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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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1 · 10 · 05

323.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Editor 니디오

1장. 내가 있는 공간에 나의 마음이 있다는 것

 

 

  공간은 그곳을 경험하는 주체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나를 편안하게 하는 공간,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공간, 내가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공간 등등..  

 

  예를 들어, 나는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좋아한다.

 

 

  지하철역을 바삐 걷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괜히 정신이 없다. 마치 나를 둘러싼 외부의 것들을 더욱 아득하게 만드는, 차가운 벽이 느껴진달까. 그와 달리 버스를 타면 여전히 벽은 있지만, 그것에 내가 연결되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하철에서는 주로 휴대폰을 보거나 멍 때리는 수밖에 없는 반면에,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살아가는 현장 곳곳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느낌이라 그런 걸까? 조금 오래 걸려도 버스 타는 게 더 좋다는 건 아직 낭만이 살아있는 거라던데, 아직 내 안에 낭만이 죽지 않았나봐.

 

  이런 나에게 ‘신촌’은 어떤 공간이냐면,

 

모든 걸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신촌로터리 

 

  웃긴 게, 학교가 신촌에 있다는 것 말고는 신촌과 깊은 유대감이나 추억을 쌓은 것도 아니면서 괜히 정이 가고, 그냥 신촌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 이곳에 대해 더 많이 알아서, 신촌을 지금보다 더 사랑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되는 참 신기한 공간이다. 왜지? 

  그 이유에 대한 새내기인 나의 생각은 이렇다. 신촌은 번화가지만 동시에 소박하다.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듯이 신경 쓴 티가 팍팍 나는 잘 꾸며진 거리나 공간과 다르게 ‘관심 없어’라고 생각하는 듯한 무심함이 느껴진다. 이는 갖가지 장소들이 이미 신촌의 한 공간으로서 묵묵히 자리 잡은 채 적응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나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이곳을 오고 가는 수많은 낯선 타인들을 보고 있으면 버스 창밖을 볼 때의 기분이 든다.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 있고, 우리가 각자의 이유로 여기 와 있다는 점이 느껴지면서, 그들이 완전히 멀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원래 타인에게 굉장히 무심한 편인데, 학교가 있는 곳이자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보니 이곳에서만큼은 사람들에게 흥미가 생긴다!

 

 

 

 2장.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내가 느낀 신촌만의 특징은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벤치’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은 시간과 공간도 사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길에 벤치가 부족해져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려면 카페로 가야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어떤 분의 말씀이다. 본가가 있는 부산도 마찬가지지만, 서울 역시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는 앉아서 쉴 만한 공간이 잘 없다. 

 

 

누구를 기다리거나, 목적지를 정하거나, 잠깐 쉬고 싶을 때 이런 벤치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길 한복판에 갑자기 등장한 노상 거리라니.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사람들의 앉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담을 수는 없었지만, 정말 많은 이들이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사람들, 각자 다른 곳을 쳐다보며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 다리를 쭉 뻗은 채 편하게 수다떠는 사람들 등등. 이러한 것들을 ‘사람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 같다. 다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공원이나 산책로를 찾지 않고 이런 불빛 가득한 거리 한가운데에서.

  저 사람들은 신촌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렇게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앉아 쉬거나 옆 사람과 수다를 떨 수도 있겠지. 혹은 누군가는 이 도시가 어색하고 불편해 잠깐 여유를 찾아보려는 걸까.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약간의 균열과 들어맞음의 과정들이 궁금해진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며칠 전 밤에는 한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데, 딱 봐도 싸우고 있는 것 같아서 자리를 쓱 피했었다. 

 

  사실 ‘나’와 ‘나’가 만나 대화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렸을 때 나는 상대방과 온전한 깊이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벽을 둔 적이 많았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 말에 대한 회의에 가까웠다. 말로서 내가 가진 마음과 생각을 딱 그만큼 전달하는 것과, 상대 역시 딱 그만큼만 받아준다는 것에는 높은 벽이 있는 것 같았기에. (아직까지도 그런 벽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의 견고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적정한 만큼 마음과 생각을 주고 받는 것을 동경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밀도만큼 소통하는 것. 그 대화의 밀도가 깊거나 얕은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때 친구랑 이상형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나는 감정이나 생각의 깊이가 비슷한 사람이 좋아.”라고 말했었다. 정말 한결같은 나.

 

  신기하게도, 신촌의 벤치에서 그 적정한 소통의 온도가 느껴진다. 자세히 말하면, 낯선 타인과의 소통에서 느낄 수 있는 적정한 온도다. 이는 내가 TV 예능 <유퀴즈온더블럭>을 볼 때 느끼는 것인데, 유퀴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퀴즈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타인을 적정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일 수 없는 인간의, 평범하지만 고유한 단상을 잘 전달한다. 그로부터 시청자인 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얻게 된다.

  신촌의 벤치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아서 좋다. 마치 유퀴즈를 보는 것 같달까.

  ‘저 사람들도 나처럼 저들의 일상과, 목표와, 이야기가 있겠지.’ 

  위와 같이 동시에 나는 적정한 만큼 타인을 이해하는, 일방적 소통을 해본다. 이는 상당히 기분 좋은 경험이다. 나 역시 이로부터 에너지와 여유를 얻어, 신촌에 가면 왠지 더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사실 이는 내가 신촌에 나의 마음을 두고, 소통의 온도에 반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다른 신초너들도 자신을 편하게 하는 공간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마음이 닿는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앞에서 언급했던 커플 분들이 생각난다. 그때도 ‘힘든 여정을 시작하셨군..’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모쪼록 잘 해결하셨기를.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 브로콜리너마저,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가사 中 –

 

 

  나의 마음을 담아줘서 고마워 신촌. 이곳의 사람들이 부디 이곳에서 기분 좋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그럼 기약 있는 다음을 바라보며,  안녕

니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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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디오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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