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을 살아가고
신촌으로의 첫 발걸음. 서울에 온지 한 달이 막 지났다.
신촌역을 나와 처음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벚꽃,
다시 평범한 가로수가 되어가는 벚꽃이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대상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늙음을 기피하고,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는,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이별하는 연인.
그래서 사람들이 신을 믿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은 말 그대로 영원하니까 깊은 밤,
그들은 끝없는 사랑을 읊조리고 잠을 청할 것이다.
*
그러나 사람들의 소망을 알기는 하는지
우리는 너무도 쉽게 변화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디에 가고, 무엇을 접할 때,
혼자 가만히 생각하다가
문득,
심지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마저 우리는 변하고 있다.
모든 실체가 있는 것들은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를 각각의 무엇으로 호명할 수 있는 근거는 대체 어디 있는가

당신은 모든 그림자를 똑같이 바라본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문장처럼
이 파편들의 뿌리는 대리석이고,
세계이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마구 엉킨 이곳은 서울이다.
서울은 아름다우면서도 버겁고,
밀려들어오는 것들에 나는 너무도 쉽게 휩쓸린다.
삶은 기억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개인의 세계와 현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능동적이면서도 동시에 수동적인,
모순과의 타협
무의미한 투쟁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
신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신촌은 변화한다. 매순간
변화하는 것들은 여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여백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우리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기억들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기억은 반드시 왜곡되어 개인에게 종속된다.
기억은 변화하는 것들이 가지는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모순된 존재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모순적인 미학
*
한 번 지나간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해의 봄은 다시 한 번 모습을 바꾸어 각자의 세계 속에서 영생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올해의 꽃은
모습을 바꾸며 몇 번이고 다시 피어난다.
개인의 세계는 예술의 근원지이다.
예술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한 번,
영원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하는 것들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올해의 봄과
작년의 봄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있다.
봄을 특별한 무엇으로 남을 수 있게 하는 힘은 변화에 기원한다.
당신이 원할 때면 그 세계에서
몇 번이고 똑같은 봄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
이번 글을 마치고 나면, 신촌에 대한 기억은 또 변화할 것이다.
기왕이면 신촌을 더 애정하게 된다면 좋겠다.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기를 바라는 마음같이 조금
더 깊은 봄을 간직하고 싶은 바람이다.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을 살아가는 사람들
당신들의 세계도 아름답기를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