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마당 시네마당 # 카페 소사이어티
<카페 소사이어티>, 2016, 우디 앨런
# 흘러가는 대로 꿈 꾸듯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사운드 트랙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심플하고 소박한 엔딩크레딧이 올라왔다. 그 동안 90분 가량의 영화가 남겨 놓은 분위기에 오롯이 사로잡혀 영화관의 모든 조명이 켜질 때까지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 없었다.
우디 앨런의 영화는 순식간에 사람을 사로잡는다. 완벽한 색감과 살아있는 캐릭터 그리고 우디 앨런 영화 특유의 미장센과 클리셰는 그가 의도한 감성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어 몰입하게 만든다. 2016년 칸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한 ‘카페 소사이어티’ 또한 그의 영화가 지닌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영화는 1930년대 뉴욕의 사교계(카페 소사이어티)와 화려한 배우들이 살아 숨쉬는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삶과 성공을 꿈꾸며 할리우드로 온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이야기는 순간의 선택으로 변해가는 동시에 시간을 거슬러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인연의 역설적인 면을 보여준다. 때론 화려하고 때론 비관적이기도 한 두 주인공의 삶은 결말에 이르러 다소 쓸쓸한, ‘인생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져준다. 동시에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잠시 꿈을 꾸듯 스쳐가는 인연들에 대해 영화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갈등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기에는 심각해 보이는 삼각관계라는 위기마저 영화에선 자연스럽게 흘러갈 뿐이다. 모든 일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의 형 벤(코리 스톨)의 잔인하기 그지없는 위법 행위들도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가볍게 묘사된다. 인생의 무거운 부분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벼운 자세로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어느새 감독과 배우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이끌림에 몸을 맡기다 보면 영화가 지닌 따뜻하고 담담한 감성에 젖어 들어 가슴속에 남은 묵직한 여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할리우드에서 만난 바비와 보니
영화를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나, 많은 이들에게 시각적인 요소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담아내는 1930년대의 뉴욕 사교계와 할리우드는 우디 앨런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영상미를 자랑한다. 빛이 주는 효과를 이용해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낸 뉴욕과 할리우드 뿐 아니라 영화 속 화려한 뉴욕의 사교명사들과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의상 또한 영화의 미적 요소들을 한껏 부각시킨다. 고전적이고 단순한 영상 전환 기법들은 어색하기는 커녕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화의 분위기에 녹아든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들에 더해 영화 전반에 흘러나오는 재즈 풍의 사운드트랙은 영상과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 속 재즈바에서 흘러나오는 30년대의 재즈 음악은 시대를 넘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수십억의 제작비로 만들어낸 웅장한 여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다른 의미로 다양성 영화로서 카페 소사이어티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의상
‘카페 소사이어티’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삶에 대해 보여준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거쳐 일련의 사건들을 겪음에도 결국 두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영화의 담백한 영상미와 배경음악 역시 영화의 주제와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매사에 낙관적이면서 흘러가는 운명에 순응하려는 자세는 ‘카페 소사이어티’ 뿐 아니라 앨런의 다른 영화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클리셰이다. 그와 동시에 너무 많은 것에 얽매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관객들에게 그런 방식의 삶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할 뿐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영화를 보는 공간에 따라 관객에게 다가오는 크기가 달라진다. 블록버스터가 주는 감동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더 빛을 발하고, 공포 영화가 주는 긴장감은 4DX관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비록 화려한 특수효과가 관객을 압도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오감이 짜릿한 공포 영화도 아니지만 ‘카페 소사이어티’가 주는 감동과 여운은 집에서 노트북과 이어폰으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깊고 웅장하다. 늦기 전에 영화관으로 달려갈 것을 추천한다.

<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 감독
개봉일 : 2016.09.14
출연 : 제시 아이젠버그(바비 역), 크리스틴 스튜어트(보니 역), 블레이크 라이블리(베로니카 역)
CGV 아트 하우스, 필름 포럼, 아트 하우스 모모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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