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열정을 구워내는 시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또는 오전 수업을 위해 학교에 가자마자 그 누구보다도 점심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 본 경험들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사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맛집을 찾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주변에 꽤나 있다. 물론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 배를 통통 두드리며 느끼는 배부름과 묘한 뿌듯함은 남은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명히 점심을 먹고 배가 충분히 부른데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하고픈 디저트 생각이 문득 드는 건 어쩌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라는 말이 있듯 디저트는 달콤함을 무기로 우리를 계속 유혹한다. 또 커피와 더불어 카페에서의 공간적 여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그 몫을 톡톡히 해내기도 한다.
오후 3시. 당신이 신촌 근처에 있다면, 그리고 디저트로 달달함을 가득 충전하고 싶다면 여유롭고 한적하면서도 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신촌의 공간을 소개해볼테니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는 ‘신촌 브루스’에서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년 반 정도 신촌 브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선겸이라고 합니다.
-가게 이름을 ‘신촌 브루스’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카페가 위치한 동네 이름인 ‘신촌’과 음악 장르인 ‘블루스’를 합쳐서 ‘신촌 브루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브루스(blues)라는 이름은 카페 컨셉이나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 중 하나라서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지만 브루스는 카페 내에서 음악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어요. 선곡들은 주로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발라드가 많고 종종 힙합도 트는 편입니다. 저희 카페 특징이 사운드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거든요. 스피커가 서라운드로 둘러 쌓여있고 그 만큼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음질적인 측면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는 사장님께서 직접 디렉팅하신 건가요?
신촌 브루스라는 카페명을 먼저 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제가 인테리어를 구상했어요. 현재 인테리어의 95%를 제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큰 가구 같은 경우는 목수팀을 섭외했고, 페인트칠이나 카페에 있는 소품들도 전부 제 손을 거친 것들입니다. 분위기에 맞는 소품을 구매하기도 했고, 스피커 같은 경우에는 주문 제작이에요.


-와 스피커 주문제작이라니 대단하신데요? 그럼 스피커를 주문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카페 인테리어에 있어서 스피커는 저희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강조하는 아주 중요한 오브제입니다. 많게는 수 천만원까지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 카페는 가격으로 압도하기보다는 인테리어적인 측면이나 음질 부분 모두 만족시키고 싶었기에 주문제작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신촌 브루스라는 이름을 짓고 모든 것을 맞춰나갔기에 음향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카페의 따뜻한 분위기를 한 층 더할 수 있는 포인트 역할을 하는 오브제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님에게 부탁을 드려서 서로 간 소통을 많이 진행하며 제작했던 거라 애정이 많이 갑니다
-많은 지역 중에 신촌에서 카페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카페를 시작하기 위해 장소를 알아보던 중 신촌 지역에 적당한 자리가 나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럼 신촌 브루스 외에 이전에 개인적으로 카페를 운영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신촌브루스가 저에게는 첫 카페 운영이에요. 그래서 커피 공부에 시간을 정말 많이 투자했어요. 카페를 열기 전에 준비를 많이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손님들께서 해주시는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카페를 창업하면서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것들이 없기 때문에 신촌 브루스에 더욱 애착이 가요.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즈음에 카페를 오픈하신 것 같네요. 그것 때문에 힘드셨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정말 감사하게도 오픈하고 나서 한 달 반만에 가게가 빵 떴어요. 저희 카페가 간판도 없고 따로 홍보를 한 적도 없어서, 처음 한 달 반 동안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 피드에 저희 카페가 업로드된 덕분에, 당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무렵인데도 많은 신촌 지역 학생들이 카페를 찾아주셨어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운이 많이 따라주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에디터는 창천크림라떼 위 크림 한 스푼과 크로플 한 조각을 맛본 뒤
신촌 브루스의 성공이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님을 바로 깨달았다.
-메뉴판을 보면 디저트 메뉴로 휘낭시에랑 크로플이 있더라고요. 물론 저는 이 메뉴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이렇게 2가지 메뉴만 판매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1인 카페이기 때문에 메뉴가 너무 많아지면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나 디저트 같은 경우는 제가 모든 걸 직접 준비하기 때문에 더더욱 제약이 있더라구요. 지금도 청소부터 해서 카페 운영에 관한 모든 일을 제가 다 하고 있거든요. 최근 들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카페가 자리를 잡아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조금 버거운 느낌은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디저트 메뉴를 간소하게 유지하면서도 손님들을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휘낭시에랑 크로플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촌 브루스만의 시그니처 메뉴는 무엇인가요?
저희 메뉴 중에 창천크림라떼*가 있어요. 물론 다른 메뉴들에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특히 크림에는 정말 좋은 재료를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거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요즘 많은 카페들이 크림라떼를 시그니처 메뉴로 밀고 있던데, 지금처럼 크림라떼가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저희는 크림라떼를 메인으로 판매하고 있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창천크림라떼: 창천동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동으로, 곧 신촌을 의미한다. 크림라떼와 ‘신촌’을 더하여 시그니처 메뉴 이름이 된 것이다.
-앞으로 추가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예전부터 드립커피도 판매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저 혼자 카페를 운영하느라 워낙 바쁘다 보니까 드립을 할 수가 없는 환경이에요. 주문이 들어오면 메뉴 준비도, 서빙도 모두 제가 직접 하고 있거든요. 여기 공간이 30평이 넘는데 진동벨을 쓰지 않고 있어요. 제가 손님들께 다가가서 직접 서빙을 하고 얘기도 나누고 하는 걸 좋아해서요. 그래서 향후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드립커피를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압인기로 찍힌 스탬프 8장을 모으면 원하는 음료 하나를 마실 수 있답니다~
-신촌 브루스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니까 쿠폰 제도를 올해 초에 처음 실시하셨더라고요. 신촌에서 카공을 즐겨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인데요. 쿠폰 제도를 올해 도입한 이유가 있나요?
예전부터 학생분들이 카페에 오셔서 “쿠폰 없나요? 쿠폰 있으면 참 좋을 텐데…”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그동안은 운영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카페가 차츰 자리를 잡아 가고, 같이 일하는 직원도 생기고 하다 보니까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또 마침 이번 학기부터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다 보니까 학생 손님들이 많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생분들이 많이 요청해 주셨던 대로 쿠폰 제도를 도입하게 된 거죠.

