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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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3 · 06 · 12

Dear 나의 신촌

Editor 러폴

Dear: regarded with deep affection.

 

마지막 편지를 보낸 지 정말 오래되었다. 자주 편지하지 못해 미안하다. 앞날이 두려웠고, 미정의 상태에 불안했다. 혼란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네가 다시 보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18년이었다. 첫 강의동은 과학관. 바로 옆에 있는 과학원을 과학관으로 잘못 알고 을씨년스러운 복도를 헤맸다. 그 건물에는 실험실이 많다는 걸 한 달 뒤에나 알았다. 어쩐지 사람 기척이 없는데 기계만 웅웅거리더라. 첫 술집은 크리스터 치킨. 지하에 있는 자리에 앉았었다. 선배와 일본 소설 이야기를 했었다.

 

임대문의

그다음 해, 2019년에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들었고, 주말에는 술약속을 핑계로 널 만나러 지하철을 90분 동안 탔다. 당시 만났던 애인보다 너를 더 오래 봤다. 제일 강렬하게 술을 마셨던 가게는 제이 포차. 제일 많이 울었던 장소는 골목 구석구석. 오래된 껌딱지가 까만 돌이 된 골목도, 담배 쩐내가 밴 골목도, 누가 몇 번이나 침을 뱉었을지 모를 골목도 상관없었다. 무식하게 마시고 미련 넘치게 울었다. 그런데도 너는 아무 말 않더라, 모른 척해줘서 고맙다.

 

ズl도øłlnㅓ ズl우면… 정말 ズl워ズlヱ ㅁト는 つㅓLI까…

2020년에 우리는 잠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병이 돌았다. 2019년 밤을 켜켜이 쌓아두었던 제이 포차는 그 해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다. 사실 많이 슬프지 않았는데, 일부러 더 슬픈 척했다. 그랬더니 정말 더 슬퍼졌다. 시작은 가식이었지만 마지막은 진심이었다. 그게 내 슬픔을 더 슬프게 했다. 슬퍼서 앞을 제대로 보고 다니지 않았더니 기어코 넘어졌다. 아주 아팠다.

 

2021년, 이따금 너를 찾아갔다. 너는 내가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옷을 바꿔 입었다. 세제와 물과 전기를 그렇게 낭비하면 지구가 아프다고 핀잔을 두었다. 그랬더니 네게 돌아온 대답은, “너만 하겠어?” 작년에 골목에서 세게 넘어지며 다쳤던 다리를 흔들었다. 이제 멀쩡해졌다고 자랑했더니 너는 방심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처럼 카페 나무의 경쟁자 등장

2022년, 너는 자꾸만 내게 현상이 아닌 흐름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 빵집이 여기로 들어왔네? 여기 원래 게임방 자리였는데. 고르드는 대로변에서 하나 안쪽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 동년배들, 고르드 건물이 텅 빈 걸 보고 식겁해서 다 같이 네이버 지도에 코를 박았다. 자리만 옮긴 거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정을 걸어 다니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어릴 것 같았다. 

 

2018년(위), 2023년(아래)

드디어 2023년, 교정을 걸어 다니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실제로 나보다 어렸다. 어떤 상가 자리는 내가 아는 것만도 점포가 4개 들어섰다 나갔다. 이토록 빠르게 변할 수 있는 세상이 무상했다. 파란 물결 속에 청춘은 영원할 것이라는 치기에도 바람이 빠졌다. 당장 다음 달에 무엇을 하고 살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내게 무력감을 안겼다.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너를 만나러 지하철에서 90분을 보냈다. 남들은 길바닥에 90분을 버리는 거라며 타박했다. 하지만 내게 그 90분은 가치 있었다. 너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새 애인이 생겼다 사라졌다. 너도 그랬겠지, 그래서 우리가 2019년처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이곳에서 첫 자취를 준비한다. 스무 살에 낯 가리며 만난 네가, 스물한 살엔 나를 묵묵히 위로하던 네가, 스물두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는 데면데면한 친구 사이로 멀어지던 네가, 이제 다시 가까워질 날만 남았다.

 

라떼는 말야~ 연세로 한가운데 버스킹을 했어~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조금 있으면 연표쯤 써도 되겠다. 물론 보이저1호가 보면 먼지만도 못하겠다만, 바로 그런 공허이기에 우리는 의미를 마음껏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네가 그렇게 가르쳤다. 네 답장을 기다리진 않는다. 그저 이 무한한 우주에서 무력감이 느껴질 어느 날, 간단하게 편지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이렇게 가르쳤다.

 

가라, 피죤투!

 

올해 우리의 청춘이 다시 시작될 것 같다. 

 

 

깊은 애정을 담아, 나의 신촌에게

P.S. 이제 술은 건강히 마시고 있으니 잔소리는 그만하기

러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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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폴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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