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벌잔 – 당신의 일상을 모아
가끔 궁금했습니다. 휴대폰 속 사진 앨범의 이름이 왜 하필이면 갤러리일까, 하고요. 분명 사전에는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라고 적혀있는데 말이죠. 외우기 싫어서 대강 찍어 둔 카페 와이파이 비밀번호 사진, 꽃을 찍으려다 셔터가 잘못 눌려 담긴 내 신발, 술에 잔뜩 취해 찍었는지도 몰랐던 셀카,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결국 포기했던 옷의 라벨까지. 내 하찮은 ‘갤러리’ 안, 지겹도록 비슷한데다 별 재미도 없는 내 일상의 조각들이 정말 전시회에 걸려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게 맞는지. 그것이 가끔 쓸데없이 궁금해질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심심했던 오후, 책도 게임도 모두 질려버린 탓에 그 별 볼일 없는 갤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 없이 남겨 둔 밥집의 냅킨 사진에, 보일 때마다 셔터를 눌렀던 학교의 단풍 사진에, 친구와 호들갑을 떨며 누가 더 잘 찍나 대결을 했던 맛집의 오믈렛 사진에, 감사함이 있었고 즐거움이 있었고 그리움이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네모 뒤에는 그 모든 소소하고 작은 일상들을 예쁘게, 또 진심으로 여겼던 내가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문득, 아쉽게 지나갔지만 영원히 남아 있을, 혹은 지금 이 순간 만끽하고 있을 당신의 일상이 궁금해졌습니다. 좋든 싫든 끊임없이 찾아 올 우리의 일상을 위해, 이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자 올 여름 자그마한 갤러리를 열어보고자 합니다. 잔치와 잔치를 사랑하는 모두가 함께 꾸민 전시,
<일상의 잔치> 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무언가를 바라보는 경험은 늘 새로운 영감을 주곤 합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의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밖에는 없게 태어났기 때문이겠죠. 그 한계가 창조해 낸 것이 문학과 예술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 간극을 메우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불완전하게나마 타인의 눈과 귀를 빌리면 놀랍게도 우리는 두 가지의 정반대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는 내가 줄곧 모르고 살아 왔던,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내 원 바깥의 세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내 안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 고여 있던 세상입니다.
햇살 좋은 날 책을 펼쳐 드는 누군가의 일상은 어떤 이에게는 평화로움으로, 다른 이에게는 부러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아픔으로 투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각기 다른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고양이와 침대 위에서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일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당신이 어떠한 프리즘을 가진 누구인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 영원히 다 알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누군가의 일상과 잠시 함께해보는 이 경험이,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고, 달리느라 놓쳤던 여유에 대해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가만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한 오늘 저녁의 생각들이 내일의 아침을 더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special thanks to.
잔치를 사랑해주시고 기꺼이 일상을 나누어주신 스무 명의 멋쟁이들.
이제 여러분도 잔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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