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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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0 · 04 · 2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ditor 왕 잔치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구나”

 

이미 봄이 되었건만 신촌은 어딘가 허전하다.

 

벚꽃은 흩날려 이미 새 잎이 돋기 시작했는데, 이 허전함의 이유는 아마 이 거리에 노래가 없어서일까.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사태는 신촌의 면면을 많이 바꿔 놓았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고, 빨간 잠수경 앞에서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항상 북적거렸던 음식점과 술집은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중 단연 필자에게 아쉬운 것은, 저 현수막이다.

 

<버스킹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필자는 지금 버스킹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주 중요해졌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버스킹은

이 위기상황에서 자제해야 할 가장 타당한 활동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신촌에서 사라진 버스킹”

 

 

버스킹 하면 홍대와 신촌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신촌은 한국 버스킹 씬의 중심이다.

 

이전에는 평일 낮에도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저녁 때쯤 되면 버스킹을 구경하는 인파가 몰려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주말엔 신촌 차없는 거리와 맞물려 도로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일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버스커들로 북적거렸던 스타광장과 명물거리 버스킹 존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바삐 지나다닐 뿐,

아무도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려 하지 않아 한산하다.

 

 

<텅텅 빈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

 

그래서 지금의 신촌은 너무 어색하다. 필자는 지금까지 버스킹 없는 신촌의 밤거리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치 빨간 잠수경이 유플렉스 앞에 존재하듯이, 그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신촌에 자주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신촌의 밤엔 음악이 끊일 날이 없었다는 것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거리에 나오면 항상 버스커들이 있어 그들의 흥에 장단을 맞추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막차 시간을 훌쩍 넘긴 새벽까지도 기타 하나 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새벽의 신촌 버스킹>

 

필자는 늦은 밤 유플렉스 앞에서의 안코드(Aancod)의 버스킹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은 그가 버스킹 마지막 즈음에 부르는 ‘촛불 하나’의 후렴 파트에서, 노래 중간 갑자기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긴 적이 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사람은 얼떨결에 한 구절을 불렀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안코드는 마이크를 모든 관객들에게 돌리면서 같은 구절을 부르게 했다.

그리고 그는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하여 관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겹쳐 쌓아서 관객들에게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함께 부른 구절은 ‘내가 너의 손 잡아줄게’였다. 그때 필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photo by @bluelemon_pic (instagram)

 

“신촌의 봄을 기다리며”

 

신촌에서의 버스킹은 분명,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포시 묶어 주는 리본끈 같은 것이었다.

버스킹을 매개로, 거리를 지나던 익명의 남들은 노상의 무대에 모여 같이 음악을 즐기게 된다.

신촌의 분위기와 노래가 주는 감동 속에서, 사람들은 더이상 남이 아닌 같은 무대를 공유하는 연(緣)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의 따스함으로  신촌의 거리에 청춘의 향기가 만발할 것이다.

신촌의 버스킹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필자 혼자 봄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거리로 뛰쳐나가 노래부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신촌의 사람들은 그들이 펼치는 예술을 따뜻하게 지켜봐 줄 것이다.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나에게 진정한 신촌의 봄은 그제야 올 것이다.

왕 잔치
AUTHOR PROFILE
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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