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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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2 · 04 · 04

4차 만담혁명

Editor 해랑

 그런 날이 있다. 이유 없이 친구를 불러내고 싶은 날. 방에 누워있는 것도 지루하고 누구든 만나서 생각 없이 떠들고 싶은 날. 기숙사의 장점은 그런 날에 친구를 불러내기 쉽다는 것이다.

 

이처럼 흡연구역에만 가도 쉽게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신촌의 장점은 지나가다 아는 사람을 꼭 한 명은 만나게 되어있어서, 드래곤볼 마냥 모으다보면 7명은 뚝딱 만들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22년 3월, 7명의 신촌 대학생들이 모였다.(진짜 드래곤볼 같다.) 4명의 경영대생과 2명의 철학과, 그리고 1명의 사회학과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7명은 모여서 술을 먹으며 만담을 시작한다.

 

  1. 신촌은 얼마야?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신촌의 가치는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을까? 신촌의 시장가치를 계산해 보자. 방금까지 회계 과제를 하던 경영대생 4명은 계산을 시작한다. 우선, 모든 가게의 매출을 계산할 수는 없으니까 시장을 단순화해야 한다. 식당 1개만 생각해 보자. 

 

맛도리.

 

 당시에 있던 곳이 오코노미야키를 판매하던 매장이었으므로, 식당은 오코노미야키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7명은 11병을 넘게 마신 상태였다.) 1인당 오코노미야키 1개를 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오후 6시~7시 한 시간 동안 매장에 있었던 사람은 14명이었다. 해당 매장 오코노미야키 가격은 평균 10,750원이므로, 한 시간 매출은 150,500원(10,750원X14)이다.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하는 해당 매장은 6시간 운영이기에 하루 매출은 903,000원(150,500원X6)이다. 양배추 가격은 도매가 기준 8kg당 7500원이므로, 양배추 약 15개에 7,500원이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하루에 양배추 30개는 쓰는 것 같다고 하셨으므로, 양배추 가격 15,000원(7500원X2)을 제외한다. 이 이후에도 달걀 가격 15,633원, 해물 믹스 7,900원, 인건비 146,560원(2명이서 일했으므로 최저시급 기준 9,160X8시간X2명), 매장 넓이가 약 20평이었으므로 임대료 일 95,200원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하루 약 50만 원이 남는다. 신촌에 음식점이 약 328개가 있으므로 50만 원을 곱하면 하루 수익이 약 164,000,000 즉, 1억 6천4백만 원인 것이다. 

 

얼렁뚱땅 엑셀표

 

 매일 1억 6천4백만 원이라는 금액에 감동받은 경영대생들은 입을 틀어막으며 행복해했다. 게다가 신촌에는 카페, 노래방, 방탈출, 영화관, PC방 등 다양한 곳이 있지 않은가. 신촌의 어마어마한 시장 가치에 다들 자신이 밟고 있는 신촌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을 실감했다. 

 

 감동하고 있는 경영대생들을 보면서 사회학과 친구가 말했다.

 “자본주의의 망아지들. (늘 생각하지만 이 친구는 마르크스같이 말하는 경향이 있다.)

 

무도는 없는 짤이 없다.

 

 철학과 친구들 또한 이를 보면서 신촌의 철학적인 가치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촌의 가치를 왜 시장가치로만 판단해? 사랑, 열정, 행복, 젊음 같은 신촌의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도 있잖아.”

 이를 들은 경영대 4명은 생각했다.

 ‘아, 쟤네 철학과였지.’

 

계산하면서 든 생각. 술 매출은 계산 안 해도 되나?

 

  1. 신촌의 사유적인 가치

 

 철학과 친구의 말대로 신촌의 사유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예를 들면, 신촌의 사랑, 신촌의 우정, 신촌의 젊음 같은. 우선, 신촌의 사랑은 보편적으로 말해질 수 있는가? 그전에 사랑은 보편적인 명제나 어떠한 문구로 말해질 수 있는가? 수많은 문학작품들은 사랑, 인생과 같은 애매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본질을 파고들고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말하려 한다. 그를 위해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영화가 필요하다. 모 평론가가 말한 “어떤 진실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요구해오기도 한다.”라는 말처럼. 하지만, 예술가들의 열정이 꽃피워낸 작품들이 모두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다 촘촘하게 다르다. 그 말은 사랑, 인생, 청춘 같은 모호한 단어들은 보편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경영 A: 근데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다 시장가치로 반영되는 거 아냐? 정의하기 어렵잖아.

