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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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1 · 10 · 26

324. SHADOWILD, Graffiti writer

Editor 욘

에디터가 그래피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한창 산책에 꽂혀있을 때였다. 산책은 자발적인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코로나가 만들어준 반강제적 취미였지만 꽤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계획없이 마음 가는대로 걷고 있을 때면 스스로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지나치는 이것저것에 사족을 붙이며 생각도 해보고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특별할 것 없었던 하루가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신촌역 근처를 산책할 때였다.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아무 생각 없이 신촌역 옆 공원 지나치는 순간 오른쪽 시야에 알록달록한 색감이 걸렸다. 

 

신촌 토끼굴 – 남쪽으로 향하는 입구

 

알고 보니 ‘신촌 토끼굴’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국내에 몇 안되는 그래피티 스팟 중 하나였다. 토끼굴이라는 명칭이 이해되는 크거나, 높지 않은 터널이었는데 양 옆, 그리고 천장까지 그래피티가 늘어져 있었다.

그래피티는 길거리에 개장된 전시회 같다. 가만히 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관람객, 지나가면서 흘끗 본 사람도 관람객. 하지만 작업자의 의도를 알 길이 없다. 벽에는 설명도 제목도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벽에는 오직 수 없이 많은 스프레이 덧칠 만이 있을 뿐. 관람객은 각자 그날의 날씨나 감정, 하다못해 듣는 음악에 따라 저마다의 감상을 느끼고 지나칠 것이다. 

에디터에게 이곳 신촌 토끼굴은 일종의 환기와 해소의 통로라고도 할 수 있다. 크고 화려한 그래피티가 그 순간만큼은 생각하기 자체를 잊게 만들어주는데, 항상 생각으로 꽉 차 있는 본인으로서는 몇 안되는 소중한 적막의 시간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어쩌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시기가 지나버린 것들까지 끌어안고 있는 미련함을 떨쳐버리고 싶을 땐 종종 토끼굴을 찾게 된다.

이렇게 알게 된 그래피티 문화를 소개해보고자 그래피티 라이터 SHADOWILD 작가님과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16년차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SHADOWILD라고 합니다. 그래픽 디자인과 실버 악세사리 크래프트 등의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활동명 SHADOWILD는 SHADOW와 WILD의 합성어 인가요? 활동명의 의미가 궁금해요.

SHADOW와 WILD의 합성어가 맞습니다. SHADOW란 태그네임*으로 활동하다가 그래피티 레터 스타일중 가장 좋아하고 즐겨 그리던WILD STYLE**의 WILD를 따와서 합쳐 만들었습니다. 그 외 제가 만들고 속한 WILD MONSTERS라는 그래피티 크루와 제 실버 브랜드에도 WILD가 들어가있는걸 보면 제가 WILD란 워딩을 좋아하는거 같긴 하네요.

* 태그네임 Tag name : 그래피티 네임

** Wild style 와일드 스타일: 글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작업 스타일

 

일상에서도 알게 모르게 그래피티 작품을 접하게 되지만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도 꽤 있을 것 같아요. 그래피티 활동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릴게요!

196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에서 시작된, 스프레이캔 / 페인트 / 마커펜등을 사용해 벽에 낙서처럼 쓴 글자 혹은 그림들을 일컫습니다. 현재는 벽 뿐만 아니라 차량, 의류, 신발, 토이등에 하는 커스텀 작품과 제품 패키지등의 산업 디자인, 모션 그래픽과 같은 영상 디자인, 캔버스에 작업하는 파인 아트와 같이 여러 매체와 재료로 그래피티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피티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즐겼고, 고등학생 시절 힙합 음악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래피티라는 문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접했던 화려하고 멋진 레터 디자인과 캐릭터에 빠져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 장르에서 오래 발 담그고 있는 만큼 이런 저런 변화들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피티에도 시류라고 할 수 있는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이 작은 씬에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서울뿐이지만 시에서 허가 된, 그림 그릴 수 있는 벽*이 생겼어요. 그리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철물점에서 파는 공업용 스프레이(약 30컬러)를 사용했어요. 이제는 해외의 그래피티 전용 스프레이(약 200컬러)를 수입해 사용할 수 있기도 하구요. 또  잦은 미디어 매체의 노출과 대형 갤러리 전시, 국내외 행사와 대회등으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보여주셨던 제 윗세대의 선배님들이 노력해주셨어요. 그 결과로 그래피티를 낙서라 치부하며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 볼 수 있겠네요.

