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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7 · 04 · 27

잔치마당 시네마당 #문라이트

Editor 무신사

문라이트

“달빛 속에선 흑인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우리는 영화를 통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만 하더라도 결국은 세상을 구하는 한 히어로 인물의 인생을 담고 있지 않은가. 영화는 다양하고, 그래서 영화 속 캐릭터와 그들의 인생도 다양하다. 그런 인생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하며, 이는 꽤 흥미로운 일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그것의 색감이나 영상미 같은 미적영역만큼이나 그것이 담고 있는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보는 과정에서도 밀려온다.

 

 에디터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영화를 통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본다. 혹자는 영화를 보는 이런 이유가 일종의 관음증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에디터에게 영화를 보는 과정은 단순히 그들의 인생을 훔쳐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내 주위를 둘러싼 세상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기도 한다.

 영화 <문라이트>를 볼 당시에도 에디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변의 일들에 지쳐가는 중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계기가 필요했고, 영화관으로 들어가 포스터가 눈에 띄는 영화를 골랐다. 심플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포스터는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에디터는 주저없이 <문라이트>를 선택하였다.

 

공허해 보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강렬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아래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샤이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흑인 아이가 있다. 작은 체구 탓에 ‘리틀’이라고 불리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그에게 말없이 뒤에서 챙겨주는 ‘후안’이 나타난다. 마약에 사로잡혀버린 어머니와 친구들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던 작은 아이 샤이론은 후안과 함께 세상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더 이상 ‘리틀’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소년으로 성장한 샤이론은 여전히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샤이론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곁을 지켜준 오랜 친구 ‘케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학원의 폭력사태에 휘둘리고 소년원으로 가게 되면서 샤이론의 청소년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샤이론은 청년 ‘블랙’으로 성장한다. 수줍음이 많던 리틀과 샤이론과는 달리 블랙은 과묵하고 다소 거친 느낌을 준다. 마약을 거래하고 그릴즈를 끼고 몸을 키우는 운동을 하던 블랙은, 어머니를 만나고 케빈과 재회하며 아이와 소년시절의 그를 회상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잠시 그 강렬한 느낌에 푹 빠져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힘에 새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리틀’, ’샤이론’, ‘블랙’ 3가지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담아낸 <문라이트>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관객은 그 성장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본다.

 

왼쪽부터 리틀, 샤이론, 블랙

 

영화는 절제의 미학을 지키면서도 관객에게 무수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는 샤이론의 삶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이야기한다. 샤이론의 삶은 마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의 삶은 미국 사회에서 빈곤층의 흑인들이 맞닿아 있는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샤이론의 든든한 조력자인 후안은 마약 딜러라는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으며 샤이론의 어머니는 마약 중독자이다. 이처럼 그가 살고 있는 곳의 많은 이들은 마약에 중독되거나 마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삶을 살아간다. 영화의 실제 배경인 마이애미의 리버티시는 주민의 95%가 흑인이며 저소득층 주거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그들의 빈곤한 삶은 주로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흑인 차별의 사회 현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문라이트> 이러한 현실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다. 감독은 흑인 차별현실과 그들의 삶을 그저 담담하게 샤이론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성소수자들의 인생도 보여준다. 이 또한 영화는 성소수자 문제를 정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성소수자인 샤이론의 감정을 아름답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 결과 관객들은 샤이론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그러나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우리는 그 감정을 불러온 사회현실의 어두운 면들을 마주한다. 동급생들에게 호모라는 놀림을 받은 어린 아이 샤이론이 후안과 테레사에게 “호모가 무슨 말인가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관객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문라이트>가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지시적이고 노골적이지 않기때문에 그 울림과 잔상은 우리의 마음에 더욱 오래도록 남아있다.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변해 버릴 것 같아

 

 

 <문라이트>는 성장영화이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어린 샤이론에게 후안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한다. 어쩌면 흑인임과 동시에 동성애자인 샤이론의 삶이 조금은 우리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통을 겪지 않는가. 우리 모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영화는 정체성을 찾으려는 우리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영화는 대신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나가는’ 운명에 대해서 말한다. 삶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성장해나갈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만나며 그 순은 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선택한다’. 후안 또한 성장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며 그 선택을 남에게 맡겨선 안된다고 말한다. <문라이트>는 샤이론의 인생을 지켜보는 우리에게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해나가는 주체적인 삶의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느껴져? 넌 세상 한가운데 있는 거야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돼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아쉽게도 <문라이트>는 극장에서 이미 막을 내린 작품이다. 개봉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에디터를 포함해 이미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또 누구는 아직 못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디터는 그 누군가에게 다가오는 5월 연휴 동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문라이트>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 상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극대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문라이트>를 못봤다면, 이번 연휴 아트 하우스 모모에서 푸른 달빛을 느껴보지 않겠는가?

 

감독 베리 젠킨스

주연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나오미 해리스, 자넬 모네

개요 드라마 | 미국 15세 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11분

개봉일 2017.02.22

아트하우스 모모 특별상영시간

5/1(월) 17:30

5/2(화) 20:00

5/3(수) 17:20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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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유행은 한때이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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