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백승렬 (BlancNoir) (INTERVIEW)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대개 둘 중 하나를 골라 해야 하는 일로 만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우위를 정하고, 포기한 한 쪽을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 둘이 일치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독 추웠던 지난 11월, <제 3회 김현식 가요제>를 통해 신초너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던 프로젝트 밴드 BlancNoir의 백승렬도 그 중 한 명이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물 여섯 살 백승렬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불어 불문학, 정치 외교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인데요. 어렸을 때 그 밴드를 보고 베이스 연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휴학하고 제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베이스 연주 이외에 직접 곡을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작년 16년부터 17년까지 1년 동안 스위스에서 지내면서부터에요. 거기엔 한국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를 많이 느꼈는데, 아무래도 원거리다 보니 한국 친구들하고 얘기를 많이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 때의 감정들을 가사와 멜로디로 풀어내면서 저의 음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졸업 후 전문 음악인이 되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계신가요?
요즘은 두 가지를 다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는 물론 베이시스트 활동을 하면서 제 음악을 하는 것이죠. 둘째론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까지 더해서 해외 문화 교류 쪽 일을 해보고 싶어요. 회사에 들어간다면 소니 뮤직이나 워너 뮤직 같은 곳에 들어가 공연 기획을 한다든지.
제 음악을 계속 할 수도 있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더라도 음악 쪽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하고 싶어요. 기왕 학교에 입학했고 등록금도 냈으니까. (웃음) 두 가지 다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본인의 작곡 과정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나요 아니면 이렇게 곡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곡을 쓰시나요?
사실 저는 곡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쓰면 곡이 안 나와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쓴 곡은 들어도 마음에 안 들고 저한테 안 감긴다고나 할까요. 특히나 이번에 제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죠. 아홉 곡 정도 규모의 앨범을 생각중인데, 데모는 여섯 곡이 나와 있어요. 나머지 세 곡을 제가 조금 짜내는 감이 없잖아 있어서요. 그 걸로 제일 애를 먹고 있죠.
애초에 있는 곡 여섯 개도 제가 ‘아 곡을 써야겠다’ 해서 쓴 게 아니에요. 저는 그냥 일기를 쓰듯 가사를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고, 그렇게 곡이 나왔던 거죠. 제가 ‘써야겠다’ 했던 곡들은 개인적으로는 다 안 좋았습니다.
달이나 비 같이 자연물을 곡 제목으로 삼은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음, 저는 곡을 쓸 때 제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뱉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언어 자체를 완전히 솔직하게 담아버리면 너무 적나라하게 저를 보여주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은유도 하고 비유도 하고 상징성을 둬서 쓰는 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물을 썼습니다.
또, 밤에 사람이 굉장히 침전하잖아요. 새벽이 되면 괜히 기분 이상해지고. 그런 기분을 제목에 담았던 거죠. 예를 들면 ‘비(La Pluie)’ 같은 건 제가 많이 힘들 때, 그리고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도 힘들 때 쓰게 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곡 중에서 가장 자신을 잘 나타내는 곡이라던지 애착 가는 곡이 있을까요?
사실 하나하나 곡이 다 좋아요. 우선 제 노래라서 좋은 것도 있고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데, 스위스에 있을 당시에 한국에 있는 제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일기를 쓴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 일기를 본 거예요. 그러면 그 때의 그 기분이 다시 느껴지잖아요. 지금 들어보면 애틋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땐 힘들었지만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기억들. 그랬던 곡이라 하나하나 다 소중해요.
특히 방금 침전 얘기했는데 제가 진짜 침전하면서 쓴 곡이 하나 있어요. ‘La nuit’ 라는 곡인데, 프랑스어로 ‘밤’이라는 뜻이에요. 저 스스로 예전을 되돌아 봤을 때, 슬픔에 많이 갇혀 있었거든요. 그 때 밤을 새면서 가사를 썼죠. 그렇게 끄적끄적이다가 ‘아 곡을 한 번 붙여보면 좋겠다.’ 했어요. 그 곡은 2013년에 쓴 곡인데, 이번에 앨범을 준비하고 데모를 작업을 하면서 다시 들어봤더니 느낌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앨범에 넣으려고 다시 작업 중이고, 애착이 많이 가는 곡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들렌(Madeleine)’ 이라는 곡이에요. 스위스에 있을 때, 저는 행복한데 한국에 있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모순적인 감정이 들었죠. 그래서 그냥 다 사랑한다고, 가족들, 친구들 다 사랑한다는 의미에서 쓴 곡입니다. 이번 타이틀곡이기도 해요. 제일 좋아해서.
