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ART 2022 · 05 · 02

22

Editor 송사리

윤석아~ 짜장면은 어떻게 먹어야해~? 

 

.

.

.짜연스럽게

 

.

.

.

그렇다.

사람은 자연스러워 한다.

가령 짜장면을 먹을 때에도 말이다. 

 


예를 들면 지금부터 한번 이렇게 말해볼겡!! 

3년 전, 고딩이었던 나는 연희동 언니 자취방에 놀러갔어. 

떡볶이나 급식이 아닌 그런 근사한 외식은 너무 오랜만이라 내가 너무 꼬질꼬질하진 않을까 긴장이 되더랑. 

그리고는 언니 공부하는데 방해해서 괜히 혼나고 혼자 터벅 터벅 집에 가곤 했어. 

그때의 나는 신촌과 어울리지 않았거든.

학교 앞 떡볶이는 천원인데..

 

그리고 1년 반쯤 전, 신촌의 어느 술집에서 처음으로 나이도, 학교도, 배경도 다 다른 사람들과 술을 먹었어.

너무 긴장이 되어서 일부러 늦게 가고, 잘 못 먹는 술도 열심히 먹었는데 템포가 너무 느리다고 그러더라구? 토하고 먹고 재밌는 척 오달지게 하다가 집에 와서 몸져 누웠어. 

아 역시 술집은 나랑 어울리지 않아.~ 생각했었지.

술게임 하나도 못하는 20학번

 

 

또 또 7개월전 쯤엔, 내가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었어

“사리야, 너 한달에 카드 값 170 넘게 나온 거 알아?”

어… 너무 충격적이었어. 알바비 50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200은 넘게 쓴 건데

21살짜리 대학생이 월급 가량의 돈을 용돈으로 쓴 건 가히 비정상적이잖아? 

하지만 나는 뿌링클 1마리에 치즈볼까지 다 먹고도 배가 부르지 않았고

옷, 비니, 화장품을 계속 사도 예뻐보이지가 않았으며 

사람들을 아무리 만나도 그리 즐겁지가 않았단말이야.

이 돈이면 뿌링클이 95마리

 

 

하 또 뭐가 있더라~ 

아 맞아, 그래서 말이야, 그때쯤, 내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머리를 잘랐어.

분명 머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지금 당장 내가 괜찮아보여야하겠는거야. 

그래서 고새를 참지 못하고 또 잘랐어. 

왜 하필 신촌에서 잘랐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 

그냥 적당히 유명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갔는데, 미용사분이 내가 원하는 머리로 안 해주셨어.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나왔지.

그리고, 한달 뒤에 또 머리를 자르러갔어. 

오기가 생겨서, 또 신촌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미용실에서 하고 싶었던 레이어드컷을 하고 왔어. 

우하하 그래서 만족을 했냐고?

아뉘 

그냥 그 순간 내눈엔 뭐든 맘에 안들었던거지 

 

 

내가  바보같았던 거 말하려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어~

신촌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2층짜리 올리브영에 고데기가 항상 가열되어있는데, 거기서 앞머리를 계속 고친거?

또 상상으로는 거의 대한민국의 셜록홈즈  뺨치는데  방탈출 가선 아무것도 못하고 힌트만 다 쓴거?

하 왤케 신촌만 오면 그렇게 뚝딱댔는지 모르겠네

어때 나 좀 바보같애?

 

 


그리고 22살의 나, 지금은 신촌에서의 내가 제법 자연스럽다. 

 

지금은 혼자 터벅 터벅 신촌을 걷는 게 나름 낭만적이고

술먹는데 누가 눈치를 줄 때, 템포가 느리면 노래방이나 가라고 말해줄 수 있고

머리는 감기나 하면 다행이다.

 

또 그동안의 과소비는 나의 공허함을 물질적으로 채우려 했다고,

채우면 채울수록 밑빠진 독이 되어 분명 본질과는 멀어졌다고 나름 쿨하고 찌질하게 인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나름 행복하다. 

자세히 말하자면, 행복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마주하기가 겁이 나서,

황홀하게 우울해지고

미련하게 행복해지기로 했다 .

 

이제서야 22살이 된 것 같아.

 

01년생 뱀띠 신촌러들 아자아자

송사리
AUTHOR PROFILE
송사리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