸은 백인남성인 브라이언과 사랑에 빠질 거라는 생각을 진즉에 버린다. 만연한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에 그녀 또한 자유롭지 못했기에 먼저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조경설계사인 브라이언에 의해 황폐하던 그녀의 뒷마당이 흙과 꽃들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고, 무채색이었던 그녀의 인생 역시 컬러풀해지면서 케냐는 브라이언을 사랑할 용기를 낸다. 인생과 꽃은 둘 다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빈번히 붙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예술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꽃의 아름다움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꽃의 그 ‘아름다움’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에디터는 신촌국제꽃시장에서 3일 간 많은 사람들과 꽃을 만나보며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전하거나 담는, 즉 꽃을 주고받거나 보살피는 사람들에 있다고 생각했다. 꽃이 시들더라도 주름도 없이 살아있는 그 마음에 말이다. 비록 한철의 꽃은 이미 신촌거리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신촌을 오가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빨잠(신촌의 랜드마크, 빨간 잠만경)을 스치는 한철의 꽃이 아닌 사람이여,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