철학 B: 그냥 좀 받아들이면 안돼? 꼭 그따위로 말할래?

 

정말 직관적인 영화 포스터

 

 그럼 조건을 붙여보자. ‘신촌의 사랑’은 특성을 가지는가? ‘신촌’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사랑’이라는 단어에 힘을 줄 수 있냐는 물음이다. <시라노;연애조작단> 영화를 보면 사랑을 메커니즘으로 정리해서 하나씩 관철시킨다.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해체하려는 시도를 보며 영화 관람자는 흥미를 느낀다. 인간을 ‘사랑에 빠지는 상황이 오면 사랑에 빠져버리는 존재’로 정의하며 사랑을 만드는 필연성을 불어넣는다. 우리도 사랑이 어느 정도 조작 가능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신촌의 사랑’을 정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예를 들면, 신촌에 오면 신촌의 대학가 분위기에 힘입어 쉽게 사랑에 빠진다거나, 신촌의 사람들은 더 열정적이라거나 같은. 하지만, <시라노;연애조작단>도 마지막은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신촌의 사랑을 정의하기가 다시 어려워졌다.

 

휴대폰 주워준 사람이 찍어뒀던 본인 담배사진.

 

 사랑 고민은 이쯤하고 우정을 얘기해 보자. 어느 순간부터 ‘우정’이라는 단어는 말할 때 조금 낯간지러운 단어가 됐다. 물론, 사랑에 비하면 약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정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부끄럽다. 여기에 ‘신촌’을 붙이면 조금 담백해진다. ‘신촌에서의 우정’, 더 담백해지자면 ‘신촌에서 친구’가 있다. 이제 훨씬 편해졌다. 

 다른 곳보다 신촌에서 사귄 친구들은 특별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보관하는 동안 내 휴대폰이 사진이 잘 나온다며 본인 담배사진을 찍어뒀다. 그래서 사진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그냥 가지라고 했다. 그러고는 친구가 됐다. 다른 어떤 사람은 사격장에서 본인한테 사격을 이기면 아이스크림을 사줄 테니 내기하자고 했다. 근데 내가 이기니까 사격하면서 친구 됐지 않냐며 친구니까 그런 거는 잊자고 했다. 친해졌지만 여전히 뇌를 알 수 없는 사람 1순위이다.

 

7명 중에 한 명과 친해질 때 받은 짜요짜요. 대뜸 주면서 친구하자 했다.

 

 드래곤볼처럼 모인 7명 중에서도 3명은 그런 식으로 친해진 사람들이다. 신촌에서의 우연이 만들어낸 인연은 늘 특별하다. 완전히 동일한 반복은 아니지만 늘 특별함이 들어있는 반복이라는 점에서 신촌의 우정은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함이 들어있으니 ‘모든 반복은 차이의 반복’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7명 중 영화광인 친구 한 명이 신촌에서의 우정은 꼭 홍상수 영화 같다고 했다.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에서도 비슷하지만 다른 만남이 반복되는데, 그러한 점이 닮았다는 것이다. (물론 신촌의 우정은 영화들에서 나오는 만남보다 훨씬 건전하다. 유교가 지엄한데 이 무슨…)

 

새벽 4시에 신촌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남산타워보다 십자가가 빛난다.

 

 4차까지 와서 술에 절어서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꽤나 우습다. 신촌에서의 사랑, 우정, 젊음, 청춘, 열정까지 각 단어를 얘기할 때마다 각자의 경험과 정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신촌이란 뭘까 하는 결론까지 다다른다. 감히 우리가 정의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해진 신촌의 모습은 낯설다. 그래서 신촌에 있는 우리는 신촌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오히려 바깥에 있을 때 더 잘 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산타워 위에 오늘은 몇 개의 구름이 걸려있는지, 남산타워 조명이 오늘 어떻게 보이는지를 남산타워 안에 있을 때가 아닌 바깥에서 바라봤을 때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유적인 가치를 정의하길 과감히 포기했다. 다음에 신촌을 떠날 때, 그때는 돌아보면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글에서도 신촌의 가치를 정확히 말해주지 않을 예정이다. 알아서 하길 바란다. 

 

 우리는 신촌을 사랑하는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랑은 보편성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지 않은가.

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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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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