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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2 · 03 · 28

Still Breathing

Editor 개굴

Green day – Still Breathing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코로나 19라는 몹쓸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뿌리내린 이후 인류의 삶은 그 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갔다. 마스크라는 가면 없이는 밖에서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어진게 가장 단편적인 예가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되고, 무언가를 표현해지는 게 어려워져 간다. 그리고 답답한 직사각형의 화상회의 틀에 갇혀, 인간의 실체가 아닌 겉모습을 투영한 화면에 말을 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비대면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상황이 찾아 온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그런 내 얼굴을 보는 게 익숙해진 사실을 깨닫고는 소름이 돋았고 마스크 안에 차오른 날숨이 정녕 내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비대면 수업 일주일차. 장소는 신촌의 어느 도서관.

 

그러한 생활이 계속되던 3월의 어느 날, 답답한 이 사각형 틀 안에서 굳어가기에는 바깥 하늘이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았다. 그 순간이라도 보면 내가 숨 쉬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해가 지고 있는 것 같으니 나가기 전에 바깥 풍경을 상상해보자. 시선을 위로 올리면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고, 고층빌딩에 불이 하나 둘 켜지겠지?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헤어질 시간이 정해진 나날들을 아쉬워 하며, 각자의 감정이 담긴 숨결을 담아줄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시국에 숨을 쉬고 있는것을 느끼기에는 지금이 최적의 시간대가 아닐까? 

그러면 이제 상상은 멈추고 꽉 막힌 모니터를 벗어나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걸어보자. 다들 입을 가리고 있지만 마스크 사이로 비집고 나온 이산화탄소의 향과 온기는 남아있기에, 일말의 사람 흔적이라도 남은 도시를 부유하다 보면 코로나 이전에 숨을 쉬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했던 신촌의 노을 (2022.01.)

 

막상 밖으로 나가보니 신촌의 거리는 생각보다 생기가 느껴졌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익숙해서인가? 다들 나름의 호흡으로 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골목 사이사이에서는 자유롭게 숨을 내쉬던 시절의 도시를 그리워 하고 있었다. 

그리움이 쌓인 골목길을 빠져나가니 앰프 하나와 기타에 몸을 맡기고 공연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삼삼오오 악기를 들고 합주실 밖으로 나오는 무리들이 보였는데, 내가 기타를 들고 이 도시의 문화 속 한 자리를 차지했 때와 겹쳐보이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내니 반갑기도 하면서 대체 언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현실은 인정했어야 했기에

 

그러다보니 ‘익숙했던 것들에 소중함을 잃어버린건가?’ 하고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 마음에 “대체 보이지 않는 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어떻게 숨쉬며 살아온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일단 돌아온 이들의 숨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미약하지만 용기있게 다시 이 도시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데, 대뜸 그런 질문을 하면 실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시 숨 쉬는 모습을 보이는데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두 곡 정도가 끝날 무렵이었을까? 노래하던 버스커는 말했다. “다시 여기서 노래를 부르니 좋네요 여러분도 남은 하루 행복하시길 기원해요!” 라고. 그 말을 들으니 내가 하려던 질문에 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 사람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시 찾아올 봄날을 위해, 오늘도 신촌을 오가며  열심히 나름의 숨을 내쉬고 있는 우리를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구나. 우리가 함께했던 신촌은 아직 잘 숨쉬고 있었구나. 하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곤 버스커들에게서 뒤돌아 신촌을 바라보니, 아까보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명확하게 들리는 듯 했다.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니, 내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느껴짐과 동시에 신촌이 사람들의 온기로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느낌도 오랜만에 찾아왔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놀랍도록 내 시야를 다시 밝혀줬다. 그 전까지는 잘 볼 수 없던 버스킹, 지하 공연장에서 울리던 음악소리를 다시 재생하기 위해 합주실을 오가는 사람들, 이곳의 문화를 기록하고 남기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숨쉬었던 흔적을 기록하려고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존재해준 덕분에 신촌은 아직 죽지 않고 우리 모두의 숨결을 받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혹은 신촌러 모두가 아직 숨쉬고 있음을 작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신촌이 우리의 숨결을 받아줄 수 있도록 이곳의 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이었음을 체감했다. 

소름돋게도 그제야 제대로 숨을 쉬고있다는 인식이 들었던 것 같았다.

 


어쨌건 만물의 이치대로 따듯한 계절은 돌아온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소중한 사람에게 더욱 사랑받을 내일을 기대하며 열심히 공기를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곳의 문화를 지키는 사람들 역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오늘과 내일의 틈에서 삶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위해, 신촌이 우리 모두의 감정이 담긴 숨결을 받아낼 수 있도록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신촌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아직 우리의 힘으로 숨 쉬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누군가는 아직 신촌 어딘가에서 여러분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노래하고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모두의 숨결이 담긴 이야기가 모여 신촌은 다시 꽃망울이 돋아난 봄을 맞이하겠지.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잠시 모습을 감췄던 모든 것들의 숨소리가 들려올 때, 신촌은 다시금 모두의 숨결로 색칠될 것이고, 우리는 다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인사 할 수 있을 것이다.

꽃이 피어오는 소리와 함께.

 

그럼 나도 다시 숨쉬러 가볼까?

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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