* 현재 서울시에서 인정한 그래피티 스팟은 신촌 토끼굴과 압구정 굴다리, 총 두 곳이다. 이 외에는 개인 사유 건물에 허가를 받거나 철거 직전 건물 등을 활용한다.

 

 

그래피티하면 즉흥적인 성격이 강할 것 같으면서도 색 조합이나 배치 등 치밀하게 도안을 짜고 계획해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작가님은 도안을 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아니면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그리는 ‘프리스타일’ 작업을 즐겼었는데 근래에는 레터 디자인과 컬러까지 도안을 준비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피티를 ‘놀면서 즐긴다’는 원초적인 제 마음 가짐은 여전하나,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써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부터는 완벽한 도안을 준비하고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레터 스타일의 연구는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해야 할 숙제같은 것이고요, 이 외의 영감은 일상 생활 어디에서나 받고 있습니다. 건물과 내부 인테리어의 색감이나, 지나가는 행인 옷의 컬러 매치, 식사나 음료의 색감 등, 언제 어디서나 컬러에 대한 영감을 받고 다음 그림에 쓸 수 있도록 메모를 해둡니다. 또, 근래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넣어 그리는 그래피티를 즐기고 있어서 OTT 스트리밍 컨텐츠 등에서도 캐릭터나 컬러의 영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잔치에서 그래피티를 다룬 글을 보면, 작업물이 오래되었거나 기존 작업물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을 때에는 덮고 위에 또 다른 작업을 하는 문화가 있더라구요. 이런 점에서 그래피티가 본질적으로는 지속성에 큰 중점을 둔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그래피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친한 형의 인터뷰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그래피티를 할 수 있는 정식 허가 된 벽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이용하는 공간이라 작품 훼손과 그림이 덮히는 로테이션이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해서 ‘지속성’을 중요시 한다기 보다 ‘사진 하나 남겼다’로 만족하시는 작가님들도 계시고요.

그래피티의 매력은 앞서 말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에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갤러리에 전시를 하면, 그 갤러리에 방문한 사람만 제 그림을 볼 수 있는거지만 길거리에 작품을 남기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즐길 수 있잖아요. SNS가 발달된 요즘은, 사람들이 제 그림 앞에서 찍어 올린 인증샷을 다 저장해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그림 작품들에 비해 스케일이 압도적으로 거대한 편이어서 거기서 오는 웅장함도 그래피티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피티엔 대부분 태깅이 되어있다. 태깅: 작가 본인의 표식을 남기는 것. 보통 태그네임을 남기는 게 일반적이다.

 

신촌 굴다리에서도 종종 작업 하시나요?

신촌 굴다리 스팟은 굴다리의 높이도 낮고, 폭도 좁고, 둥글어서 그림 그리기 굉장히 불편한 벽이라 즐겨찾는 편은 아닙니다. 다만 작업이 허가된 밤 늦은 시간대의 유동 인구가 현저히 적어서 조용히 작업하고 싶을 때는 나쁘지 않은 편이구요. 사람이 많이 오다니는 압구정 토끼굴 스팟에서는 에피소드가 꽤 많은데, 신촌 굴다리 스팟은 유동 인구가 적은편이라 재미있는 일화가 없네요..

 

 

보기에는 재미있는 구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고충이 있네요.(웃음)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래피티를 제외하더라도 유튜브 활동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피티 라이터로서의 목표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여쭙고 싶어요.

설명해주신 것처럼 여러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몇몇 그래피티 벽화 업체들처럼 돈벌이의 목적으로 멋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고, 꾸준히 레터 디자인을 연구해서 재밌고 맛깔나게 레터를 그리는 그래피티 작가로 남고 싶어요. 또 제가 존경하고 도움 받았던 선배 작가님들이 하셨던 것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면서 후배 양성에도 꾸준히 기여하고 싶습니다.

 

 


라이터님의 다른 작업물과 작업 과정, 그리고 다양한 활동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Instagram: @Shadowild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nel/UCuPzilsh7lNqp3-8OzsGbIw

Blog: https://m.blog.naver.com/jh563486

 

욘
AUTHOR PROFILE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1

  1. 수잔
    수잔 2021.11.03 14:44

    욘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그래피티 작가님도 욘님 특유의 말투와 질문도 너무 잘 어울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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