그렇다면 이런 심정으로 만든 곡들을 신초너들이, 리스너들이 자신의 곡을 어떤 마음으로 들어주길 원하나요?
우선 저는 ‘한대음(한국대중음악상)에서 상을 받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그런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든 게 아니에요. 일단은 기록했던 곡들을 일단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요. 그리고 이걸 듣는 제 지인들, 지인의 지인들, 그리고 아예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 가사와 멜로디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듣는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혹은 앞으로 그런 경험을 겪게 될 때 제 노래를 생각하면서 공감을 얻길 바라요. 내가 혼자 슬픈 게 아니구나, 다 그런 면이 있구나 하고요. 나도 너도 다 같은 사람이다. 힘든 일 있는거지 뭐, 이렇게 이겨내면 좋겠어요.

함께 음악 활동을 하는 멤버들에 대한 얘기도 궁금해요.
우선 저는 음악을 듣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제가 어떤 방향으로 곡을 쓰고 어떻게 악기를 쓰면 좋을지는 알아요. 근데 정확히 어떤 라인이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어떤 화성이 들어 가야 되는지 그것까지는 몰라요. 왜냐하면 저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한 건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저희 멤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이 친구들하고 같이 하게 된 건, 일단 다들 너무 잘해요. 두 번째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같이 할 만큼 서로 신뢰가 있어요. 그 만큼의 관계예요. 그래서인지 제가 어떤 느낌을 바라는지 대충 얘기해도 애들이 그냥 찰떡같이 알아들어요. 사실 그게 좀 크죠.
뮤지션 백승렬으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냥 제가 뭘 하든. 일을 하든, 돈을 벌든, 혹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계속 치든, 제가 기록하는 앨범을 평생토록 내고 싶어요. 일기가 누군가에겐 습관이듯이 저는 곡을 쓰는 게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거죠. 사실 이번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좀 힘들었어요. 혼자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으니까. 이런 과정이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 제가 익숙해지면 점점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평생 그렇게 하고 싶어요. 많이 내고 싶어요.
앞으로 나올 앨범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 주세요.
제 앨범 제목은 아직 가제긴 한데 ‘Le Regard’ 에요. 프랑스어로 ‘시선’이라는 뜻이죠. ‘제가 바라보는 저’를 담고자 했어요.
여담이지만 곡들이 제가 스위스 있을 때 쓴 게 많아서 제목을 거의 다 불어로 써놨는데요. 문제는 불어 자체가 관사 ‘La’, ‘Le’가 많아요. 근데 주변 사람들이 불어를 잘 모르니까 ‘아 그 L들어간 곡 뭐였지’ 하거든요. 다 L로 시작하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래서 한글로 부제를 붙여서 여섯 곡에서 아홉 곡 정도 볼륨으로 발매할 생각입니다. *EP라면 EP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 나름대로는 정규 앨범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목표는 7월에 디지털을 내고 8월에 수요를 파악해서 음반을 내는 거예요 굿즈도 만들 계획이고요.
*EP(extended play) : 정규 앨범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은 앨범. 일반적으로 4~8곡 정도 규모를 뜻함. 미니 앨범과 유사한 개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은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될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뭐 전문적인 뮤지션도 아니고요. 전문적인 뮤지션이라고 하면 정말 그건 (그분들에게) 실례에요. 제가 베이스 연주나 작곡을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전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 또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거죠.
아무튼 제 앨범도 많이 들어주시고 음반 낼 때 수요자에 많이 들어와 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거 많이 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듣고 좋아하는 밴드들 아티스트들이 많이 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이 이번에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아쉽더라고요.
마지막으론… 다들 파이팅 합시다!
인터뷰는 시종일관 밝고 쾌활하게 진행되었지만, 신촌의 밴드씬이나 본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면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본인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평범한 학생’.
우리와 같은 보통의(ordinary) 사람이 전하는 위로이기에 그의 음악이 더 큰 온기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에 나올 앨범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O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여름을 SHOW라는 주제로 기록합니다. 매월 SHOW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5월엔 ‘O’가 팀별로 다.르.다! Match ‘O’ you want……………….and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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