-신촌 브루스만의 운영철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돈을 많이 버는 것과는 상관없이 최대한 학생분들이 편하게 머물다가 갈 수 있는 공간, 기억에 남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카페를 시작할 때부터 공간에 중점을 많이 두었어요. 요즘 커피의 맛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곳이 많이 생겼는데, 저는 그래도 공간이 가진 매력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신촌 브루스만의 컨셉이나 추구하는 방향성은 어떤 것인가요?
학생들이 많은 상권이다 보니까, 아예 처음부터 공부하기 좋은 카페로 컨셉을 명확하게 잡았어요. 그래서 학생분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눈치 볼 일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외국인 손님들이 올려주신 인스타그램 스토리들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촌 지역이 서울 시내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다 보니 외국인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외국인 손님들이 저희 가게를 태그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업로드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스토리들을 보다 보면 ‘서울에서 제일 좋은 카페’, ‘한국에서 제일 좋은 카페’, ‘분위기가 너무 따뜻했다’ 같은 평을 남겨주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이런 말을 들으면 피곤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로컬 카페에 불과한 곳인데도 그렇게 좋아해주시는 걸 볼 때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느껴질 만큼 기쁘더라구요.
-사장님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저는 오후 2~4시의 시간대를 가장 좋아해요. 카페 특성상 2~4시에 많은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카페 운영에 있어서 가장 바쁜 시간대거든요. 저는 바쁠 때가 재미있고 즐거워요. 많은 손님들을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가득 찬 홀을 보는 것이 기분이 좋아요. 손님들이 이곳을 찾아주신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오후 3시에는 보통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손님들 주문받고 메뉴를 제조하고… 바쁘게 카페 일을 하고 있죠. (웃음)
-사장님의 인생을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몇 시쯤 된 것 같나요?
아까 말씀드린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와 겹치는 것 같네요. 지금이 2~4시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일 치열하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의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희 카페를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아직 모르고 계신 분들에게까지 신촌 브루스가 더 알려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시간이 애매할 때, 밥을 먹고 나서 시간이 남을 때, 편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저희 카페가 떠올라서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손님들을 편하게 해 드리는 카페가 되고 싶어요.

신촌 브루스에서 바라본 오후 3시 신촌 풍경
좋아하는 일은 ‘일’이 되는 순간 싫어진다는 말이 있다. 취미로 즐길 때는 재미있었던 일도 직업이 되면 지긋지긋해지기 마련이라나?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일을 찾는다는 것, 나아가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은 뒤에도 계속해서 그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행운을 갖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 그 자체가 즐거워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할까?
신촌의 오후 3시를 책임지고 있는 ‘신촌 브루스’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장님은. 일과 삶의 경계가 흐릿해지더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계셨다.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쉽지 않았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는 누구나 각자의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무게에도 여전히 처음의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일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오후 3시, 누군가는 정시 퇴근을 목표로 회사 일에 열중하고 있을 시간이다. 누군가는 바쁜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뒤 늦은 식사를 시작할 시간이다. 햇볕에 한껏 달구어진 신촌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을 지닌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의 오늘, 내일,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오후 3시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도 질문을 건네고 싶어진다.
“오늘 하루, 당신의 오후 3시는 어땠나요?”
신촌브루스 instagram @sinchon_blues
매일 12:00-22:00 (단, 토요일은 20:30까지, 일요일은 휴무)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87-4 B동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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