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꾼 날

*서울의 외톨이들은 커피 한 잔 없이 살 수 없다
그루브
머뭇거리다가 커피가 식는 일은 다반사
당신은 연주가 들리십니까? 그것은
아마 스윙재즈, 엇박자를 위해 우리는 걷고
잔에 떠오른 거품은 눈이 부은 사람들의 교집합
원 투
박자를 세어주던 사람처럼 나는
향기에 손을 데었다
활을 쥔 어깨를 길게 뺄수록 깊어지는
슬픔
밤의 틈 사이로
늙어 가고 있었다 흉터에 관대한 사람들이
원앤 투 앤
잡지를 찢어 만든 카펫
혹은 얼룩진 식탁보 위의 각설탕
이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자리를 지켜야겠다
음악은 부끄러웠고 헛딛는 박자들 속에서
쓰리 앤 포
완전 식어버린 잔은 믿음직한 공범
사람들은 아직 밤을 새우고 있다

*얼굴을 해가 있는 쪽으로 향하면 그림자를 볼 수 없다
**신촌의 한 술집, 흡연실에서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껍질째 사탕을 물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지 못한 영수증 위로
입안에서
녹은 사탕 막대가 떨어졌다
흐물흐물하게
젖을수록 색을 잃어가는
나의 검은 침
식물처럼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밤을 새우고 있었네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날이 길어졌다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당신처럼
누구의 단골도 되지 않은 무거운 입으로
노래를 불렀네
진열대의 냉기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는 나와 어색해졌다
그림자가 뚝뚝 떨어지는 날에
우리는 빗물을 받아마시는 최초의 갈증
당신은 도돌이표의 정중앙에 서있으니
나는 여전히 사탕을 물고 있었다
뼈가 드러날 때까지

*목련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이것은 봄꽃 대부분의 특성이다
사랑하는 밤을 새웠습니다
손목이 얇은 사람의 맥박을 곁에 두고
잠에 드는 밤처럼
우리는 숨쉬는 법을 잊었습니다
죄를 선고 받는 상상
그것은 해 지는 소리가 분명했으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태어났습니다
다시,
삶이란 무엇입니까 묻는 사람의 뒤를 쫓으면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고
나는 오늘의 나
나의 내일
사랑은 무엇입니까
죽는 만큼 태어난다는 믿음
이제 나의 행동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좋아해서
우리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죄를 덮어주는 그림자처럼
길어져버린 낮이 있지요
자꾸 묻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지만 참아보기로 합니다
그림자를 뱉으며
오래된 꿈을 기억했습니다
아가미를 활짝 열어봅니다
차오르는 빗물을 깊이 들이마셔보기로 합니다

*사랑, 희망, 알록달록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을 천사라고 부르면서
죽음은 미신을 믿지 않기에 오래 자던 잠을 깼다 침대 위에서 나는 거울처럼 온전하였다 꿈을 잊지 않기 위해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다
무언가 잊고 싶을 때 잠을 청하는 습관이 있었으므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방이 넓어졌다
벽 위에 내가 버린 이름
하얀 페인트는 들은 것이 많아서
이렇게 쉽게 벗겨진다
비로소 울음을 삼킨 아이의 얼굴처럼
우리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당신은 한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았고 다시 쓴 목록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알 수 없는
나의 이름들이 참 많았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이름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꿀꺽 침을 삼킨다 어느새 방은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죽은 이들의 이름이 하얗게 보였다 미신을 믿지 않는 내가 잠에서 깨어났다 하얀 침대 위에
나와 당신이 있다
우리의 이름
죽은 사람들이 하얗게 들어선 방에 나는 나의 이름을 찾아 헤맨다

*발을 헛디디는 꿈을 참 많이 꿨다
**신촌의 밤거리에서, 살짝 취한 채
집시의 거리 위에서
거리는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붓터치로 번져버린 세상
뻐근한 가로수 사이로 버스가 지나갔다
단풍이 검게 물드는 계절은 외로워서
옆자리를 비워두고 싶지 않았다 실수처럼 엎어진 하늘 위로
우리는 모두 최초의 이방인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멀었으니 잠이라도 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버스는 멈추지 않았는데 좌석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림자 속에서 태어난 그림자처럼
거리는 무책임한 말을 좋아해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았다
잘못 채색된 밤을 비판하기 위해
허둥거리는 아침의 흔적들
버스가 멈추고 우리가 내리기 전에
나는 옆에서 곤히 자는
당신을 사랑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얼굴도 비치지 않는 창에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언제까지나 내 속에서 유영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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